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 자기소개를 부탁해!
가리비: 안녕하세요. 연안부터 깊은 곳까지 전 세계 바다에 살고 있는 가리비예요. 두 장의 껍데기는 부채 모양이고, 껍데기의 너비는 2.5~15cm 정도이지요. 또 껍데기 표면은 밋밋하거나 곡선 모양, 비늘 모양 등 종에 따라 다양하답니다. 어릴 때는 수심이 얕은 지역의 모래나 자갈에서 주로 서식하다가 성장하면서 먼바다의 깊은 곳으로 이동하지요.
대부분 조개는 땅 속에 묻혀있거나 바위에 들러붙어 거의 움직이지 않아요. 하지만 저희는 바닷속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요. 이동할 때는 껍데기를 서로 마주친 다음 그 사이로 물을 밖으로 뿜어내 앞으로 나아간답니다.
일리: 너희에겐 눈도 있다며?
가리비: 껍데기를 조금 열면 그 틈으로 촉수와 살이 보일 거예요. 그 사이에 작은 점처럼 보이는 것도 있을 텐데 그것이 바로 저희의 눈이지요. 크기는 1mm 정도이고, 가리비 한 마리 당 약 200개의 눈을 갖고 있답니다. 눈을 이용해 주변의 포식자를 확인하고, 다른 곳으로 잽싸게 도망가지요.
저희에게 눈이 있다는 사실은 200여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어요. 하지만 그 구조와 원리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답니다.
일리: 그 원리가 대체 뭔데?
가리비: 이스라엘 바이즈만 과학연구소의 벤저민 팔머 박사는 가리비의 눈을 얼린 후, 잘게 썰어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어요. 그 결과, 가리비 눈에 렌즈 대신 거울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지요. 가리비의 눈 한 개는 나노미터 크기의 사각형 오목거울 수백 만 개로 이루어져 있었답니다.
사람은 수정체라는 렌즈로 빛을 모아 눈 뒤쪽 망막에 상이 맺히도록 해요. 반면 가리비는 수많은 거울로 빛을 반사해 눈 앞쪽에서 상을 얻지요. 즉, 사람의 눈이 카메라라면, 가리비는 반사망원경에 해당해요.
일리: 반사망원경과 비슷하다고?
가리비: 우선 거울이 빛을 반사하는 성질을 이용해 빛을 모으도록 했다는 점이 같아요. 또 과학자들은 더욱 멀리 있는 천체를 자세히 관측하기 위해 작은 거울을 이어 붙어 대형 반사망원경을 만들었는데, 가리비 역시 마찬가지예요. 가리비는 수백 만개의 거울을 이용해 정확하게 사물을 볼 수 있지요.
연구에 참여한 벤저민 팔머 박사는 “가리비는 200개나 되는 눈을 몸 전체에 배치하고 있다”며, “눈앞의 포식자를 더 잘 파악하고, 사방에 있는 먹이를 더 잘 탐색하기 위해 이런 눈을 가지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