6월 15일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이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모였습니다. 주차장에 사는 제비를 만나기 위해서였지요.
제비가 왜 주차장에 있는 걸까요?
제비 둥지가 왜 주차장에?
“여기 제비 둥지가 몇 개나 있을까요?”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이 전민선 연구원을 따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의 한 주차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주차장 천장 쪽 구석에는 작은 진흙 바구니가 붙어 있었어요. 이 바구니가 바로 제비의 둥지였지요.
제비는 여름에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철새예요. 천적인 맹금류●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구석진 자리에 둥지를 지어 살아요. 주택이 많은 곳에서는 집 처마에 둥지를 짓지만, 합정동처럼 주택이 적고 빌라가 많은 지역에서는 빌라의 지상 주차장 구석에 둥지를 틀어 살고 있어요.
전민선 연구원은 둥지를 떠난 제비들이 다시 같은 둥지로 돌아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2016년부터합정동의 제비 둥지를 관찰했어요. 제비는 1년에 두 번 번식한 뒤 둥지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요. 4~7월에 알을 낳은 뒤, 20~24일이 지나 새끼가 자라면 새끼가 먼저 둥지를 떠나 독립합니다. 그러면 제비는 2차 번식을 시작해요. 다 자라난 새끼 제비는 또 둥지 밖으로 나가요. 가을이 되면 제비는 추위를 피해 동남아시아나 호주 등 따뜻한 나라로 갑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다시 돌아오지요. 전미선 연구원은 “제비가 날아와 둥지를 보수하고 알을 낳는 모습을 보고 예전에 살던 제비가 돌아왔다고 추측해 관찰을 시작했다”고 말했어요.
“쉿! 제비가 놀라지 않게 멀리서 봐주세요.”
대원들은 살금살금 걸어가 제비 둥지를 관찰했어요. 둥지 안에는 새끼 제비의 부리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제비 둥지 주변에 있는 배설물만 보아도 새끼 제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드문드문 남아있는 어른 제비의 배설물과 달리 새끼 제비의 배설물은 수북이 쌓여 있어요. 이때 제비가 한 마리 날아와 둥지 주변을 낮게 비행하기 시작했어요. 전민선 연구원은 “제비가 사람들로부터 새끼 제비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려 나는 것”이라며 “제비가 위협을 느끼지 않게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멀리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비의 둥지를 지켜 줘!
이날 대원들은 주차장 7곳에서 각각 제비 둥지를 관찰했어요. 전민선 연구원이 8년간 둥지를 관찰해 온 곳이었지요. 8년 동안 사람들이 제비 둥지를 떼 버린 곳도 있었고, 매해 제비의 번식이 두 번씩 잘 일어나는 주차장도 있었습니다.
전민선 연구원은 “제비 둥지를 지켜주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어요. 농약이 없을 때는 제비가 농사를 방해하는 해충을 잡아먹는 역할을 해서 많은 사람이 제비를 안전하게 지켜줬어요. 최근에는 제비의 이러한 역할이 필요 없어져 제비의 배설물을 이유로 둥지를 없애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전민선 연구원은 “제비 둥지에 대한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고 말하며 탐사를 마무리했습니다. 탐사를 함께한 자연사랑팀 최지인 대원은 “그동안 제비를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제비가 살고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어요.
_ 인터뷰 전민선(지구사랑탐사대 제비 연구원)
Q.어떻게 처음 제비에 관심을 가졌나요?
2016년 지구사랑탐사대 제비 탐사에 참여했다가 서울에 제비가 많이 산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어요. 그때 만난 제비를 다음해에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해서 제비를 꾸준히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Q.제비가 잘 살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제비가 떠나고 남은 둥지를 보고 제비가 잘 번식하고 자라났는지 알 수 있어요. 새끼 제비가 자라나 막 둥지를 떠난 지 얼마 안 된 경우, 둥지 밑에 배설물이 가득해요. 반면 제비가 번식을 실패한 경우 둥지 안에 부화되지 못한 알이나 새끼 사체가 있습니다.
Q.제비 둥지를 어떻게 잘 지킬 수 있을까요?
제비 둥지가 있는 곳에 사는 집 주인을 잘 설득해야 합니다. 제비의 배설물 때문에 제비 둥지가 집 처마나 주차장에 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제비가 곤충을 먹고 살기 때문에 모기 등의 해충도 먹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