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에 산 지 벌써 1년이 다 돼 가네. 그런데 이 길은 처음 와 보는걸?”
전염병으로 부모님을 여읜 메리는 1년 전 고모부 댁으로 내려와 살게 됐어요.
그런데 오늘은 산책하던 중 낯선 길로 접어들게 됐지요.
“어? 이건 무슨 열매지? 정말 예쁘다.”
빨간 열매를 본 메리가 나무를 만지려는 순간,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어요.
“멈춰~! 그 나무는 만지면 안 된다고!”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비밀의 화원, 문이 열리다!
메리가 열매에 손대려는 순간, 꿀록 탐정이 멈추라며 소리쳤어요.
“아니, 나는 그냥 열매가 예뻐서 가지 몇 개만 꺾어 갈까 하고….”
꿀록 탐정의 고함에 놀란 메리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이건 찔레나무야. 가지를 잘 봐. 온통 가시로 뒤덮여 있어서 가시나무라고도 불러.”
“어? 정말 가시가 많네?”
“윗마을 저택에 사는 메리 맞지? 난 꿀록 탐정이야.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네. 무슨 일 있니?”
꿀록 탐정의 질문에 메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어요.
“이 쪼그만 가시가 사람을 다치게 하듯, 내 마음에도 가시가 있는 것 같아. 부모님을 여의고 이곳 시골에 온 후로, 내 마음은 쓸쓸하기만 해. 그래서 자꾸 사람들에게 심통만 부리게 되고…. 그래서 오늘 우연히 발견한 이 아름다운 화원의 나무들이 시들시들한 것도 나 때문인가 싶어서 슬퍼.”
메리가 눈물을 글썽이며 무심히 찔레나무의 가시를 향해 손을 뻗자, 꿀록 탐정이 황급히 메리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어요.
“너 때문이 아냐. 나무들이 시든 건 이유가 있을 거야.”
꿀록 탐정은 메리의 외로움이 사무치게 느껴져 꼭 도와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개코 조수와 나무들을 면밀히 관찰하다가 단서를 찾았지요.
“메리, 내가 이 비밀의 화원을 다시 아름답게 바꿔 줄게!”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시들시들한 식물이 싱싱해지려면?
식물은 동물과 달리 평생을 제자리에 머물며, 광합성을 해서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요. 극한 환경에 처한다고 해도 도망칠 수 없는 식물은 살아남기 위해 몸을 단단하게 만들었지요. 식물의 몸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식물 세포에는 동물 세포와 다르게 특별한 보호막이 하나 있답니다. 바로 ‘세포벽’이에요.
동물 세포는 얇고 유연한 세포막으로 덮여 있어요. 식물 세포는 세포막 바깥에 일정한 모양을 유지시켜 주는 딱딱한 세포벽이 함께 있답니다. 그래서 이 튼튼한 세포벽 덕분에 다양한 자연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지요.
그런데 이렇게 강한 생명력을 지닌 식물도 물이 없으면 시들시들해져요. 시들시들한 식물의 세포를 보면, 커다랗던 물주머니가 쪼그라든 것을 볼 수 있어요. 물주머니처럼 생긴 이 기관을 ‘액포’라고 해요. 액포 안에는 물과 영양물질, 효소 같은 것이 담겨 있어요. 액포 속 물이 줄어들면 나뭇잎이 시들시들해지죠. 반대로 액포 안에 물이 가득 차 있으면 식물 전체가 팽팽해져서 싱싱한 모습이 된답니다. 이처럼 식물이 싱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물이 중요하지요.
대부분 식물 세포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것이 액포예요. 어떤 세포는 액포가 내부 공간의 90%를 차지하기도 하지요. 또한 많은 식물이 하나의 세포에 액포 하나를 가지고 있는데, 세포 하나에 여러 개의 액포를 가진 식물도 있답니다.
통합과학 넓히기
액포 여러 개를 만드는 유전자 발견!
지난 9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의 식물 발생 및 유전학과 로날드 코스 교수 연구팀은 식물 세포의 액포를 여러 개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발견했어요. ‘RAB5a’라는 이름의 이 유전자가 발현되자 하나의 식물 세포 속에 액포가 여러 개 만들어졌답니다.
액포는 식물에 꼭 필요한 영양성분과 식물이 내뿜는 노폐물 등 식물과 관련된 모든 물질을 저장하는 주머니예요. 꽃의 표면에 있는 세포의 액포에는 꽃의 색을 결정하는 색소가 들어있답니다. 또한 과일 세포의 액포에는 과일 맛을 결정하는 산과 당분이 들어있지요. 바닷가에서 자라는 식물은 액포에 염분도 저장할 수 있다니 정말 놀랍죠?
그런데 약 20년 전, 식물 세포 하나에 여러 개의 액포를 가진 식물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한 개의 식물 세포에는 한 개의 액포만 들어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큰 액포 주변에 작은 액포들이 있는 식물 세포도 발견되고, 비슷한 크기의 액포 여러 개가 있는 식물 세포도 발견되며 과학자들은 고민에 빠졌죠.
코스 교수팀은 여러 개의 액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피튜니아의 꽃봉오리 세포에서 꽃이 필 무렵 ‘RAB5a’ 유전자가 매우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답니다. 그리고 RAB5a 유전자가 활성화되자, 색소가 들어있는 큰 액포 외에 작은 액포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죠. 유전형질을 변형해 RAB5a 유전자가 더 많은 피튜니아는 작은 액포의 크기가 더 커지기도 했어요. 반대로 RAB5a 유전자가 없는 피튜니아는 추가 액포가 만들어지지 않았지요. 이렇게 RAB5a 유전자의 발현으로 생긴 액포는 그 크기와 수에 따라 꽃잎의 색과 모양까지 결정했어요.
RAB5a 유전자는 피튜니아 외에도 많은 식물이 가지고 있어요. 감귤류도 RAB5a 유전자를 가진 식물로 추측하고 있어요. 코스 교수팀은 2019년 감귤 세포의 액포가 산의 양을 조절해 과일의 신맛과 단맛을 조절할 거라 판단했어요.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기존의 감귤류 식물의 생물학적 정보에 RAB5a 유전자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에필로그
“정말 아름다워요~!”
메리는 한 달 만에 다시 싱그러워진 화원을 보고 감탄했어요.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부쩍 밝아진 메리의 얼굴에 뿌듯했답니다. 하지만 고된 화원 일에 녹초가 되어 쉬고 싶었지요.
“메리, 그럼 우리는 이만 가 볼게.”
서둘러 탐정 사무소로 돌아가기 위해 채비를 마친 꿀록 탐정. 지친 얼굴로 메리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는 순간, 옆집 백작부인이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를 붙잡았어요.
“꿀록 탐정, 그냥 가지 말고 우리 집 정원도 좀 부탁할게~!”
개념 퀴즈
물을 충분히 머금은 식물의 기공은 열린다.
( O , 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