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를 해주겠니?
안녕, 난 당나귀고, 이 친구는 말이야. 말은 6000년 전부터 사람과 함께 지낸 동물이야. 자동차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말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했지. 말의 긴 목과 쭉 뻗은 다리는 빨리 달리는 데 적합했거든. 근육질 뒷다리를 힘차게 뻗어 최대 시속 70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지. 키는 약 2m에, 평균 몸무게는 350~700kg 정도란다.
당나귀도 말과의 동물이지만, 말보다 몸집이 작은 편이야. 약 1.5m의 키에 몸무게는 평균 300kg 정도지. 비록 덩치는 말보다 작지만, 몸이 튼튼하고 지구력이 강해서 척박한 환경에도 잘 적응한다고!
북미에선 골칫덩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말과 당나귀는 약 500년 전,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왔어. 하지만 19세기 자동차의 발달로 가치가 떨어지자 야생에 버려졌지. 흑…. 이때 우리가 구덩이를 파는 버릇 탓에 나무 등 식물을 쓰러뜨리고 기존 생태계를 망친다고 여겨졌지. 하지만 최근 이런 소문이 오해라는 연구가 나왔어!
생태계를 망치는 게 아니었구나!
응. 4월 30일,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 생물학과 에릭 룬드그렌 연구팀은 야생말과 당나귀가 건조한 지역의 생태계를 풍요롭게 만든다고 발표했어. 연구팀은 우리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미국 소노라 사막과 모하비 사막에 카메라를 설치해 관찰했어.
관찰 결과, 야생말과 당나귀가 생활하는 곳에 다양한 동물들이 모여 살았어. 야생말과 당나귀는 강이 마르면 물을 마시기 위해 바닥을 2m가량 파서 물웅덩이를 만드는데, 여러 생태계 일원이 이 웅덩이의 혜택을 누린 거지. 사슴, 곰 등 포유류부터 올빼미, 두꺼비 등 웅덩이 물을 마셨고, 근처에서 식물이 자라기도 했어. 웅덩이 주변의 생물 종은 다른 곳보다 64% 더 다양했지.
너희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잖아?
훗, 연구팀은 우리를 ‘생태계 엔지니어’라고 부를 정도였다고. 에릭 룬드그렌 박사후연구원은 “덕분에 다른 동물들이 물을 찾아 돌아다니는 거리가 단축되고, 물을 놓고 다투는 일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