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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학 교과서] <피터팬> 저, 이제 키 크고 싶어요.

“아이고, 어깨야….”
요즘 꿀록 탐정은 오랫동안 앉아서 일만 하다 보니 여기저기 안 쑤신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기로 했죠. 드디어 예약한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사무실을 막 나서려는데, 누군가 다급히 문을 열어젖혔어요.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RM처럼 키가 크고 싶어요

열린 문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피터팬이었어요. 오랜만에 보는 그의 모습에 꿀록탐정은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죠.
“피터팬 군? 오랜만이네요. 네버랜드에서 여기까진 웬일인가요?”
“꿀록탐정님, 저 키 크고 싶어요! 영원히 크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저를 좀 도와주세요!”
간절한 피터팬의 모습을 보고 놀란 꿀록 탐정이 물었어요.
“네버랜드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러자 피터팬이 쭈뼛거리며 대답했죠.
“그게…. 얼마 전에 네버랜드에서 BTS 콘서트가 열렸거든요. 웬디가 RM을 보고 반해버렸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자기 이상형은 RM같이 키 크고 멋진 어른 남자라고 하더군요. 웬디가 저 말고 다른 남자를 좋아하다니! 흑흑…. 저도 이제 어른이 될래요. 그런데 제가 성장을 안 한 지 오래돼서 키가 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피터팬 군이 자라고 싶다는 말을 하다니, BTS의 위력이란…. 제가 마침 정형외과를 가려던 참이었는데, 같이 가시죠. 의사 선생님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피터팬은 꿀록 탐정과 함께 병원을 찾았어요. 의사 선생님은 이것저것 검사를 해보신 후, 약간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피터팬 군, 키가 크려면 말이죠….”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키 성장은 성장판과 성장호르몬이 비결!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만 2세까지, 그리고 사춘기에 가장 빠르게 성장해요. 몸의 성장은 근육이나 체중의 증가도 있지만, 키의 성장이 가장 두드러지죠. 키가 큰다는 건 몸의 뼈가 자란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뼈가 자라는 데에는 성장판이라는 특수한 구조와 성장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해요.

 

 

 

뼈는 어떻게 자라는 걸까?

 

 


키가 크기 위해서는 우선 뼈에게 성장하라는 신호를 보내야 해요. 이 신호를 담당하는 것이 바로 성장호르몬이에요.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몸 곳곳으로 분비되지요. 성장호르몬은 뼈의 성장은 물론이고, 지방을 분해하고 단백질을 합성하도록 해 우리 몸의 성장을 도와요.


그런데 성장호르몬이 직접 뼈에게 신호를 주는 건 아니에요.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된 성장호르몬은 간에서 ‘인슐린유사성장인자(IGF-1)’라고 하는 성장조절물질을 만들도록 지시해요. 바로 이 성장조절물질이 성장인자결합단백질(IGFBP-3)과 결합해 뼈에 있는 성장판까지 이동한 후, 뼈가 자라도록 신호를 주죠.


성장판은 손가락, 발가락, 팔, 다리 등 긴 뼈가 있는 부위의 양쪽 끝에 위치해 뼈가 자라는 곳이에요. 뼈와 달리 단단하지 않은 연골로 이뤄져 있죠. 이 연골세포들이 성장조절물질의 신호를 받아 세포 분열을 하면서 성장판의 한쪽이 크고 두꺼워져요. 이후 연골세포들이 단단한 뼈로 바뀌면서 뼈가 성장하는 거랍니다.


성장판의 연골 세포들이 모두 뼈로 바뀌면, 키 성장은 멈춰요. 이런 상태를 ‘성장판이 닫혔다’라고 말해요.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는 성별과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여성의 경우 15세, 남성의 경우 17세로 알려져 있어요.

 

 

 

통합과학 넓히기

키는 유전이다?

‘키는 유전’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부모님의 키가 자식의 키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키는 유전적 영향을 많이 받아요. 과학자들이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의 키는 유전적 요인이 60~80% 정도 차지한다고 해요.


다만 특정 유전자 하나가 키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키는 수백에서 수천 개에 이르는 수많은 유전자가 복잡하게 얽혀 결정된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유전자들을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았지요.


최근 약 600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전 세계 540만 명의 유전체를 분석해, 키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1만 2000개를 찾아냈다고 발표했어요. 연구팀이 찾아낸 유전자들은 성장 장애와 관련된 유전자, 성장판에 신호를 전달하는 유전자 등 골격 성장과 관련된 유전체 영역 주위에 모여 있었어요. 연구를 이끈 호주 퀸즈랜드대학교 분자생물학연구소 익 옌고 연구원은 “이번에 찾아낸 유전자들은 사람들마다 키가 차이나는 이유의 40%까지 설명해줄 수 있다”며 “현재 아이의 키는 부모의 평균 키를 이용해 예측하는데, 이번 연구 결과로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키가 유전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환경의 영향이 20~40%나 되니 너무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어요. 수면 습관과 영양 섭취, 운동과 스트레스 등에 따라 예측된 키보다 최대 10cm까지 더 클 수도, 10cm 더 작아질 수도 있어요.

 

 

 


2020년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연구팀은 어린이의 뼈가 잘 성장하기 위해 지켜야 할 일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11~13세 어린이 804명의 일과와 뼈를 측정해 이상적인 생활 습관을 조사했어요. 그 결과, 달리기 등의 중강도 신체 활동은 1시간 30분, 걷기 등의 가벼운 운동은 3시간, 공부나 독서 등 앉아 있는 생활은 8시간, 수면은 10~11시간을 지켜야 뼈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특히 연구팀은 잠을 많이 자야 성장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된다고 강조했어요. 도트 뒤무드 연구원은 “어린이와 청소년기에 뼈가 잘 자라야 성인이 됐을 때 골다공증이나 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며 “키 성장을 위해서는 운동이 중요한 만큼, 충분한 수면도 필요하다”고 말했답니다.

 

 

에필로그

“다행히 피터팬 군의 성장판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 문제가 있습니다.”
“네? 무슨 문제인가요?”
“늦게까지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면 안 됩니다!” 
꿀록 탐정의 말에 피터팬이 놀란 표정을 짓자 꿀록이 단호하게 말했어요.
“편식도 하면 안 돼요! 충분히 자고, 골고루 먹고,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키가 클 수 있어요!”
피터팬은 꿀록 탐정의 말대로 생활계획표를 짜면서 울먹였어요.
“어른이 되는 건 역시 싫다! 웬디야, 그냥 계속 RM 좋아해! 난 안 자라고 이대로 있을래!” 

 

2022년 2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오혜진 객원기자
  • 일러스트

    박정제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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