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손쉽게 찾아내는 명탐정 셜록 홈즈처럼 꽃밭을 빠르게 찾는 명탐정 꿀벌의 활약이 대단해! 셜록 홈즈는 천재였지만, 꿀벌은 천재가 아니라도 명탐정이 가능하지. 그 비결을 알아볼까?
자기소개를 부탁해!
반가워! 나는 꿀벌이야. 복슬복슬한 털, 줄무늬가 선명한 둥근 엉덩이는 내 매력포인트지. 벌집에서 여왕벌은 딱 하나뿐이야. 여왕벌 하나와 몇몇 수벌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일벌이지. 일벌은 꿀을 캐기 좋은 꽃밭을 찾으면 함께 일하는 친구들에게 꽃밭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춤을 춰. 사람들은 내가 빙빙 도는 움직임에 따라 원형 춤, 8자 춤 등 여러 이름을 붙였어. 내 춤은 꽃밭이나 태양의 위치에 따라 속도나 형태가 달라지거든. 꿀벌은 벌집 안에서 일벌들이 캐낸 꿀을 나눠먹으며 다시 일을 나가기 위한 에너지를 충전한단다.
어떻게 꽃밭을 찾아가는 거야?
지난 9월 1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생물학과 월터 파리나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꿀벌이 벌집 안에서 꿀을 먹으며 꽃 냄새를 학습하고, 이 기억을 바탕으로 꽃을 찾아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 실종자의 물건 냄새를 맡은 경찰견이 냄새를 기억하고 실종자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것과 비슷해. 이처럼 꿀벌도 특정 꽃 냄새를 학습해서 그 꽃을 더 잘 찾을 수 있도록 훈련시킬 수 있다는 말씀! 원래 꿀벌은 계절에 따라 꽃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꽃 향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데, 인위적으로 냄새 훈련을 하면 그 시간이 줄어드는 거지.
냄새 훈련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줘.
연구팀은 해바라기 냄새를 모방한 설탕물을 벌집에 넣어서 꿀벌이 먹게 했어. 그러자 꿀벌이 해바라기가 있는 꽃밭을 빨리 찾았어. 연구팀은 꿀벌이 해바라기 꽃밭을 찾았다는 정보를 친구들에게 알리는 춤을 관찰해 그 사실을 알아냈지. 해바라기향 설탕물을 먹지 못한 꿀벌들은 모두 벌집을 나온지 5시간이 지나도 해바라기 꽃밭을 찾지 못했어. 하지만 냄새 훈련을 받은 꿀벌의 84%는 5시간이 지나기 전에 해바라기 밭을 가리키며 8자 춤을 췄지. 심지어 1시간 안에 해바라기를 찾은 꿀벌도 있었어. 이런 냄새 학습 효과는 최대 4일 간 지속됐단다.
해바라기의 꿀을 너무 많이 뺏는 거 아냐?
해바라기와 꿀벌은 일종의 ‘거래’를 하는 거야. 해바라기가 먼저 우리에게 도움을 달라면서 꿀을 내놓아. 그럼 꿀벌이 해바라기의 꿀을 먹는 과정에서 몸에 덕지덕지 묻은 꽃가루를 다른 꽃에 전달하거든. 즉, 우리가 꽃들의 수분*을 도와줘. 이번 훈련도 해바라기 꽃밭의 수분율을 29%에서 57%까지 올렸지.
꿀벌이 일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꽃들이 씨앗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거야. 월터 파리나 교수는 “최종 목표는 주변 환경이나 상황에 맞춰 농부가 원하는 농작물을 더 많이 생산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단다.
용어정리
*수분 : 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이 암술머리에 붙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