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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통합과학 교과서] <용이 되고 싶은 잉어> 잃어버린 비늘을 찾아 줘

 

“도와주세요~!”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무더운 여름을 맞아 강에서 시원한 뱃놀이를 즐기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도움을 청하는 소리가 들려왔죠.

“용이 되려면 비늘이 다 있어야 하는데, 그만 한 개를 잃어버렸어요!”

 

 

# 동화 마을에 무슨 일이? 비늘을 되찾고 싶어!

 

 

꿀록 탐정은 수면 가까이로 다가가 잉어를 마주봤어요. 자세히 보니 잉어의 옆구리 한쪽에 비늘이 떨어져 나간 흔적이 있었죠.

“어쩌다가 비늘을 잃어버렸나요? 비늘만 있으면 용이 될 수 있나요?”

꿀록 탐정이 물었어요.

“네. 우리 잉어들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강이 시작되는 곳에 있는 ‘용문’을 통과하면 용이 돼요. 저도 거센 물살을 가르고 올라가던 중에 비늘 하나를 떨어트리고 말았어요.”

잉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비늘은 다시 자라지 않나요? 머리카락이나 손톱은 금방 자라잖아요.”

개코 조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어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자칫 새 비늘이 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잉어의 눈에서 주먹만큼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어요. 측은지심을 느낀 꿀록 탐정은 잉어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좋아요. 우리가 찾아드리죠! 잃어버린 비늘에 특징이 있나요?”

“정말 감사해요! 크기는 500원짜리 동전과 비슷해요. 또 한쪽 끝은 흰색 마름모 모양이고, 나머지 부분은 투명해요. 아마 옅은 줄이 10개 정도 그어져 있을 거예요. 제 나이가 10살인데, 한 살이 지날 때마다 비늘에 무늬가 생기더라고요.”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딱딱하고도 말랑한 물고기의 비늘

 

 

 

대부분의 어류는 피부를 보호하는 비늘을 가지고 있어요. 비늘은 물의 흐름이나 장애물 때문에 피부에 상처가 나는 일, 물속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을 막아줍니다. 또, 피부 표면을 매끈하게 덮어서 물고기들이 헤엄칠 때 저항이 적어지도록 해 주죠. 이러한 까닭에 물살이 강한 곳에 사는 물고기들의 비늘은 작고, 수가 많고 매끈해요. 반면, 물살이 잔잔한 곳에 사는 물고기들의 비늘은 비교적 크고 표면이 까끌까끌하죠.

 

비늘의 모양과 수는 물고기 종에 따라 다르지만, 성분은 비슷합니다. 가장 많은 성분은 콜라겐이에요. 콜라겐은 동물의 신체 여러 부위를 이루는 주요한 단백질로 뼈, 치아, 힘줄, 피부 조직에서 많이 발견돼요. 비늘이 자랄 때는 아주 가느다란 콜라겐 섬유 가닥이 하나씩 뭉쳐서 다발을 이루고, 섬유 다발이 여러 방향으로 쌓이면서 ‘불리간드 구조’라는 독특한 섬유 다발 뭉치가 생깁니다. 비늘이 쉽게 부서지거나 뾰족한 것에 뚫리지 않도록 막아주죠.

 

비늘의 겉은 손톱처럼 딱딱하고, 안쪽은 말랑말랑합니다. 겉면의 콜라겐 조직에 칼슘 등 미네랄 성분이 섞여 있기 때문이죠. 미네랄이 섞인 콜라겐 조직은 1000배에서 1만 배까지 더 단단해져요. 단단해진 겉면은 포식자의 공격이나 강한 물살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안쪽 면은 유연하게 움직여서 피부에 상처가 나거나 비늘이 뚝 부러지지 않게 합니다.

 

사람의 치아가 바로 나지 않듯, 물고기의 비늘도 태어난 후부터 서서히 자라납니다. 그러면서 표면에 나무의 나이테처럼 여러 개의 고리가 생겨요. 잉어처럼 수명이 긴 물고기들은 동그란 모양의 둥근비늘, 원린을 가지고 있는데, 1년이 지나면 비늘 위 고리도 1개씩 늘어나죠. 따라서 고리의 개수를 보고 물고기의 나이를 계산할 수 있어요. 단, 비늘이 뾰족한 가시처럼 나서 고리가 생기지 않는 물고기도 있답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물고기 비늘로 암호 만들기!

 

 

종이나 전자기기가 아닌, 다른 물체로 암호를 전달하는 방법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16일 버려진 물고기 비늘을 형광색으로 바꾸어 문자를 만드는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특수 처리한 비늘 여러 개를 겹쳐서 글자나 숫자가 보이도록 하거나, 비늘 하나에 미세한 문자를 새겨 넣을 수도 있죠.

 

연구팀은 어업 후 버려진 물고기 비늘들을 모아서 270℃로 3분 동안 가열했습니다. 더 낮은 온도로 구우면 효과가 없고, 더 높은 온도로 구우면 비늘이 타버렸죠. 적절한 온도로 굽자 비늘 속 콜라겐 구조가 흐트러지면서 잘게 분해되고, 비늘 전체에 작은 구멍들이 생겼습니다. 분해된 콜라겐은 빛을 받으면 밝은 형광색으로 다시 내뿜도록 성질이 바뀌었어요. 평소에는 보통 비늘과 다를 바 없지만, 자외선을 쬐면 형광 파란색으로 빛나요.

 

비늘에 생긴 작은 구멍을 통해서 비늘 표면을 원하는 대로 염색할 수도 있습니다. 연구팀은 ‘로다민 B’라는 산업용 염료를 썼어요. 로다민 B는 공장 등에서 버리는 폐수에 많이 든 물질입니다. 초미세 레이저로 비늘의 특정 부분에만 열을 가하고, 그 위에 로다민 B를 바른 뒤 초록색 빛을 쏘면 레이저가 닿은 부분만 형광 주황색으로 빛나죠.

 

연구팀은 이러한 방법으로 암호나 비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 폐수 속 오염 물질을 효과적으로 없앨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소우 총 하우 교수는 “매년 720만~1200만 t(톤)의 비늘이 버려진다”며 “열처리한 비늘은 상품에 다는 태그로 만들어서 위조된 상품을 구분하는 도구로 쓸 수 있고, 오염 물질을 잘 흡수하는 특성을 이용하여 물을 정화하는 도구로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에필로그

 

 

“찾았다, 비늘!”

강물 속을 샅샅이 뒤지던 꿀록 탐정은 흰빛으로 반짝이는 비늘을 발견했어요. 잉어는 놀라움과 기쁨에 온몸을 파닥이며 감사를 표했어요.

“이렇게 제 비늘을 찾아 주시다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용이 될 수 있겠어요!”

비늘을 단 잉어는 다시 힘차게 헤엄치며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그 멋진 모습을 보며,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잉어가 무사히 용문을 통과해 용이 되길 간절하게 빌었습니다. 

 

 

용어 설명
● 저항 : 공기나 물 속에서 운동하는 물체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 저항력이 강할수록 운동 속도가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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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5일 어린이과학동아(12호) 정보

  • 조현영
  • 디자인

    정영진
  • 일러스트

    박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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