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나 꿀벌 같은 ‘화분 매개 곤충’은 꽃에서 꽃가루를 얻고, 식물은 그 덕에 종자를 널리 퍼뜨릴 수 있지. 그런데 대기가 오염되며 이런 공생 관계가 깨지고 있다고 하네! 무슨 이유일까? 과학마녀 일리가 꽃 향기를 맡기 힘들어 길을 헤매곤 한다는 나방을 만나고 왔어.
안녕, 자기소개를 부탁해!
반갑습니다. 저는 갈수록 오염되는 공기 때문에 종종 길을 잃곤 하는 나방이에요. 공기 오염이 심하지 않았을 때는 꽃 향기를 잘 맡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향기가 매연에 가려져 꽃이 어디 있는지 찾기 어려워요. 저를 비롯해 꽃을 찾아 나서는 나비, 꿀벌, 파리 등 다른 동료들도 길을 헤매고 있지요. 지난 1월, 영국 레딩대학교의 제임스 라이얼스 교수팀은 대기 오염 때문에 곤충들이 꽃을 찾아가는 빈도가 줄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알아냈답니다.
대기가 오염되면 왜 꽃을 잘 못찾니?
자동차 배기가스 등으로 발생한 오염 물질은 꽃 향기를 내는 냄새 분자와 결합해요. 결합한 분자들은 이후 화학 반응을 일으켜 다른 화학 물질로 변하게 되죠. 그렇게 되면 꽃 향기 속 냄새 분자를 통해 꽃을 찾던 곤충들에게 혼란을 주게 됩니다. 연구팀은 대기 오염이 실제 환경에서 수분●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야외의 흑겨자밭을 찾았어요. 밭을 반으로 나눠, 한쪽에 대기 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이나 오존 등을 노출시켰죠.
수분이 얼마나 감소했던 거야?
두 곳을 비교한 결과, 대기 오염에 노출된 꽃밭은 오염되지 않은 꽃밭에 비해서 수분이 3분의 1가량 감소했습니다. 또한 꿀벌과 나비처럼 꽃을 직접 방문해 꽃가루를 나르는 화분 매개 곤충의 개체 수가 70% 줄어들었죠. 이로 인해 곤충이 오염된 꽃밭의 꽃에 방문한 횟수는 기존 대비 무려 90%나 감소했어요. 미국의 법적 대기 오염 기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의 농도로 실험을 했음에도 수분 감소가 명확했죠.
적은 대기 오염도 수분에 큰 해를 끼치다니!
자연에서 곤충이 일으키는 수분은 식물에게 꼭 필요합니다. 특히나 농작물의 경우에는 곤충의 수분이 전체 수분의 70%나 담당할 정도로 중요하죠. 라이얼스 교수는 “대기 오염 물질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는 대기 오염이 곤충의 수분 활동도 급감시킨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계기였다”며 “대기가 오염되며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자연 생태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우려를 표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