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비닐봉지가 땅에서 썩는 데는 500년이 넘게 걸려. 그런데 비닐봉지만큼이나 오래 걸리는 게 또 있어. 바로 일회용 기저귀야. 그래서 과학자들은 일회용 기저귀를 재활용할 방법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어. 최근 일본 과학자들이 기저귀로 집을 지었다길래 일리가 취재하고 왔어.
자기소개 부탁해.
안녕, 나는 일회용 기저귀야. 나는 목재 섬유질과 흡수성 고분자물질, 면으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안 돼서 한 번 쓰이고 나면 무조건 소각되거나 땅에 묻히고 있지. 기저귀가 땅에 묻히면 자연적으로 분해되기까지는 무려 500년이 넘게 걸려. 아이를 키우는 데 꼭 필요한 기저귀가 환경에 큰 부담을 주는 셈이야. 미국에서는 매년 350만t(톤)이 넘는 기저귀가 땅에 묻히고 있어.
그런데 기저귀로 집을 만든다고?
연구자들은 쉽게 썩지 않는 일회용 기저귀를 활용할 방안을 생각해 봤어. 일본 기타큐슈대학교 바트 드완커 교수팀은 일회용 기저귀를 분쇄한 물질이 콘크리트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지 실험했어. 기저귀 분쇄물과 시멘트, 모래, 자갈을 섞은 혼합물을 만든 뒤, 콘크리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래의 40%를 이 혼합물로 채웠지. 그런데 기저귀 분쇄물이 많이 섞일수록 콘크리트의 강도가 낮아져 집의 내구성이 떨어졌어. 기저귀 분쇄물이 서로 엉겨 붙어 응축하려는 힘이 약했기 때문이야.
그럼 집을 만들지 못한 거야?
아니, 바트 드완커 교수팀은 집을 짓는 데 가장 알맞은 기저귀 분쇄물의 혼합 비율을 찾았어. 1층짜리 주택의 경우에는 콘크리트 속 모래의 27%를 기저귀 분쇄물로 대체할 수 있었고, 3층짜리 집은 콘크리트 속 모래의 10%를 대체할 수 있었지. 바트 드완커 교수팀은 “인도네시아에서 기저귀가 섞인 콘크리트를 활용해 집을 짓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5월 18일 발표했어.
기저귀를 다른 데에도 쓸 수 있을까?
지난해 영국에서는 한 기저귀 재활용업체가 고속도로를 만드는 데 일회용 기저귀를 활용했어. 방법은 집을 만드는 것과 비슷해. 기저귀를 씻은 뒤 잘게 분쇄해 아스팔트와 섞은 거지. 다만 이렇게 기저귀가 재활용되려면 조건이 있어. 분리 배출이 잘 이뤄져야 해. 우리나라는 현재 기저귀를 일반쓰레기로 분류해 종량제 봉투에 버리고 있어. 바트 드완커 교수팀은 “기저귀를 플라스틱, 비닐처럼 따로 분리해 버려야 제대로 된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