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듯한 사막도 자세히 살펴보면 생존 경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구사랑탐사대 대장 장이권 교수의 사막 생물 탐구생활, 세 번째 시간에는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을 품은 크레오소트 관목과 이 관목을 먹고 사는 메뚜기를 살펴볼게요.
크레오소트 관목이 독을 품은 이유는?
크레오소트 관목은 미국 서부를 여행하다 보면 창문 밖으로 자주 보이는 나무 중 하나입니다. 미국과 멕시코에 걸친 소노란 사막, 그리고 이웃한 모하비 사막에 널리 퍼져 살지요. 이 관목은 물이 부족한 환경에서 물을 확보하기 위해 독소를 이용해서 주변의 다른 식물을 죽이거나 성장을 방해해요. 그래서 이 관목 주변에는 다른 식물이 잘 보이지 않고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랍니다.
다른 식물과의 경쟁뿐 아니라 초식동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식물은 다양한 방어법을 발달시켰어요. 물리적인 방어법은 대표적으로 가시, 독침 또는 두꺼운 나무껍질로 무장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식물이 즐겨 쓰는 방법은 화학적인 방어입니다. 식물은 생명활동을 하며 영양분과 같은 중요한 물질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부산물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이용하는 거예요. 대표적인 예가 피톤치드입니다. 곤충이나 초식동물은 피톤치드 같은 부산물이 잔뜩 들어 있는 잎을 먹으면 맛이 없다고 여기며 거부감을 느끼거나, 잘못하면 중독되어 죽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크레오소트 관목은 송진 같은 물질로 덮여 있어서 윤기가 반지르르합니다. 덕분에 수분의 손실이 적고, 잎의 냄새를 맡아보면 향기가 나요. 이런 향기 역시 관목의 잎에 곤충이나 초식동물에게 독으로 작용하는 물질이 들어있다는 의미입니다.
내 나무를 지켜라! 사막딸깍메뚜기의 생존 전략
만약 어떤 곤충이 특정 식물의 독소를 해독할 수 있다면, 그 곤충은 다른 곤충과의 경쟁 없이 식물을 독차지할 수 있어요. 사막딸깍메뚜기는 크레오소트 관목의 독소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곤충입니다. 그런데 번식기가 되면 수컷 메뚜기는 자기가 있는 관목을 지키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요. 크레오소트 관목은 흔히 보이는 식물이라 굳이 서로 경쟁하지 않아도 먹이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메뚜기들은 특정 크레오소트 관목을 선호하며 지키는 걸까요?
메뚜기가 모든 크레오소트 관목의 잎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독소의 양이 적거나 일부 성분이 없는 관목만 먹어서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되죠. 알맞은 크레오소트 관목을 찾은 수컷은 다리를 날개에 비벼 소리를 내 암컷을 유인합니다. 암컷 메뚜기는 알을 낳으려면 먹이가 많이 필요해서 먹을 수 있는 크레오소트 관목을 차지한 수컷을 찾아가거든요.
하지만 다른 수컷들도 이 관목을 차지하러 오기 때문에, 수컷 메뚜기는 끊임없이 크레오소트 관목을 다른 수컷으로부터 지켜내야만 해요. 가끔 말로 해결되지 않으면 수컷들은 몸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지요. 덥고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사막이지만, 그 속에서도 생존의 경쟁은 치열하답니다.
찔림 주의! 많이 아픔
곰돌이선인장
곰돌이선인장은 마치 곰돌이 인형처럼 보풀이 풍성하고, 연한 녹색을 띠고 있어 별로 위협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찔리면 상당히 아프고, 아무리 조심해도 쉽게 찔리기 때문에 이름과 달리 정말 위험한 선인장이다.
이 선인장은 번식할 때 열매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곰돌이선인장의 가시는 낚싯바늘처럼 갈고리가 있어서, 조금만 스쳐 지나가도 선인장의 마디가 쉽게 동물의 털이나 사람의 옷에 달라붙는다. 이렇게 선인장 조각이 멀리 이동해서 바닥에 떨어지면 선인장은 그곳에 새로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선인장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여기저기 떨어진 선인장 조각을 보면 마치 선인장이 뛰어다니는 듯하다고 해 곰돌이선인장은 ‘도약선인장’이라고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