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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천문학자] 시간과 공간이 만나면, 차원

 

저는 학창시절 취미가 독특해서 “성욱이는 정말 4차원”이라는 말을 많이 듣곤 했어요. 쉬는 시간에는 브레이크댄스를 추러 옥상에 올라가고,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길렀다가 박박 밀기도 하고, 여러 색깔로 염색하기도 했거든요.
 

한 방향은 1차원, 두 방향은 2차원

 

 

그런데 4차원이 대체 뭘까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현실 세계에 살던 주인공이 갑자기 판타지 세계로 떨어질 때, 또는 멀티버스처럼 다양한 시공간을 오가는 설정일 때 “차원이 달라진다”, “차원을 넘나든다”고 표현하기도 하죠. 이처럼 요즘은 차원이라는 단어를 현실과는 다른 세상을 나타낼 때 많이 쓰지만, 과학에서 차원이란 우리와 그렇게 동떨어진 단어가 아니랍니다.

 

개미 한 마리를 잡아서, 아주 좁은 틈에 끼워 둔 후 길고 가는 실 위로 놓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만약 틈 양쪽의 벽이 너무 미끄럽고 높아서 개미가 도저히 올라갈 수 없다면, 개미는 실을 따라서 앞으로 가거나, 아니면 뒤로 갈 수밖에 없겠죠. 이렇게 앞과 뒤, 즉 한 가지의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을 때, 과학자는 이 개미가 ‘1차원에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제 개미를 틈에서 꺼내서 평평한 종이 위에 놓는다고 상상해 볼까요? 그러면 개미는 앞뒤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도 움직일 수 있겠죠. 물론 대각선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지만, 대각선은 앞뒤 방향과 왼쪽-오른쪽 방향을 원하는 만큼 합치면 만들어지는 방향이에요. 따라서 과학자들은 종이 위에 있는 개미는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 두 가지의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봐요. 이때 이 개미가 ‘2차원에 살고 있다’고 하죠.

 

▲ 홍성욱, DALL-E3
개미는 선 위에서는 한 방향으로, 종이 위에서는 두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NASA
 

 

▲Xmat(W)
특수 상대성 이론 속 시공간을 나타낸 ‘민코프스키 공간’. 수평으로 있던 공간에 수직인 시간이 추가되어 더 다양한 상황을 상상하고 비교할 수 있다.

 

3의 공간 + 1의 시간 = 4차원

 

 

우리는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으로 움직일 수 있고, 종이 위의 개미와 달리 위쪽으로 뛰거나 아래쪽으로 뛰어내릴 수도 있어요. 그러니 위나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는 개미보다 한 차원이 더 많은, 3차원 공간에 살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여기에서 하나 더 생각해야 할 것이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가 차원을 알아볼 때는 공간에 대해서만 이야기했거든요. 하지만 공간뿐만이 아니라 시간을 가지고도 차원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개념이죠. 따라서 시간은 1차원입니다. 즉 우리 모두는 3차원 공간, 1차원 시간에 살고 있는 거예요.

 

옛날에는 공간은 공간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따로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20년 전인 1905년, 독일 출신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새로운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멈춰 있는 사람과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 어떤 물리 현상을 똑같이 바라볼 수 있을까?”하는 것이죠. 이 이론이 바로 그 유명한 ‘특수 상대성 이론’입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의 예시로, 달리는 자동차를 들 수 있어요. 길가에 서서 자동차를 보는 사람은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겠지만, 자동차와 똑같은 속도로 달리는 사람은 자동차가 마치 멈춰 있는 것처럼 보게 되죠. 시간과 공간을 따로 두고 생각한다면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때부터 3차원 공간, 1차원 시간을 따로 생각하지 않고, 둘을 합쳐서 ‘4차원 시공간’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모두 4차원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어릴 때 저를 보면서 4차원이라고 불렀던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저만 4차원이 아니라고요!” 

 

홍성욱(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우주론과 외계생명 등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로, 우주의 가장 큰 구조물인 우주거대구조를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연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센터의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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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13호) 정보

  • 홍성욱(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에디터

    조현영
  • 디자인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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