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 탐정님~, 꿀록 탐정님~!”
한순간도 쉴 틈이 없는 꿀록 탐정! 머리가 지끈 아팠지만 이내 몸을 일으켰어요. 이번엔 잔뜩 상기된 표정의 개미가 얼굴을 들이밀었어요.
“헉헉…. 땅속에 뼈, 뼈가…!”
뼈라는 말에 꿀록 탐정은 머리가 쭈뼛 섰어요.
“개미군, 천천히, 자세히 말해 보시오!”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개미가 발견한 것은?
“땅속에…(헉헉)…, 뼈가 엄청나게 큰데(헉헉) 놀래서…(헉헉).”
‘개미군은 이 동네에서 가장 부지런하기로 유명해. 낮에는 일만 해서 도통 만나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지. 그런 워커홀릭이 일을 뿌리치고 올 정도라니….’
꿀록 탐정의 호기심은 점점 커졌어요.
“너무 흥분해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네요. 개미군, 심호흡을 크게 해 볼게요. 휴우~!”
“휴우~. 휴우~. 휴우~.”
심호흡으로 안정을 찾은 개미군이 다시 차근차근 설명했어요.
“집을 짓기 위해 친구들과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저 멀리서 비명 소리가 나는 거예요. 소리가 난 곳으로 가 보니 글쎄 거대한 뼈가 나와 있더라고요. 크기가 엄청나게 큰 게, 분명 괴물의 뼈가 분명해요! 탐정님, 무슨 일인지 어서 가서 조사해 주세요!”
개미군의 말을 들은 탐정은 머리가 복잡해졌어요.
‘땅속에 거대한 뼈라…. 혹시 우리 마을에도 그것이?’
“개코 조수, 장비 준비해. 그리고 사진을 찍을 카메라도!”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개미의 안내에 따라 떠날 채비를 했어요. 그러자 나무 위에서 한가로이 바이올린만 켜던 베짱이가 슬쩍 말을 걸었어요.
“혹시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거유우?”
개코 조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어요.
“우리 마을에도 이것이 발견된 것은 큰 뉴스요, 뉴스!”
“이것이 뭔데유우?”
”아직 섣불리 말할 수는 없소. 확실해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지층에 만들어진 역사책, 화석
개미의 말을 들은 꿀록 탐정은 공룡화석이 발견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주 오래 전 멸종된 공룡의 뼈가 어떻게 땅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
지질시대*에 살았던 생물의 몸체나 흔적이 땅속에 남아 있는 것을 화석이라고 해요. 공룡의 뼈나 이빨처럼 거대한 것도 있고, 현미경으로 봐야만 볼 수 있는 미세한 꽃가루, 동물이 땅 위를 걸으며 생긴 발자국, 배설물까지 다양하지요. 화석을 조사하면 과거에 살았던 다양한 생물들의 생활 모습이나 자연환경, 생물의 모습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알 수 있어요. 현재는 멸종되어 없지만, 화석을 통해 오래전 지구에 공룡이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말이에요.
과거의 모든 생물이 화석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화석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여러 조건이 필요하지요. 일단 생물의 몸에 단단한 부분이 필요해요. 그래야 오랫동안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부드러운 조직으로만 이뤄진 해파리보단 단단한 식물의 줄기나 씨앗, 동물의 뼈 등이 화석이 되기가 쉬워요.
죽은 생물이 빠르게 땅에 묻히는 것도 화석이 되는 매우 중요한 조건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다른 동물이 와서 먹어버리거나, 비바람, 미생물에 의해 썩게 되거든요. 그럼 이빨처럼 단단한 부위도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되고, 화석이 되기 어렵지요. 또 몸체나 흔적이 퇴적층에 묻힌 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단단하게 굳어져야 하고, 생물의 수가 많을수록 화석이 될 확률이 높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화석은 지각 변동이나 여러 힘에 의해 퇴적층이 깎이면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낸답니다.
한편 퇴적층에 깔린 생물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가 되기도 해요. 퇴적층의 압력과 지각 아래에서 전달되는 열에 의해 수분을 잃고 분해되면서 구성 성분이 바뀌기 때문이에요. 퇴적층 속 식물에서 산소와 수소 등이 사라지고, 탄소만 남아 단단해지면 석탄이 돼요. 석유는 주로 따뜻한 바다에 살았던 미생물의 잔해가 액체 상태의 탄화수소 혼합물이 된 것이랍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2020년 현재는 치킨의 행성이라고?!
화석을 보면 그 생물이 살았던 시대의 지질학적 특징을 알 수 있어요. 만약 일부 퇴적층에서 조개의 흔적 화석이 발견된다면, 그곳은 과거에 바다였을 확률이 높지요. 그렇다면 먼 미래의 후손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을 화석을 통해 추측한다면, 어떤 시대로 알게 될까요? 아마도 치킨의 시대로 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답니다. ‘치킨의 시대’라니, 어떻게 된 걸까요?
과학자들은 지구가 태어난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생태계, 기후, 지각 변동 등 지구의 지질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기준으로 구분해 왔어요.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시대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예요. 그러다 지난 200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 박사가 지질학회에서 “우리는 홀로세가 아니라 인류세에 살고 있다”고 선언하면서 인류세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어요. 그 시점은 산업형멱이 일어난 18세기 말이나 핵실험과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했던 1950년대로 꼽히고 있지요. 새로운 지질시대로 정의해야 할 만큼 인간 때문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는 거예요.
지난 2018년 영국 레이스터대학교 지질학 캐리스 베넷교수는 닭이 지금 시대의 지표화석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어요. 이 연구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인간이 빨리 크게 자라는 닭 품종을 개발했는데, 야생닭과 비교했을 때 다리뼈의 길이가 2배, 넓이는 3배나 커서 완전히 구분이 될 정도로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또 닭의 개체 수가 지구에 사는 모든 새를 합친 것보다 많고, 많이 먹는 만큼 닭 뼈 쓰레기의 양이 너무 많아요. 심지어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질병이 발생했을 때 많은 수의 닭을 한꺼번에 살처분했기 때문에 후세에 화석으로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요.
인류세 정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2016년 10월 지질시대를 결정하는 국제층서위원회(ICS)는 인류세를 공식적으로 도입할지를 두고 투표를 진행했어요. 그러나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인류세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면서,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지요. 인류세를 주장하는 국제지질연합의 과학자들은 인류세를 지정해야한다고 의견을 모았고, 2021년 다시 한번 공식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답니다.
# 에필로그
“역시 이건 화석이었어!”
개미군과 개미 친구들은 꿀록 탐정님을 향해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어요. 그런데 뒤에서 지켜보던 베짱이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어요.
‘이 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헉! 어제 내가 먹고 버린 치킨!’
이때 개코 조수가 외쳤어요.
“자, 여러분! 꿀록 탐정님이 맛있는 치킨과 콜라를 쏘신답니다!”
“와아아아아~!”
베짱이는 사실을 말하지 못해 찜찜했지만, 치킨 파티에 참여해 맛있게 치킨을 먹었답니다.
용어정리
*지질시대 : 지구가 만들어진 뒤부터 인간이 문자를 사용해 기록을 남기기 이전까지의 시기를 일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