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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학 교과서] <춘향전> 사랑은 자전거를 타고

 

 

여유로운 휴일 오후,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러 나가고 있었어요.
“바람도 선선하고, 자전거 타기 참 좋은 날씨네요.”
개코 조수가 말을 꺼내자마자, 멀리서 ‘우당탕탕’ 하는 소리가 들렸지요.
“아이고, 우리 도련님 또 넘어지셨네!”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알록달록 멍을 없애라!

 

“안녕하세요, 꿀록 탐정님이시죠?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몽룡 도련님을 모시는 심부름꾼 방자라고 합니다.”
넘어진 몽룡이 일어나서 흙먼지를 털어내는 사이, 옆에 있던 방자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어요.
“안녕하세요. 그…, 몽룡님은 괜찮으신가요? 크게 넘어진 것 같은데….”
꿀록 탐정이 걱정스럽게 말했어요.
“으윽…, 사랑하는 춘향이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몽룡이 대답했어요. 그리고 편지를 하나 보여주며 설명을 시작했지요.
“며칠 전에 제 고향 남원에서 춘향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남원에 오면 같이 자전거를 타자는 내용이었죠. 그래서 내려가면 신나게 자전거를 타자고 답장을 보냈어요. 문제는….”
“문제는 도련님이 글공부만 하느라,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는 겁니다.”
방자가 잽싸게 끼어들었어요. 몽룡은 방자를 한 번 째려보고는 말을 이어갔지요.
“피나는 노력 끝에 지금은 어느 정도 앞으로 갈 수 있지만 문제는….”
“문제는 도련님 몸이 멍투성이가 되었다는 겁니다. 이제 여름이라 옷으로 가릴 수도 없어요.”
방자가 또 끼어들자, 몽룡은 한숨을 쉬었어요.
“휴, 그렇습니다. 온몸에 있는 이 멍 자국들은 색깔만 변하고 잘 없어지지 않아요. 남원에 내려가는 날까지 어떻게 해결할 수 없을까요?”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멍은 왜 드는 걸까?

 

넘어지거나 책상에 무릎을 부딪쳐 몸에 멍이 들어본 경험, 한 번씩은 있을 거예요. 날카로운 물체에 찔리거나 베이면 피부에 상처가 나면서 피가 나요. 그런데 피가 밖으로 나오지 않고 피부 밑에 고이는 경우도 있어요. 외부의 충격을 받아서 피부 바로 아래의 모세혈관이 손상되면, 모세혈관에서 혈액이 새어 나와 피부의 가장 바깥 부분인 표피 아래에 고여 빨갛게 보여요. 이를 ‘멍’이라고 하지요.


처음 멍이 들면 빨간색으로 보이고, 시간이 흐르면 곧 검푸르게 보여요. 이는 혈액 속 적혈구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라는 색소 때문이에요. 헤모글로빈을 이루는 헴●은 산소와 결합하면 빨간색을 띠지만, 혈관 밖으로 새어 나와 피부에 고이면 곧 산소를 잃고 검붉은 색이 되거든요. 이때 피부를 통해서 보면 멍은 검푸른 색을 띠지요.


검푸른 멍은 청록색, 황갈색 순서로 변하며 서서히 사라져요. 이는 우리 몸이 혈관 밖으로 새어 나온 적혈구를 분해하고 흡수해서 다시 사용하기 위한 과정 때문이에요. 먼저 헴은 철과 빌리베르딘으로 분해돼요. 빌리베르딘은 초록색 색소이기 때문에 이때 멍은 청록색을 띠어요. 이후 빌리베르딘은 노란색 색소인 빌리루빈●으로 바뀌고, 몸으로 흡수되면 간으로 가서 쓸개즙의 재료가 되지요. 동시에 철은 헤모시데린●이라는 단백질에 저장되어 몸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흡수된답니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면 멍이 사라지게 돼요.

 

●헴: 철을 포함하고 있어 산소와 결합하는 화합물로, 단백질인 글로빈과 같이 4개씩 결합해 헤모글로빈을 구성한다.

●빌리루빈: 빌리베르딘과 함께 쓸개즙에 포함되는 노란색 색소. 혈액에 많아지면 피부가 노랗게 되는 황달 현상이 일어난다.
●헤모시데린: 철을 포함한 갈색 단백질. 멍이 다 나은 후에도 피부에 일부 남아서 어두운 자국을 남기기도 한다.

 

 

멍이 빨리 나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통합과학 넓히기

멍의 색깔 속에 숨는 코로나19 바이러스?!

 

4월 22일, 영국 프랜시스크릭 연구소의 피터 체레파노프 박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멍 속의 색소와 결합해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항체의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표면에 튀어나와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우리 몸의 세포에 결합해서 침투해요. 바이러스를 막는 항체는 이 스파이크 단백질에 먼저 결합해서 바이러스가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요.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몸에서 많이 만들어지는 환자들도 증상이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혈액에서 바이러스와 항체가 결합하는 모습을 관찰했어요. 그 결과 혈액 속에 있는 빌리베르딘과 빌리루빈 색소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해 스파이크의 구조를 바꾸고, 항체와 결합하는 것을 최대 50%까지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그래서 항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지 못하고 환자들의 증상이 악화된 거예요.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환자의 폐에 있는 혈관을 손상시키고 면역세포의 수를 증가시키는데, 이때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혈액 속 빌리베르딘과 빌리루빈 수치가 올라간다고 설명했어요. 바이러스가 침투하면서 적혈구가 많이 파괴될수록, 바이러스가 몸을 숨길 수 있는 색소가 더 많아지는 거예요. 체레파노프 박사는 “혈액 속의 색소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결합하지 않도록 하는 약물을 투여해 바이러스를 더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에필로그

 

“멍의 색깔에 따라 알맞은 방법을 사용하면 금방 멍이 없어질 거예요! 행운을 빌어요.”
꿀록 탐정이 눈을 찡긋하며 말했어요.
“도련님, 잠깐만요! 남원에 계신 춘향 아씨로부터 편지가 한 통 더 왔어요!”
그때 찜질에 쓸 얼음을 가지러 갔던 방자가 편지를 한 통 더 가져왔어요.
“어디 보자, 자전거가 고장 났으니 자전거를 타는 대신 계곡에서 수영을 하자고? 오, 이런. 문제는….”
몽룡이 편지를 읽자, 방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어요.
“문제는 도련님이 수영을 할 줄 모른다는 겁니다.” 

 

개념 퀴즈

멍이 든 후에 곧바로 온찜질을 해 주면 좋다.

( o, x )

 

 

다양한 혈액 색소들, 또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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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병구 기자 기자
  • 일러스트

    이창섭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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