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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넨 우주를 보니? 핵물리학자는 우주를 만든다!

헥헥! 핵물리학자 1화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 걸까요? 19세기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이 던졌던 이 질문은 철학적인 듯 들리지만 과학적이기도 해요. 인류가 탄생하기 전으로, 지구가 만들어지기 전으로, 별조차 생기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주가 태어났을 무렵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저 같은 핵물리학자를 포함한 과학자들의 꿈이거든요. 우주의 근원이라는, 너무 거대해서 철학적으로 보이는 목표를 향해 핵물리학자들이 헥!헥! 숨을 몰아쉬며 내딛는 여정을 소개합니다!

 

핵물리학자가 ‘미니 우주’를 만드는 이유


태양이 지구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것, 알고 있나요? 1929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천체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허블의 말처럼 우주가 계속 커지고 있었다면 아주 먼 과거에는 우주가 매우 작았을지도 몰라요. 이런 상상에서 등장한 이론이 바로 우주가 한 점에서 폭발해 생겨났다는 ‘빅뱅 이론’이에요.


빅뱅으로 막 태어난 아기 우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전 우주의 별과 행성, 소행성을 모두 모아 콩알만 한 크기로 줄인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러면 우주에 퍼져 있는 열에너지와 별이 내뿜는 빛에너지 등도 모두 한 곳에 모여 요동칠 거예요. 밀도와 온도가 함께 치솟겠지요.


온도가 매우 높아지면 별과 행성을 이루는 물질들이 수프처럼 녹으며 입자 단위로 분리되기 시작해요. 물을 끓이면 물 분자들이 수증기로 변하며 하나, 하나 떨어져 나오는 것처럼요. 별을 이루는 물질은 더 작은 분자로, 분자는 원자로, 원자는 전자와 핵으로,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점점 해체되며 더이상 나뉘지 않는 기본 입자만이 남게 되지요.


핵물리학자의 관심사 중 하나는 이처럼 기본 입자로만 가득한 초기 우주예요. 기본 입자들은 서로를 잡아당겼을까요, 밀어냈을까요? 초기 우주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우주는 지금처럼 커졌을까요? 과학자들은 보통 궁금증이 생기면 직접 실험을 해봐요. 핵물리학자도 ‘미니 우주’를 직접 만들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그렇답니다.

 

 

입자를 쏘아 ‘미니 빅뱅’을 만들다


핵물리학자는 ‘입자 가속기’라는 실험 기기로 초기 우주와 비슷한 온도와 밀도를 만들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우주는 초기 우주와 온도와 밀도만 비슷할 뿐, 진짜 우주는 아니지요. 가속기에서 핵을 빠르게 쏘아 충돌시키면 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깨져 ‘쿼크’라는 기본 입자로 해체돼요. 그 상태가 빅뱅 직후와 비슷해 물리학자들은 이 실험을 작은 빅뱅이라는 뜻으로 ‘미니 빅뱅’이라 불러요.


이런 실험은 지난 20년 동안 미국 뉴욕에 있는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의 상대론적 중이온 가속기와 유럽 스위스와 프랑스에 걸쳐있는 유럽 입자·핵물리연구소(CERN)의 거대 강입자 가속기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저도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에서 2010년부터 실험에 참여하고 있지요. 보통 금 혹은 납처럼 무거운 원소의 핵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키는데, 무거운 물질을 이용하는 이유는 밀도를 높이기 쉽기 때문이에요.


혹시 물질을 높은 온도와 밀도 상태로 만드는 게 위험하지는 않을까요? 온도와 밀도가 매우 높으면 블랙홀이 만들어져 우리가 사는 시공간을 구부러뜨릴지도 모르니까요. 다행히도 핵물리학자가 만드는 미니 빅뱅은 강력한 블랙홀을 만들기엔 지나치게 귀여워요. 밀도만 높을 뿐, 크기는 야구공보다 약 1조 배나 작기 때문이에요. 총 에너지가 작은 사탕 하나를 약 30조각으로 쪼개 한 조각만 먹으면 얻을 수 있는 1kcal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지요. 사탕이 우주를 위협할 수는 없을 테니, 미니 빅뱅 역시 인류를 위협한 적이 없답니다.

 

 

 

‘아기 우주’의 기본 입자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전자와 전자가 서로를 미는 전자기력에는 그 힘을 운반하는 ‘매개 입자’가 있어요. 바로 빛의 입자이기도 한 ‘광자’지요. 마치 두 사람이 배를 타고 물 위에서 공을 주고받으면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아 배가 밀려나는 것처럼, 전자들은 매개 입자인 광자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미는 전자기력을 받아요.


쿼크에게도 이런 매개 입자가 있어요. ‘글루온’이라는 매개 입자가 쿼크를 서로 당기거나 미는 힘을 운반하지요. 쿼크가 핵에 묶여 있을 때는 글루온이 ‘강한 핵력’이라는 힘으로 서로를 속박하다, 핵이 깨지면 모두 자유로운 상태가 돼요. 이때 쿼크와 글루온이 뒤섞인 거대한 수프 같은 상태를 ‘쿼크-글루온 플라즈마’라고 하지요.


여기에 핵물리학자가 미니 빅뱅을 만드는 두 번째 이유가 있어요. 떠다니는 쿼크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궁금해 하거든요. 전자는 멀어질수록 서로를 밀어내는 전자기력이 약해지는 반면, 쿼크끼리 작용하는 힘은 훨씬 복잡해요. 힘의 크기가 거리에 따라 변하다가도 어떨 땐 일정해지고 말지요. 심지어 두 쿼크가 멀어지다 위치 에너지가 충분히 커지면 새로운 쿼크가 생겨나기도 해요.
이처럼 기본 입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평소에 친근하게 접하는 전자기력이나 중력과는 다른 형태의 힘을 연구할 수 있어요. 특히 쿼크가 떠다니는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핵물리학자의 과제지요. 이를 위해 전 세계 수천 명의 연구자들이 가속기와 그 주변에서 일해요. 이들은 미니 빅뱅을 어떻게 만들까요? 6월 15일 자를 기대해 주세요! 

 

2020년 1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임상훈
  • 에디터

    이다솔 기자 기자
  • 일러스트

    최연지
  • 디자인

    오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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