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입자와 반응하지도 않고, 자기장이나 중력 등에 끌려 다니며 경로를 바꾸지도 않는다는 친구가 남극에서 발견됐대. 그래서 나 과학마녀 일리도 이곳으로 날아 왔어. 그런데 이 친구…, 내게 우주의 비밀을 알려준다나?
반가워요! 자기소개 해 주세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 중 하나인 ‘중성미자’라고 해요. 우리는 별이 핵융합하거나 폭발할 때, 다양한 원인으로 만들어져서 우주를 떠돌고 있어요.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아 지구에 도달해서도 아무 반응 없이 0.04초만에 관통해 버려요. 심지어 1초에 100조 개의 중성미자가 인간의 몸을 통과할 정도죠. 있는 듯 없는 듯 하다며 ‘우주의 유령’으로 불려요.
그런데 남극 얼음에서 발견됐다면서요?
남극에는 2010년에 설립된 중성미자 연구 시설인 ‘아이스 큐브’가 있어요. 과학자들은 남극 지하의 얼음에 5200여 개의 광센서를 설치해 중성미자를 찾아내고 있지요. 지난 11월 4일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 프랜시스 할젠 교수팀은 지구로부터 4700광년 떨어진 고래자리 A은하에서 날아온 중성미자 79개를 검출했다고 발표했어요. 아이스 큐브는 2018년에 처음으로 지구로부터 37억 광년 떨어진 오리온자리 블랙홀에서 나온 중성미자를 발견했는데, 이번에는 100배나 가까운 곳에서 나온 중성미자를 확인한 거랍니다.
왜 중성미자를 찾으려고 혈안인 거죠?
우주와 생명체의 기원을 밝힐 열쇠기 때문이에요. 빅뱅이 일어난 직후, 우주에는 물질과 반물질이 만들어졌어요. 물질과 반물질은 서로 반응해 폭발하면서 빛이 되어 사라졌는데, 이상하게도 현재는 물질만 남았어요. 반물질이 왜 사라졌는지 미스터리를 풀 열쇠가 중성미자로 여겨지고 있죠. 중성미자를 찾으면, 빅뱅 직후 이야기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면요?
고래자리 A은하는 중심부에 거대 블랙홀이 존재해요. 이 블랙홀이 주변을 집어삼키는 과정에서 중성미자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중심부가 두꺼운 먼지와 가스로 가려져 있어서 관측이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날아온 중성미자가 남극 얼음에서 포착되었고, 고래자리 A은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망원경으로 관측하지 않아도 연구가 가능해졌죠. 연구진은 “중성미자를 통해서도 별의 폭발과 같은 격렬한 우주 활동을 연구할 수 있게 됐다”며 중성미자 천문학을 실현할 새로운 시작임이 분명하다고 의의를 밝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