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것으로 유명한 물곰! 물곰 단백질이 의약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운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데? 일리가 취재했어.
Q. 자기소개 부탁해.
나는 8개의 다리로 물속을 누비는 완보동물이야. 걷는 모습이 곰 같아서 물곰이라고도 불리지. 몸 길이가 약 0.1~1mm에 불과하지만 지구에서 가장 강한 생존력을 지닌 생명체로 알려졌어. 음식이나 물 없이도 최대 30년 동안 살 수 있고, 영하 273℃의 저온이나 151℃의 고온에도 살아남을 수 있지. 3월 20일, 미국 와이오밍대학교 연구팀은 물곰 단백질로 온도에 상관없이 혈액 응고 인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
Q. 혈액 응고 인자? 물곰 단백질이 왜 필요한데?
혈우병은 상처가 나면 피가 멈추지 않는 병이야. 태어날 때부터 피를 굳게 하는 혈액 응고 인자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병이지. 혈우병 환자는 피를 흘리면 수혈을 통해 혈액 응고 인자를 보충해야 해. 하지만 혈액 응고 인자는 온도에 민감해 정해진 온도 범위가 아니면 분해되고 말아. 그래서 멀리 운반해 치료에 쓰기에는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지. 연구팀은 물곰 단백질이 혈액 응고 인자를 안정적으로 보관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어.
Q. 그래서 물곰 단백질로 뭘 했어?
연구팀은 물곰의 몸 속에 있는 트레할로스와 CAHS D 단백질을 혈액 응고 인자와 결합했어. 그런 다음 건조시켜 변화를 관찰했지. 그 결과, 물곰 단백질 중 하나인 CAHS D는 혈액 응고 인자를 완벽히 보호했고, 또 다른 단백질인 트레할로스는 낮은 온도에서도 혈액 응고를 가속화했어. 이 외에도 48시간 동안 95℃로 가열하는 등 혹독한 조건에서도 혈액 응고 인자가 안정적으로 보관된다는 것을 확인했어.
Q. 물곰 단백질이 있으면 혈액을 멀리 안전하게 보낼 수 있겠네!
연구팀은 백신, 항체, 줄기세포 등에도 같은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어. 생물에서 추출해 만든 의약품은 보통 냉장 상태로 보관돼. 온도가 높거나 건조한 환경에서는 단백질이 분해될 수 있거든. 하지만 개발도상국 등 전기를 공급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의약품을 냉장 보관하기 어려웠지. 미국 와이오밍대학교 토머스 부스비 교수는 “물곰의 단백질을 사용해 전 세계 오지에도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을 안전하게 유통할 수 있다“고 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