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 성을 나가야 해요! 위험하다고요!”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가 산 중턱에 있는 들판을 지나가던 때였어요.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그쪽을 쳐다보니 머리가 아주 긴 소녀가 머리를 밧줄 삼아 성 밖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동화마을에 무슨 알이?
화산이 정말 터질까?
“어머니, 화산이 또 폭발할 것 같다니까요?”
라푼젤은 화산 쪽을 가리키며 성의 창문 안에 있는 가짜 어머니인 고델을 향해 목청을 높였어요.
“저 멀리 있는 화산이 그렇게 자주 폭발할 리가 있니?”
고델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라푼젤의 머리를 잡아 끌어 올리면서 말했어요.
“무슨 일인가요?”
꿀록 탐정이 매달려 있는 라푼젤을 올려다 보며 물었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꿀록 탐정님, 저기 보이는 화산의 기운이 심상치 않아요. 곧 폭발할 것 같단 말이죠. 이 성을 나가서 안전한 곳으로 가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자꾸 말려요!”
라푼젤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어요.
“라푼젤이 나가려고 수작 부리는 거야!”
고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소리쳤어요.
“저 화산, 정말 폭발할지 제가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꿀록 탐정이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습니다.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땅을 뚫고 나오는 마그마
지구는 커다란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가장 안쪽부터 내핵, 외핵, 맨틀, 지각으로 나뉘지요. 내핵은 철이나 니켈과 같은 무거운 금속이 단단한 고체로 자리 잡고 있어요. 외핵에도 금속이 있지만, 이 금속은 아주 높은 온도로 녹아 있어 액체 상태랍니다.
맨틀은 죽처럼 말랑한 고체로 이뤄져 있고 지구 부피의 대부분을 차지해요. 가장 바깥쪽인 지각은 지구의 겉부분입니다. 흙과 암석으로 이뤄진 땅인 대륙과 해양이 지각에 속해요.
맨틀 주변에는 마그마가 흐르고 있습니다. 마그마는 암석이 녹아서 생깁니다. 주변의 가스, 물질 등과 함께 섞여 900~1200℃의 뜨거운 온도로 커다랗게 고여 있지요.
지하 깊숙이 고여 있는 뜨거운 마그마는 지진이 일어나면 땅의 표면까지 올라와요. 그리고 갈라진 틈이나 약한 부분 사이를 뚫고 새어 나오지요. 이것을 화산 폭발이라고 해요. 땅 밖으로 분출된 마그마는 용암이라고 합니다.
화산이 폭발하면 용암이 흐르고 회색 구름처럼 보이는 먼지도 함께 높이 솟아올라요. 화산 폭발로 인한 충격으로 잘게 부서진 암석 파편, 화산재와 이산화탄소, 염소 등 화산 가스가 나오는 거지요. 가벼운 화산재는 멀리 날아가지만 비교적 크기가 큰 화산재는 화산 주변에 쌓여서 독특한 지형을 만들기도 합니다.
화산 폭발은 기후에도 영향을 끼쳐요. 2022년 1월,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의 해저에서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화산의 폭발력이 매우 강해 통가에서 8000km나 떨어져 있는 일본에 쓰나미 경보가 울렸을 정도였지요. 1년 9개월 후, 유럽우주국은 통가의 화산 폭발로 남극의 오존층 구멍이 2600만 ㎢까지 넓어졌다고 발표했어요. 무려 우리나라의 260배 크기랍니다. 폭발 당시 대기에 많은 수증기를 내뿜었고, 이것이 남극의 오존층에 영향을 주는 프레온 가스를 더 활발히 움직이게 했기 때문이죠
통합과학 넓히기
화산이 자주 폭발하는 이유는?
눈 덮인 빙하와 용암이 흐르는 모습이 함께 보이는 지역이 있습니다. 북유럽에 있는 섬나라인 아이슬란드예요. 아이슬란드는 오로라나 빙하로도 유명하지만 화산 활동이 아주 활발한 지역으로 손꼽혀요. 땅속의 온도가 아주 높기 때문이에요. 32개의 화산이 최근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요.
문제는 아이슬란드의 화산이 지난해부터 자주 폭발하고 있다는 거예요. 지난해 11월, 아이슬란드 남서쪽에 있는 레이캬네스반도의 순드누쿠르 화산이 폭발한 이후, 올해 3월까지 이 지역에서만 무려 4번이나 더 화산이 터졌어요. 특히 3월 16일 화산 활동으로 흐른 용암은 사방으로 흘러 도로와 마을을 덮쳤고, 유명한 온천 관광지인 블루라군이 폐쇄돼 관광객들이 대피하기도 했지요.
지난 3월 8일, 아이슬란드대학교 지구물리학과 프레이스타인 지그문드손 교수 연구팀은 이 지역에서 화산이 자주 폭발한 이유를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지진 감지기와 위성 관측사진 등에서 나온 데이터를 이용해 지난해 11월 순드누쿠르 화산 폭발 당시 지각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컴퓨터로 재현했어요. 그 결과, 연구팀은 당시 마그마가흐르는 속도가 1초에 7400㎥의 속도였다는 것을 알아 냈어요. 이전의 같은 지역에서의 마그마가 흐르는 속도는 100㎥에 불과했지요.
연구팀은 아이슬란드 화산 지역에서 아주 큰 규모로 지각을 움직이는 힘이 마그마가 고인 장소에 응력을 만들었다고 설명했어요. 응력은 외부의 힘에 저항해서 생기는 힘을 뜻해요. 그 힘 때문에 마그마가 더 넓어지려 했고, 마그마가 올라오는 15km짜리 길이 생겼어요. 그 길을 따라 마그마가 아주 빠른 속도로 땅 표면까지 솟은 거지요. 실제로 순드누쿠르 화산 폭발 30분 전에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그문드손 교수는 “지금도 아이슬란드의 땅 속에서는 아주 빠른 속도로 흐르는 마그마 줄기들이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화산이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어요.
에필로그
“저길 보세요!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잖아요~!” 라푼젤이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에게 소리쳤어요. “잘못하면 성 안에서 꼼짝 없이 용암에 묻힐 뻔했
네요.” 꿀록 탐정이 가슴을 쓸며 말했어요. “성 밖에 나오다니 너무 좋아요. 이제 가짜 어머니에게서 벗어나 제 꿈을 찾아 떠날래요!”라푼젤은 싱긋 웃으며 화산으로부터 안전한 마을을 향해 힘차게 걸어 나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