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먹방 중 최고는 역시 블랙홀의 빛 먹방이야. 그런데 최근에 새로운 블랙홀이 먹방을 시작했대. 과학마녀 일리가 이 소식을 놓칠 수 없지! 얼른 인터뷰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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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해!
안녕! 나는 처녀자리 방향으로 멀리 떨어진 은하에 사는 블랙홀이야. 우리 블랙홀들은 주기적으로 활동하면서 빛과 주변 물질을 빨아들여. 나는 그동안 쉬고 있다가 얼마 전에 깨어나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어. 그런데 날 계속 지켜보던 독일의 천문학자 파울라 산체스-사에즈 박사가 이를 알아챘지. 6월 18일, 산체스-사에즈 박사는 2019년 12월부터 6년간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며 내가 활동을 다시 시작한 것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
네가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내 주변으로 방출되는 빛이 갑자기 강해졌거든. 천문학자들은 우주를 관찰할 때 사람의 눈에 보이는 빛 말고도 자외선, 적외선 등 다양한 파장의 빛을 측정해. 그런데 잠잠했던 내 주변에서 몇 년 사이 급격한 빛의 변화가 감지됐어. 2022년 6월부터 내 주위 중적외선은 2배 이상 증가했고 2024년 2월부터는 엑스선이 방출되기 시작됐어. 그리고 자외선은 2004년 관측치보다 4배 이상 증가했지.
블랙홀은 빛을 빨아들이는데 왜 네가 다시 활동하니까 빛이 강해진 거야?
나는 가스나 먼지부터 별이나 은하까지 다 빨아들일 수 있는데, 나에게 끌려오던 물질은 ‘사건의 지평선’을 지나기 직전에 아주 강한 에너지를 방출해.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과 바깥 세상을 구분하는 경계로, 물질이 여길 지날 때 엄청난 열과 마찰이 일어나거든. 그래서 내가 활동하면 사건의 지평선 주변에서 오히려 강한 빛이 관측돼. 그리고 사건의 지평선을 지나면 그때부터는 빛조차 삼켜져 버리지!
너의 활동을 파악하는 게 왜 중요한 거야?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이 주기적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을 원래 알고 있었어. 하지만 멈춰 있던 블랙홀이 활동을 시작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관측한 건 이번이 처음이야. 나는 은하의 중심에 있어서 은하가 생기고 커지는 데 큰 영향을 미쳐. 그래서 나의 활동을 잘 알면 은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지. 천문학자들은 이번 발견이 우주의 구조와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