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이 뜬다?!
틱톡 챌린지나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같은 짧은 영상을 본 적 있나요? ‘숏폼’은 짧다라는 뜻의 ‘숏(Short)’과 형식을 뜻하는 ‘폼(Form)’의 합성어로 몇 초부터 최대 10분 이내의 짧은 길이의 영상을 뜻합니다.
2022년 7월 데이터 분석 플랫폼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2022년 1월~3월) 전 세계 틱톡 이용자가 한 달 동안 평균 23.6시간을 틱톡에서 보낸 것으로 나타났어요. 유튜브 쇼츠는 하루 평균 300억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전체 사용 시간의 20%를 릴스에서 보내죠.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2022년 7월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청소년층인 Z세대는 평균적으로 평일에는 75.8분, 주말에는 96.2분 동안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어요. 숏폼은 이제 우리 일상 생활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영상 이용 매체라고 봐도 무방하지요.
왜 이런 숏폼 플랫폼이 요즘 디지털 세상의 대세가 되고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영상의 짧은 길이 때문입니다. 숏폼은 TV나 영화뿐 아니라 유튜브 영상과 비교해 보아도 무척 짧습니다. 평균적으로 30초에서 1분이고 아무리 긴 영상도 최대 10분을 넘어가지 않기에 핵심만 간결하게 제공해줄 수 있지요.
두 번째 이유는 자동 재생 기능입니다. 숏폼 영상은 검색보다는 알고리즘이 나를 이끄는 대로 다음 영상을 자동 재생해줘요. 디지털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가 보고 싶은 영상을 검색하고 찾을 시간에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다음 영상을 보여주니 편리하죠.
세 번째 이유는 제작과 공유가 쉽다는 것이에요. 짧아서 영상의 줄거리나 구성이 없어도 누구나 제작 버튼만 누르면 영상을 만들 수 있어요. 다 만든 영상은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 버튼을 누르면 손쉽게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숏폼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사회의 최신 유행과 놀이문화를 잘 반영하고 있어요. 이렇게 숏폼은 디지털 시민들이 홀딱 반할 수밖에 없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지요.
숏폼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얼마 전 마이크 갤러거 미국 하원의원은 올해 NBC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틱톡을 마약성 진통제에 빗대 ‘디지털 펜타닐’이라고 주장했어요. 숏폼이 마약과 같다니, 뭔가 무섭지 않나요? 실제로 틱톡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숏폼 미디어 이용으로 인한 사회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무제한 자동 재생되는 짧은 숏폼만 지속적으로 보다 보면 우리 뇌가 긴 길이의 영상이나 책과 같은 매체를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한 자극을 주는 영상에 적응해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고 더욱 큰 자극만을 추구하게 되는 팝콘브레인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답니다. 또 숏폼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영상들 중에는 다소 자극적이고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영상도 많아요. 얼마 전 숏폼에서 유행한 ‘나는 실패작이래’ 영상은 정서적으로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매우 유해할 수 있어요. 또한 숏폼이 놀이문화와 밀접하게 연계되는 과정에서, 다소 위험한 놀이가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는 문제도 있어요. ‘스컬 브레이커 챌린지’나 ‘범죄놀이’, ‘선생님 때리기’ 영상이 숏폼에 공유되면서 사회 문제가 되었고 미국에서는 ‘블랙아웃 챌린지(기절놀이)’를 통해 목숨을 잃은 학생도 있었지요.
마지막 문제는 미나 예술을 감상하는 시각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여러분은 만약 2시간짜리 영화를 10분 만에 요약한 숏폼을 보았다면 해당 영화를 온전히 다 본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다시 그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될까요? 숏폼 같은 짧은 요약 영상은 원본 작품을 제작하는 사람의 의도나 구성을 무시한 채 짧게 요약했을 뿐이라 영상을 제대로 본 것은 아니에요.
달콤한 사탕을 한번 맛보면 채소 같은 음식은 먹고 싶지 않죠? 그러나 우리 몸이 튼튼해지기 위해서는 사탕보다 몸에 좋은 음식들을 골고루 먹어야 하는 것처럼, 정신이 튼튼해지기 위해서는 숏폼뿐만 아니라 유익한 미디어를 골고루 보고 경험해야 한답니다. 숏폼만 보기 보단 두 시간짜리 영화나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는 것도 좋아요. 혹시 하루에 숏폼을 보는 시간이 너무 길다면 오늘은 한번 과감하게 산책해 보는 건 어때요? 우리가 사는 현실은 30초짜리 숏폼이 아니라 하루 8만 6400초 짜리 롱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