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쓰레기를 열심히 분리수거하는 나, 멋지지? 그런데 우리가 치워야 하는 쓰레기는 디지털 세상에도 많아. 어떻게 해야 할까?
기후 위기 속 디지털 생활
여러분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기기를 하루에 얼마나 다루나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되면서 우리는 디지털 미디어가 없으면 살아가기 어려운 존재가 되었어요. 디지털 데이터가 종이책을 대체하는 모습을 보면서 디지털 미디어가 환경을 보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은 친환경이 아니랍니다. 디지털 세상이 어떻게 환경을 오염시키는지 알아볼까요?
우리가 자주 보는 스마트폰에서 시작해 봐요. 최신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졸랐던 경험이 있나요? 스마트폰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다른 전자제품보다 교체 주기도 매우 빠른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 폐기물 양도 어마어마하지요. 2022년 전자전기폐기물포럼(WEEE)은 “전 세계에서 사용 중인 휴대전화 160억 대 중 53억 대가 버려지거나 방치될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WEEE는 버려진 스마트폰을 모두 쌓으면 그 높이가 국제우주정거장의 고도보다 120배 높은 5만 km에 달한다고 했지요. 또 유엔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스마트폰 폐기물에는 금, 은, 구리, 팔라듐 같은 금속 자원들이 있지만, 이중 17%만이 적절히 재활용됩니다.
이에 버려지는 전자제품을 줄이기 위해 전자기기의 충전기 규격을 통일하는 법이 올해부터 유럽연합(EU)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녹색연합도 “스마트폰 속 희귀 금속을 재활용하려면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쉽게 반납, 배출할 수 있도록 수거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이처럼 우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 베어지는 나무보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스마트폰 폐기물을 더 걱정해야 할지도 몰라요.
디지털 데이터는 어디에 저장될까?
인터넷으로 접속할 수 있는 거대한 가상 서버에서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클라우드(구름)’라고 해요. 하지만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는 이미지는 디지털 데이터의 모습을 표현하기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의 기업들은 수천, 수만 대의 컴퓨터를 모아 만든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곳곳에 설치했어요. 데이터센터에 모인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는 바닷속에 설치된 해저 케이블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지요. 디지털 세상은 거대한 건물과 바닷속 케이블인 셈이에요.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뿜는 열입니다. 24시간 쉬지 않고 방출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막대한 전기에너지가 쓰이고, 이는 탄소 배출로 이어져요. 국제에너지기구는 2022년 기준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이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2%에 해당하는 460TWh(테라와트시)●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챗GPT 등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며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전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에요.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에는 일본 전체가 한 해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과 비슷한 양을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사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여러 기업은 데이터센터가 일으키는 환경오염에 대해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아요. 예를 들어 미국 기업 메타는 추운 지역인 스웨덴 룰레오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했고,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코틀랜드의 차가운 바닷속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실험을 진행했지요. 우리나라 IT기업 네이버도 강원도 춘천의 찬바람을 적극 활용해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고 있어요. 미국 기업 유튜브는 데이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화질을 자동으로 낮추는 업데이트를 진행했지요.
많은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디지털 세상이 만드는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은 많이 부족해요. 우리가 살아갈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디지털 시민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관심을 가져야 한답니다.
용어 설명
●TWh(테라와트시): Wh(와트시)는 1시간 동안 생산 또는 소비된 전력의 양을 뜻한다. 1TWh는 1Wh의 1조 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