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내 모자!”
순간적으로 불어온 강풍에 나그네가 쓰고 있던 모자가 날아가 버렸어요. 나그네는 찬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오자 입고 있던 코트를 세게 여몄습니다. 그러자 구름은 나그네에게 더욱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며 괴롭혔죠. 집으로 가기 위해 매번 이 골목을 지나야 하는 나그네는 강력한 바람 때문에 항상 감기가 떨어지지 않았어요.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태양과 바람의 끝나지 않는 대결
“훌쩍. 저 심술궂은 바람 때문에 제 감기가 낫질 않아요, 훌쩍.”
나그네는 뒤따라오던 꿀록 탐정에게 흐르는 콧물을 닦으며 호소했어요. 의뢰를 받고 찾아온 꿀록 탐정은 강한 바람에 입고 있던 옷의 단추를 차례로 잠그며 말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춥군요. 구름이 단단히 심술을 부리는 듯합니다.”
이곳에서 구름은 태양과 행인의 외투를 먼저 벗기는 대결을 벌이고 있었어요. 본인의 힘을 과신하던 구름은 당연히 자신이 이길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대결을 벌이는 족족 태양에게 패배하고 말았죠. 사람들은 바람이 불면 추워서 옷을 더욱 여몄어요. 반대로 태양이 강렬한 햇빛을 비추면 더워서 겉옷을 벗었고요. 설명을 듣고 상황을 파악한 꿀록 탐정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나그네에게 말했어요.
“이에 심술이 난 구름은 지나가는 사람마다 강한 찬바람을 일으켜 행인들이 추위에 떨게 만들었단 말이죠.”
나그네는 나뭇가지처럼 몸을 벌벌 떨며 호소했어요.
“저는 매번 이 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지나갈 때마다 바람이 너무 센 나머지 모자가 날아가고 콧물이 줄줄 흘러요.”
잠시 고민하던 꿀록 탐정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구름에게 외쳤어요.
“구름 님, 남아도는 힘으로 괜한 행인들 괴롭히지 말고 좋은 일 한번 해 봅시다!”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바람만으로 전기를 만드는 풍력발전기
높은 산지나 해안가에서 바람개비를 닮은 풍력발전기를 본 적이 있나요? 입김으로 바람개비를 돌리듯이, 풍력발전기는 자연에서 불어온 강한 바람으로 거대한 날개를 돌려 전기를 만들어요. 그런데 날개를 회전시킨다고 어떻게 전기가 만들어지는 걸까요?
바람이 불면 풍력발전소의 날개인 ‘블레이드’가 돌아가며 회전에너지가 발생합니다. 풍력발전기의 머리 부분에는 회전 수를 높여주는 ‘증속기’와 전기를 발생시키는 ‘발전기’가 들어 있어요. 블레이드가 만들어낸 회전에너지는 증속기를 거치며 전기를 만들기 더욱 적합한 회전에너지로 전환되며, 발전기를 가동시켜 전기를 생산합니다.
풍력발전기를 보면 대개 날개가 3개인 경우가 많습니다. 날개 개수가 3개인 이유는 효율성과 안정성 때문이에요. 날개가 4개 이상으로 늘어나면 바람을 받는 면적이 증가해 같은 풍력으로 회전에너지를 더 많이 만들 수 있지만, 안전성이 떨어집니다. 날개 하나당 무게가 10t(톤) 정도 되기에, 날개가 많아지면 날개를 지탱하는 기둥인 타워가 그 무게를 버티기 어려워지죠. 2개의 날개만 이용해 풍력발전기를 만들 수도 있지만, 날개가 3개인 편이 무게가 세 방향으로 분산되어 더욱 안정적이에요.
풍력발전기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바람개비 형태의 ‘수평축 풍력발전기’ 말고도 풍향계 모습의 ‘수직축 풍력발전기’도 있습니다. 수평축 풍력발전기가 방향에 영향을 많이 받는 반면, 수직축 풍력발전기는 바람의 방향에 관계없이 발전할 수 있지요. 하지만 수직축 풍력발전기는 수평축 풍력발전기에 비해 많은 전기를 만들어내지 못해 자주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풍력발전 방식이 연구되고 있어요. 열기구처럼 생긴 발전기를 공중에 띄우는 ‘공중부양 풍력발전’이 그중 하나입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이 강하고 일정하게 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죠. 2021년에는 스페인의 스타트업 ‘보어텍스 블레이드리스’가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날개를 돌리는 대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기둥 형태의 구조물이 떨리며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식이에요. 미래의 풍력발전기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통합과학 넓히기
대기 희박한 화성에서도 지구처럼 풍력발전을?
2022년 12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의 바람을 통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기가 희박한 화성에서는 풍력발전이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지금까지의 생각을 뒤집은 연구였죠.
화성의 대기는 지구의 1% 정도로 미미합니다. 같은 양의 바람이라도, 화성의 바람이 낼 수 있는 힘은 지구 바람의 1%에 불과한 셈이에요. 과학자들은 적은 대기로 인해 화성에서 풍력발전이 가능하지 않을 거라 예상했습니다. 가능하더라도 아주 미약한 양의 전기만 생산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NASA 아메스 연구센터 소속 빅토리아 하트윅 박사는 지구용으로 설계되었던 기존의 기후 모델●을 대기가 부족한 화성 환경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이어 1977년 바이킹호가 화성에 착륙해 얻은 데이터와 화성 궤도선 ‘마스글로벌서베이어’가 1997년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화성의 지형과 열에너지, 먼지 수치, 태양 복사 에너지 등을 기후 모델로 계산했어요. 또한 화성의 여러 지역별 데이터를 대입하며, 풍력발전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전력량과 풍력발전의 가능성을 계산했습니다.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 기존 화성 유인 탐사 후보지 50곳 중 10곳에서 풍력발전이 가능하다고 밝혀졌어요. 연구팀은 또한 풍력발전이 화성의 주력 에너지원이던 태양광발전을 보조하는 것은 물론,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부는 장소가 있단 사실도 발견했죠. 일부 지역에서는 풍력발전량이 태양광발전량의 최대 3.4배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유력한 화성 에너지원인 태양광발전은 화성의 모래 폭풍으로 인해 태양광 패널이 모래로 뒤덮이며 전력 생산에 자주 방해를 받았습니다.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해선 에너지 공급이 큰 숙제였죠. 하트윅 박사는 “가볍고 작은 화성용 풍력발전기와 화성 현지의 물질 등을 이용하면, 풍력발전은 미래의 화성 유인 탐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후 모델: 시간에 따른 기후 변화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의 기후를 예측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