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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캐고 지질학자] 끙끙! 지질학자는 지금 동굴 탐험 중!

“교수님, 제 손을 잡으세요! 얼른 나오셔야 합니다!”
여기는 깜깜한 동굴 속, 기어가야 할 정도로 좁은 틈 사이! 
얼른 이곳을 지나가야 아름답게 자라는 석화를 볼 수 있는데…. 뭘 하는 중이냐고요? 저는 지질학자 우경식, 지금 동굴을 험하는 중이지요. 지질학자가 어떤 직업인지 올해 새롭게 시작한 ‘파고캐고 지질학자!’ 1화에서 들려드릴게요!

 

사건 현장에 남은 증거를 찾고 분석해서 범인을 잡는 탐정처럼, 지질학자도 비슷한 일을 해요. 지질학자는 범인의 흔적 대신 지구의 흔적을 찾죠.


지질학자가 연구하는 분야는 크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암석이나 광물 등 지구를 만드는 다양한 물질을 연구하는 것이지요. 화성암, 변성암, 퇴적암처럼 다양한 암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대륙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심지어 다른 행성을 이루는 물질까지 조사해요. 예를 들어, 지질학자는 운석에 들어있는 방사성 원소를 이용해서 태양계가 46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무려 46억 년 넘는 기간이 지질학자의 연구 대상인 거죠.


지질학자는 땅속에서 가끔 발견되는 화석을 연구하기도 해요. 지구에 처음으로 생명이 나타난 것은 약 35억 년 전이에요. 이후 수많은 생물이 진화하고 멸종하길 거듭하며 지금에 이르렀죠. 우리가 과거의 생명에 대해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실은 지질학자들이 고생물학자와 함께 퇴적암과 화석을 분석한 결과예요.


이처럼 지질학은 지구가 남긴 증거를 통해 까마득한 과거의 사실을 밝혀나가요. 그러다 보니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보내죠. 자료를 찾기 위해 산, 호수, 사막, 바닷가, 빙하처럼 지구 표면에 드러난 모든 지역을 돌아다닙니다. 때로는 기계로 수 킬로미터 땅밑의 암석을 채취하고, 배를 타고 다니면서 심해 퇴적물을 조사하기도 해요. 높은 산을 오르거나 바닷속으로 다이빙도 하고요. 제가 지금 깊은 동굴을 탐험하는 이유, 이제 아시겠나요?

 

지질학자는 보물 탐험가?


 

지질학자는 지구의 역사를 알아내는 과학자이기도 하지만, 인류에게 소중한 선물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교통수단을 움직이는 석유, 요리와 난방에 쓰는 천연가스는 지질학자들이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서 찾아낸 자원입니다. 석유나 천연가스는 땅속 큰 호수에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지하에 있는 암석의 좁은 틈 사이에 묻혀 있어요. 과거에 살던 생물이 바다나 호수에 쌓였다가 뜨거운 열과 압력에 의해 석유와 가스로 변한 것이죠. 그래서 석유나 가스를 찾으려면 지층과 퇴적암의 특징을 잘 아는 지질학자가 꼭 필요해요.


석유뿐만 아니에요. 마시고 농사지을 지하수부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희토류 금속,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집을 지을 때 사용하는 시멘트, 고급 종이를 만드는 석회암까지 모두 땅속에서 복잡한 지질 현상에 의해 만들어졌어요. 이러한 자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밝히고 어디 있는지 찾는 일도 지질학의 한 분야입니다.

 

지질학자는 여행가!

 

저는 대학교에서 바닷속 지질을 다루는 해양지질학을 공부했어요. 처음에는 바다에 묻혀 있는 석유를 찾는 것이 꿈이었거든요. 이후 석회암을 연구하다 우연히 강원도 삼척에 있는 ‘환선굴’이라는 석회동굴을 조사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동굴의 신비에 빠져버렸어요.


이후 지질학자이자 동굴학자로서 석회암과 동굴을 연구하며 전 세계의 수많은 지역을 답사하고 동굴을 탐험했어요. 여러 지역의 암석들을 조사하고 이해해야 국내의 석회암과 동굴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오랫동안 연구하다 보니 전 세계의 동굴학자와 동굴탐험가를 대표하는 ‘국제동굴연맹’의 회장을 맡기도 했어요. 물론 지질학자로서 동굴 연구도 즐겁지만, 다양한 모습의 여러 동굴을 탐험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에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줄을 타고 수십 미터를 내려갈 때 무섭고 좁은 틈을 통과할 땐 몸이 고되지만, 멋진 동굴을 보면 이 아름다운 광경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너무도 뿌듯했어요.

 

몇 년 전부터는 세계자연유산 후보 지역을 현장 심사하기 위해 해외를 답사하고 있답니다. 국제기구인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은 세계 최고의 가치를 지닌 지역을 지정해서 앞으로 영원히 잘 보전하려는 프로그램이에요.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참여하고 있지요. 심사하러 가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질 자연을 구경할 수 있으니, 저는 정말 세상을 최고로 즐겁게 사는 지질학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필자소개. 우경식(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해양지질학을 공부하고 1986년부터 강원대학교 지질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동굴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IUCN 세계자연유산 심사위원으로 세계의 지질유산을 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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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우경식(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 에디터

    이창욱 기자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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