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났다! 구경 가자!”
시끌벅적한 소리를 따라가 보니, 도토리딱따구리 수십 마리가 싸움을 벌이고 있었어.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라는데…, 어? 너는 왜 거기서 구경만 하고 있니?
Q 너희는 누구니?
안녕, 우린 도토리딱따구리야. 북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 삼림에서 서식하는데, 도토리 수집 능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해. 부리로 나무를 세차게 때려서 작은 구멍을 뚫어놓고, 겨우내 먹기 위해 모은 도토리를 하나씩 집어넣어 저장하지. 구멍은 나무 한 그루에 4만~5만 개 정도나 될 정도로 많아. 이 때문에 조류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바쁜 새’로 불려. 종종 사람들이 사는 집 외벽에도 구멍을 뚫어 저장고로 쓰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나무가 썩거나 건축물이 망가지기도 한단다.
Q 나무를 많이 쪼면 머리를 다치진 않니?
응. 딱따구리들은 나무를 열심히 쪼아도 부리가 부러지거나 머리뼈가 손상되지 않아. 과학자들은 딱따구리의 두개골이 충격을 잘 흡수하는 구조라는 연구 결과를 올해 2월 밝혔거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조안나 맥키트릭 교수와 정형외과 정재영 박사는 딱따구리 두개골의 구조를 분석해 봤어. 그 결과 다른 새들보다 뼈에 미네랄이 더 많이 축적돼 있어서 훨씬 단단하고 강하단 사실을 밝혔지. 또 뇌를 둘러싼 액체가 적어서, 부리로 나무를 쪼는 동안에도 뇌의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어. 두개골 뒤쪽을 감싸고 있는 혀는 용수철 같은 역할을 해서 뇌로 전달되는 힘과 진동을 줄여준단다.
Q 싸움은 왜 일어난 거야?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서야. 좋은 자리에 살던 딱따구리가 죽거나 사라지면, 오래 전부터 자리를 탐내던 다른 딱따구리들이 나타나 전쟁을 벌이지.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사하스 바브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3개 무리 36마리의 도토리딱따구리에 무선 위치추적 장치를 붙여서 분 단위로 위치를 추적했어. 딱따구리들은 형제나 자매들 10여 마리가 모여 팀을 이루고, 이러한 팀 3~4개가 명당을 놓고 싸워. 관찰하는 동안 싸움은 한 팀이 승리할 때까지 매일 계속됐고, 한 번에 10시간까지 지속될 정도로 치열했단다.
Q 싸움 구경꾼도 있다고?
응. 나처럼 싸움에 참여하지 않고 구경만 하는 도토리딱따구리도 있어. 싸움 소식은 재빨리 퍼져 1시간 안에 구경꾼들이 모이고, 평균적으로 매일 1시간 동안 싸움을 지켜 봐. 가장 큰 싸움이 벌어졌을 때는 그 지역에 서식하는 딱따구리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0여 마리가 구경꾼으로 모여들 정도라니까. 심지어 제 둥지를 비워놓고 3km 이상 먼 곳에서 온 딱따구리도 있었단다. 연구진은 “도토리딱따구리는 좋은 영역을 차지 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기 때문에, 싸움을 보면서 얻는 사회적 정보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