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동굴 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다 강원도 태백시 황지천의 ‘구문소’라는 곳에 들렀어요. 이곳에 펼쳐진 석회암 지대는 지난 30년 동안 매년 대학생 제자들과 함께 현장 조사를 하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구문소의 석회암이 특이한 이유는, 첩첩산중인 이곳에 얕고 따뜻한 바다에 살던 생물들의 화석이 남아있다는 거예요. 어떻게 된 걸까요?
4억 년 전 강원도는 바닷가였다?
구문소의 석회암 단면을 살펴보면, 밝고 어두운색이 번갈아 층층이 쌓인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 구조를 ‘스트로마톨라이트’라 부릅니다. 4억 년 전 고생대 시기, 얕은 바닷가에서 광합성을 하던 미생물이 만든 끈적끈적한 생물막에 퇴적물이 붙어 굳은 거예요. 놀랍게도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답니다. 호주 대륙의 서해안에 가면, 따뜻하고 얕은 바닷가에서 미생물들이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구문소 일대는 이런 귀중한 화석 덕분에 천연기념물 제417호로 지정되어 있지요.
강원도가 바다였다는 또 하나의 증거는 구문소에서 약간 떨어진 영월군에 있어요. 이곳의 석회암 지대를 잘 관찰하면 구불구불한 둥근 띠무늬를 찾을 수 있어요. 작고 희미해서 지나치기 쉽지만, 이 무늬는 ‘스트로마토포로이드’라는 화석이에요. 지금은 멸종했지만, 지질학자들은 스트로마토포로이드가 현재 열대 지역의 바다에서 자라는 해면동물(스펀지)과 비슷한 종류일 거로 추측하고 있지요.
두 지질학 증거는 4억 년 전 강원도가 따뜻했을 뿐만 아니라, 산이 아니라 얕은 바다였다는 사실까지도 알려주고 있지요. 현재 한반도가 지금보다 적도에 가까웠고, 오랜 시간 동안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해서 지금의 위치로 이동했을 수 있다는 거죠.
움직이는 지구, 미래에는 초대륙 등장?
지구는 지금도 계속 움직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아프리카 동부의 모잠비크에서 사해에 이르는 5000km에 달하는 지역은 매년 6~7mm 정도 멀어지고 있죠. 아프리카 대륙에 걸친 지역을 ‘동아프리카 지구대’라고 부르는데 땅이 갈라지며 호수가 생기고, 지진이나 화산 활동도 일어나요. 지질학자들은 수천만 년 후 이곳에 바다가 생길 것으로 추측해요.
대륙이 움직인다고 처음 주장한 사람은 독일의 과학자 알프레트 베게너예요. 그는 1912년, 남아메리카 대륙의 동쪽 해안선과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 해안선이 퍼즐처럼 맞는 걸 보고, 두 대륙이 과거에 붙어 있다가 떨어졌다는 ‘대륙이동설’을 주장했어요. 하지만 대륙이 움직이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해 지질학자들은 반세기 동안이나 그의 주장을 믿지 못했죠.
대륙이 움직이는 이유는 지구가 처음 만들어질 때 뜨거웠던 내부가 아직도 완전히 식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지구는 약 46억 년 전, 태양 주위를 돌던 여러 천체가 합쳐지며 탄생했어요. 많은 천체가 부딪혀 한 덩어리가 되는 과정에서 지구의 표면까지 뜨거운 마그마*의 바다가 되었어요. 이후 표면은 식어 굳으면서 ‘지각’이 되었지만, 내부의 ‘맨틀’은 아직도 뜨거운 액체 상태예요. 맨틀은 지금도 내부의 열을 바깥으로 전달하고 있어요. 지구 깊은 곳의 맨틀은 따뜻해지면 위로 솟아오르며 지각 가까이 열을 전달하고, 식으면 다시 아래로 가라앉아요. 맨틀의 움직임에 따라 지구의 겉껍데기인 지각은 여러 조각의 ‘판’으로 나누어진 채 벌어졌다 모였다 움직여요. 판의 움직임에 따라 대륙도 움직이고요. 동아프리카 지구대는 물론, 지질 활동이 활발한 여러 지역이 판과 판이 만나는 경계에 있답니다.
현재의 지질 활동을 추적하면 과거의 모습을 추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모습도 예측할 수 있어요. 1974년 캐나다의 지질학자 존 투조 윌슨은 태평양 같은 큰 바다 양쪽의 대륙이 새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윌슨의 윤회설’을 발표했어요. 이 이론은 나중에 지구의 대륙들이 계속 움직이면서 3~5억 년의 주기로 초대륙*으로 합쳐졌다 나누어진다는 학설로 발전했지요.
지질학자들은 앞으로 5000만 년~2억 년이 지나면 새로운 초대륙이 생겨날 거로 추측하고 있어요. 그때 한반도는 어디로 떠내려가 있을까요?
용어정리
* 마그마 : 암석이 뜨거운 열로 녹아 액체 상태가 된 물질.
* 초대륙 : 현재의 대륙이 연결되어 하나의 커다란 대륙이 된 모습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