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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우리는! 행복한 동물원] 동물을 보러 동물원 가도 될까?

 

봄이 되면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원을 찾아요. 사람들은 왜 동물들을 좋아할까요? 신기하고 새로운 볼거리가 필요한 걸까요? 아니면 동물 그 자체에 관심이 있는 걸까요? 행복한 동물원 마지막 시간에는 동물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동물권리 vs 동물복지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에게 왜 동물원에 왔는지 물어보면, “동물이 너무 좋아서요.” 또는 “동물의 보전에 기여하기 위해서요.”라고 말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요. 대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러 왔어요.”, “날씨가 좋아서 산책 왔어요.”와 같은 대답이 많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동물원이 동물을 가두어 놓고 인간이 즐기기 위해 만든 곳이라며 없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인간이 동물을 이용할 권리가 있는가?’라는 질문과 연결되죠. 이런 입장을 ‘동물권리론’이라고 합니다.

 

동물권리론자는 동물이 고유한 권리를 가지고 있어서 음식, 오락 등 인간을 위한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동물이 인간과 동등한 배려와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물원의 존재를 반대하기도 해요. 농장에서 동물을 길러 먹거나 가죽을 얻는 것도 반대하죠. 동물복지론은 약간 다릅니다. 동물복지론자는 식량이나 연구를 위해 동물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아요. 대신 동물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동물의 불필요한 희생에는 반대하죠. 동물의 복지 정도에 초점을 맞추고 적절한 음식과 쉼터, 의료 서비스 등 동물의 필요를 충족시키려고 합니다.

 

동물권리론과 동물복지론은 흑과 백처럼 둘로 나뉘는 개념은 아닙니다. 학자마다 입장이 다르지요. 동물의 이익과 인간의 이익을 같은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모든 동물들마다 주체적인 삶을 존중해 인간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요.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점은 ‘사람이 동물을 이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과학적인 해답이 있는 게 아니라 철학적인 문제가 담겼다는 거예요. 동물복지는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대상이에요. 동물복지 과학자들은 반려동물을 비롯해 농장, 연구실, 동물원 등에서 인간이 관리하는 여러 동물에 대한 복지를 조사하고 평가한답니다.

 

 

 

 

과학으로 발전하는 동물복지

 

초기 동물복지 과학자들은 동물들이 고통스럽지 않게 살도록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1965년 영국에서는 밀집 사육되는 가축의 복지를 위해 ‘다섯 가지 자유’라는 개념이 처음 제안되었어요. 농장 동물들에게 서고, 눕고, 돌고, 팔다리를 뻗고 몸을 그루밍할 수 있는 자유 공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지요. 이는 14년 뒤인 1979년, 더 넓은 의미의 ‘다섯 가지 자유’로 발전합니다.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두려움과 괴로움으로부터의 자유 등 동물의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모두 생각했고, 자연에서 보이는 정상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처음 도입됐죠. 이 개념은 그저 ‘불쌍해 보여’ 같이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과학적인 분석으로 동물복지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생각의 틀을 마련했습니다. 최근에는 동물복지의 ‘다섯 가지 영역’ 평가 방법을 사용해요. 영양과 환경, 건강과 행동이 만족되면 마지막 영역인 정신적 상태도 좋아진다는 내용이죠. 좋은 동물원에서는 주기적으로 각 영역의 복지 상태를 평가해 종합 점수로 나타냅니다. 그러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어요. 최근 과학자들은 동물들의 복지 상태를 더 과학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행동이나 호르몬 분석 같은 방법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은 왜 동물원에 올까요? 미국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의 유전자에는 생명에게 이끌리는 본능이 있다는 ‘바이오필리아’라는 가설을 주장했어요. 생명(bio)을 좋아한다(philia)는 뜻이지요. 사람들의 깊은 마음 속에는 동물과 생명에 대한 사랑이 있다는 의미예요. 동물원이 계속 존재해도 될지, 동물원에서 동물을 만나도 될지 고민이 많았다면 동물권리론과 동물복지론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세요. 우리동네 동물원 수비대처럼 동물복지 수준을 높이는 활동에 참여해도 좋겠지요. 좋은 동물원은 오늘도 동물의 행복한 하루하루를 만들고, 자연과 연결되려는 인간의 본성을 깨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 송혜경

(에버랜드 주토피아기획그룹 프로)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 동물원수족관학을 공부하고 현재는 에버랜드 동물원(주토피아)에서 동물 복지와 보전을 담당합니다. 동물원을 통해 사람들이 야생동물과 자연의 매력을 발견하고 함께 보호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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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송혜경
  • 에디터

    이병구 기자 기자
  • 디자인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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