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디지털 공간에 흔적을 남깁니다. 사진을 찍고, 댓글을 달고, 영상을 찍어 올리지요. 그런데 만약 내가 죽은 뒤 가족들이 이를 보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요? 최근 나의 디지털 유산을 상속하거나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유산법’이 발의됐습니다.
이 법안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디지털 유산,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계획하세요
6월 27일, 지난해 1029 참사로 자녀를 잃은 유족이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어요. 자녀가 생전 소유하던 아이폰의 잠금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입니다. 유족은 참사 당일 고인이 참사 현장에 방문한 이유를 알기 위해 여러 차례 아이폰 로그인을 시도했지만, 끝내 잠금을 풀지 못했습니다. 유족은 “대형 재난 사고가 일어나면 피해자들이 최후의 순간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며 “이를 고려하면 고인이 직접 동의하지는 못했어도 동의한 것으로 가정해 잠금 해제를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2021년 애플은 ‘디지털 유산’ 기능을 도입했어요. 애플 기기를 소유한 사람이 사망할 경우, 애플 계정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관리자를 지정할 수 있는 기능이지요. 관리자는 사진, 메시지, 메모, 다운로드한 앱 등에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기기나 계정의 주인이 생전에 관리자를 지정해야만 상속이 가능해 유족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합니다.
이런 사례가 잦아지면서 지난 4월 25일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디지털 유산법’을 발의했습니다. 디지털 유산법은 이용자가 자신의 디지털 유산을 상속하거나 삭제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이용자는 미리 설정한 기간 계정에 접속하지 않으면, 기업은 이용자의 계정을 휴면 계정으로 설정하고, 계정에 보관된 디지털 유산을 이용자가 정한 방식으로 처리해야 하지요.
단, 디지털 유산을 상속받은 사람이라도 고인의 계정에 새로운 게시물을 작성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글을 공유하진 못하도록 했습니다. 고인의 정보가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미래사회IT연구소 김덕진 소장은 “한 번 데이터가 생성되면 온라인에 계속 남아 사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자신의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미리 계획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