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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단 하나 뿐인 놀이터

지난 1월 30일, 서울 정동에 있는 건축사무소에서 서민우, 지정우 소장을 만났습니다. 놀이터와 키즈 카페, 교실까지어린이들과 함께 놀이 공간을 설계하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놀이 풍경’을 만드는 두 건축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Q. 놀이터는 건축가가 만드는 건가요?

 

1970년대쯤부터 도시가 커지며 놀이터가 규격화되어 지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이 되었어요. 다만 그 과정에 건축가들이 참여하진 않았지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어요. 2000년대부터 놀이터 건축에 참여하는 건축가들이 생겨났고, 저희도 2010년대부터 놀이터 설계에 참여해 왔습니다.

 

 Q. 많은 건축물 중 놀이터에 관심을 가진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어린이 건축 교육을 하다가 다른 건축가의 소개로 놀이터 프로젝트를 처음 맡았어요. 해 보니까 재미도 있고, 결과도 좋아서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놀이터는 재미있잖아요. 저희가 아직도 어린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즐거운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놀이터는 작지만, 커다란 빌딩을 설계할 때와 비슷한 노력,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다음 세대에게 특별한 놀이터, 좋은 일상 공간을 넘겨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즐겁게 일한답니다.

 

 Q. 놀이터를 설계하고 완성하는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가장 중요한 건 놀이터를 지을 공간을 살펴보고 놀이터를 이용할 어린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거예요. 언덕 위에 있는지, 학교에 있는지 등 놀이터 주변 역사와 지형, 혹은 멀리 보이는 풍경을 어린이들과 함께 살펴보면서 의견을 나눕니다. 이후 놀이터 설계를 마치면 공사를 시작하지요. 설계에서 의도한 대로 시공사가 놀이터를 짓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면 놀이터가 완성됩니다.

 

놀이터를 다 지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놀이터는 어린이가 노는 순간 생명이 시작되거든요. 어린이들이 놀이터를 잘 쓰고 있는지 저희가 직접 가서 확인하기도 하고, 학교 안에 있는 놀이터는 선생님들께서 후기를 보내주시기도 한답니다.

 

 Q. 나중에 만들어 보고 싶은 놀이터가 있나요?

 

한 자리를 오랜 시간 지키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어요. 해외에는 놀이터가 수십 년 동안 한 자리에 있어서 어린 시절 놀던 놀이터에 자기 자식을 데려가는 경우도 꽤 있어요. 그러려면 놀이터를 짓는 재료도 바뀌어야 합니다.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고 튼튼한 재료를 사용해야 하지요. 어린이들이 새로운 재료의 질감을 가까이서 보고 만지는 경험도 좋은 놀이가 될 거예요.

 

 Q. 어린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신나게 놀고 나면 떠오른 생각을 글이나 그림으로 남겨 봐요. 그리고 나중에 중학생, 고등학생, 어른이 되면 다시 꺼내서 읽어보세요. 그게 꼭 놀이터에 대한 아이디어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영감을 줄 거예요.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은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꿈을 꾸는 시간이에요. 여러분이 놀 수 있는 공간을 저희가 열심히 만들 테니, 적극적으로 놀이를 즐겨주세요. 그리고 저희에게 이야기를 많이 해줄수록 더 알맞은 놀이터를 만들 수 있답니다. 그러니 세상을 향해 원하는 것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어린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2024년 3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5호) 정보

  • 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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