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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 캐고 지질학자] 산호초가 다져지면 석회암이 된다고?!

하얀 백사장, 푸른 바닷물, 늘씬한 야자수, 뜨거운 태양! 안녕하세요. 지질학자 우경식입니다.
이곳은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연방국에 있는 산호초. 저는 방금 바닷속에 들어가 산호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입니다. 여름이라 놀러 갔냐고요? 물론 연구를 위해 왔지요. 
이곳 산호초에 사는 다양한 생물들이 암석의 원료가 되거든요!

 

 

산호초가 굳어지면 석회암이 된다?!

 

지질학자 하면 산에 오르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고요? 암석을 연구할 수 있다면 지질학자는 어디든 가리지 않습니다. 그중의 한 곳이 산호초지요. 산호는 촉수를 이용해 플랑크톤을 잡아먹는 자포동물이에요. 열대나 아열대의 얕은 바다에는 수많은 산호충이 모여 산호가 자라는데, 오랜 시간 자란 산호를 비롯한 여러 생물의 유해가 쌓이면 섬을 둘러싼 둥그런 암초가 생겨요. 이를 ‘산호초’라 부르죠.


저는 2009년에 산호초를 연구하러 태평양에 간 적이 있어요. 미크로네시아 연방국 내의 추크주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연구기지가 있습니다. 이곳은 물론, 일본의 지질학자들과 함께 남태평양 타히티섬에도 산호초를 연구했지요.


그런데 산호와 지질학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냐고요? 이를 알려면 백사장의 흰 모래를 한 움큼 쥐어서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됩니다. 그러면 모래 조각 대부분이 바다 생물의 껍데기 조각임을 알 수 있어요. 산호는 물론 조개, 맨눈으로 보기 힘든 작은 플랑크톤인 유공충까지 수많은 생물의 껍데기가 잘게 부서져서 모래를 만든 겁니다.

 

 


이 모래의 주성분은 ‘탄산칼슘(CaCO3)’입니다. 해양동물들이 물속의 탄산이온(CO32-)과 칼슘이온(Ca2+)을 합쳐서 만들지요. 해양동물이 죽으면 살은 썩고 껍데기는 부서져 바닥에 쌓입니다. 이렇게 쌓인 퇴적물을 탄산염 퇴적물이라 하는데, 이 퇴적물이 많이 쌓여 강하게 압축되거나 비를 오래 맞으면 ‘석회암’이라는 돌이 됩니다. 석회암은 석유를 함유하거나 시멘트의 원료가 되는 등 산업 전반에 이용돼요. 무늬가 아름다워 건물의 벽에 쓰이기도 하죠. 혹시 백화점 같은 건물에서 조개껍데기 자국이 있는 벽면을 봤다면, 오래전에 만들어진 석회암 속 화석일 수도 있지요!

 

 

 

특이한 퇴적암인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을 만들다!

암석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져요. 그중 마그마가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화성암’, 이미 만들어진 암석이 땅속에서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새로이 만들어진 ‘변성암’은 이전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나머지 한 가지가 석회암처럼 퇴적물이 쌓여 굳은 ‘퇴적암’입니다.

 

 


강가나 바닷가에 쌓인 모래를 본 적 있나요? 지표에 드러난 암석이 풍화되어 만들어진 모래나 흙은 물이나 바람을 타고 이동해 낮은 곳에 쌓입니다. 이를 ‘퇴적물’이라 하지요. 퇴적물이 오랫동안 쌓이면 압력에 의해 빈틈이 다른 광물로 채워지면서 퇴적암이 됩니다. 모래가 두껍게 쌓이면 퇴적암인 ‘사암’이 될 거예요. 사암 이외에도 굵은 입자가 섞인 ‘역암’, 진흙이 굳어진 ‘이암’ 등 퇴적물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퇴적암이 생겨요.


특히 석회암은 독특한 지형을 만듭니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은 산에 잘 녹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하수나 빗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녹아 들어가 약한 산성을 띱니다. 그래서 석회암은 다른 암석과는 달리 풍화를 받으면 흙이 되지 않고 대부분 빗물에 녹아 버려요. 

 

 


석회암 지대가 오랫동안 침식되면 석회암이 녹으면서 특유의 지형이 생기는데, 이를 ‘카르스트 지형’이라 해요. 예를 들어, 지하의 석회암이 녹으면 땅이 움푹 꺼지면서 ‘돌리네’라 불리는 지형이 생겨요. 카르스트 지형에서는 냇물이 땅 위가 아니라 석회암이 녹아서 생긴 지하 하천을 통해 흐르기도 해요.


우리나라에는 강원도와 충청북도, 경상북도에 카르스트 지형이 있는데, 해외에서는 훨씬 큰 규모로 나타나기도 해요. 중국 남서부의 광서성 지역에는 우리나라의 면적보다 더 큰 석회암 지대가 있어요. 뾰족한 탑처럼 우뚝 솟은 산봉우리들이 장관을 이루지요. 제가 201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심사를 하러 갔을 때, 그 엄청난 규모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답니다. 이러한 산봉우리들이 빗물에 서서히 녹으면 몽실몽실한 낮은 언덕으로 변해요. 필리핀의 ‘초콜릿 언덕’이라는 지형이 유명하지요.


산호초에서 시작된 석회암의 여행은 세계 곳곳의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아직 말하지 않은 특별한 카르스트 지형이 있어요. 바로 석회동굴이지요. 다음 편에는 직접 동굴 탐사를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필자소개

우경식(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해양지질학을 공부하고 1986년부터 강원대학교 지질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동굴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IUCN 세계자연유산 심사위원으로 세계의 지질유산을 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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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4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우경식 교수
  • 에디터

    이창욱 기자 기자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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