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기름을 밀어내며 피부로 숨을 쉬는 톡토기 선수! 톡토기의 피부를 모방해 피가 막히지 않고 흐르는 인공 혈관을 만들었다는데일리가 취재했어.
자기소개 부탁해.
안녕? 나는 작고 더듬이가 달린 절지동물 톡토기야. 썩은 나무 밑이나 늪처럼 서늘하고 습기 있는 땅에 살지. 톡토기는 폐가 아닌 피부로 숨을 쉬어. 피부가 물이나 기름으로 둘러싸이면 숨을 쉬지 못하지. 그래서 톡토기는 피부 표면에 난 버섯 모양의 돌기로 호흡을 방해하는 물과 기름을 밀어내. 덕분에 톡토기는 축축한 땅속에서도 숨을 잘 쉴 수 있어.
과학자들이 네 능력으로 새로운 걸 개발했다고?
4월 3일,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외 공동 연구팀은 톡토기의 피부 구조를 모방해 혈전을 예방하는 인공 혈관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어. 혈액에는 물과 단백질, 노폐물이 섞여 있어. 그런데 혈류가 느려지거나 혈관이 손상되면 혈액이 굳어 덩어리가 만들어질 수 있지. 이를 ‘혈전’이라고 해.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면 두통, 호흡 곤란, 급성 통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연구팀은 인공 혈관의 안쪽 표면을 톡토기 피부처럼 만들면, 물과 기름 성분으로 이뤄진 혈액을 관 안쪽으로 밀어내면서 혈전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어떻게 네 피부의 미세 구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거야?
연구팀은 고분자 재료를 사용해 톡토기 피부 구조를 모방한 판을 만들었어. 그런 다음, 판을 관 형태로 돌돌 말아 인공 혈관을 완성했지. 연구팀은 인공 혈관이 물과 기름을 쉽게 밀어내는 것을 확인했어. 기름과 물이 섞인 혈액도 잔여물을 남기지 않고 혈관 속을 빠르게 흘러 내려갔지. 토끼 실험을 통해 인공 혈관을 관찰했더니 혈전은 기존보다 99% 감소했고, 혈액이 흐르는 속도도 80% 개선된 것을 확인했어.
이전에 쓰이던 인공 혈관과는 어떤 차이가 있어?
그간 의료 분야에서 쓰이던 인공 혈관은 오랜 시간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어. 시간이 지나면 혈액이 굳어버려서 혈관이 막히는 부작용이 있었거든.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혈관의 표면으로 의료용 패치, 혈관 운송용 튜브 등 의료기기를 만들고 의료 소재도 개선할 수 있다”며 “방수가 필요한 태양광 패널과 선박 표면 등 다양한 산업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