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과학마녀 일리는 요즘 새로운 로봇을 만들기 위해 매일 머리를 싸매고 있어.
그런데 ‘아프리카발톱개구리’라는 친구가 획기적인 걸 만들고 싶으면 자기 얘길 들어보라며 찾아왔어! 영감을 주겠다면서 말이지. 본인 몸에서 추출한 세포로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데…, 금시초문이라 자세히 물어봤어.
Q 당신은 누구인가요?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opus laevis)’라 해요. ‘이름에 웬 발톱?’이라 생각하셨죠? 저흰 몸에 비해 큰 발을 갖고 그 끝에 단단한 발톱이 붙어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뾰족한 발톱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몸을 숨길 공간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어서 나름 자랑거리지요. 몸길이는 약 12cm. 몸 전체가 얼룩무늬로 덮여 있는 것도 특징이랍니다.
우리는 약 1mm 크기의 알을 낳아요. 그리고 한 번에 알을 수백 개씩 낳죠. 수정란을 쉽게 얻을 수 있고, 유전자 발현* 조절이 쉬워서 요즘은 실험동물로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Q 이번에 새로운 변신을 했다면서요!
1월 13일, 미국 버몬트대학교 조슈아 본가드 교수와 터프츠대학교 마이클 레빈 연구팀이 우리의 배아줄기세포를 슈퍼컴퓨터로 디자인해 살아있는 로봇 ‘제노봇(Xenobots)’을 만들었어요. 배아 초기 단계의 줄기세포는 어떤 조직으로든 분화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그래서 연구팀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떼어낸 뒤, 피부세포와 심장근육세포로 분화시켜 약 1mm 크기의 로봇을 만들었어요. 이는 슈퍼컴퓨터가 피부세포와 심장세포를 수백 개의 조합으로 디자인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 시험해 연구팀이 완성한 것이지요.
Q 와, 세포 로봇이라니! 어떤 특징이 있죠?
피부세포는 로봇의 골격 역할을 해요. 또, 심장세포는 수축과 이완을 하는 특성이 있어 세포 내부의 에너지가 모두 쓰일 때까지 로봇을 움직이는 엔진이 되지요. 배터리가 따로 없어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작동할 수 있어요. 수명만큼 활동하고 난 뒤엔 스스로 분해돼요. 임무를 마치고 나면 세포 로봇은 스스로 썩어 없어지기 때문에 일반 금속 로봇처럼 폐기물이 생기지 않는 것도 특징이지요.
또, 세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로봇이 고장이 나더라도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답니다.
Q 제노봇은 어떻게 활용될까요?
제노봇은 인간의 몸 안에서 약물을 전달하거나 혈관에 낀 혈전을 긁어내는 데도 사용될 수 있어요. 더 나아가 물속에서 방사성폐기물을 찾아내 청소하거나, 해양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수거할 수 있어요.
버몬트대학교 조슈아 본가드 교수는 “제노봇은 전통적인 기계 로봇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살아있는 유기체를 만들어냈다”고 자신들의 연구를 평가했어요.
하지만, 연구팀은 이 로봇의 성질이 생명체와 기계의 경계에 있기 때문에 윤리적인 논란도 남아있어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답니다.
*용어정리
유전자 발현 : DNA 유전정보로 형질이 표현되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