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Go!Go!학자] 고고학자들도 속아 넘어간 희대의 사기극?!

약 20년 전, 일본에는 ‘신의 손’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고고학자가 있었어요. 그의 이름은 바로 후지무라 신이치. 그는 오래된 유물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났어요. 후지무라 신이치가 땅만 파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구석기시대 유물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끌려 나왔어요. 유물을 찾는 그만의 특별한 비밀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신의 손’이 유물을 찾는 비결은?


후지무라 신이치는 아마추어 고고학자였어요. 그는 1981년, 일본의 미야기현에서 4만 년 전 구석기시대의 유물을 발견하면서 유명해졌어요. 당시 일본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유물은 겨우 3만 년 전에 나온 것이었거든요. 이 발견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어요. 1990년대 초반까지 일본에는 이렇다 할 구석기시대 유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후지무라 신이치가 더 오래된 유물을 계속 찾아내면서, 일본에 정착한 인류의 역사가 3만 년 전에서 무려 70만 년 전까지 당겨졌지요. 


사실 후지무라 신이치의 뛰어난 유물 발굴 능력 이면에는 처음부터 의심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예를 들어, 후지무라 신이치가 발견한 유물은 주변 국가의 구석기 유물과 너무 달라서 서로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 힘들었어요. 또 수십 km나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석기가 서로 짝이 맞는 일도 있었지요. 우연이라 보기엔 이상했어요. 결정적으로 수많은 고고학자 중 오직 후지무라 신이치만 오래된 석기를 계속 찾아낼 수 있었어요.


2000년, 후지무라 신이치의 발견을 의심한 한 신문이 그의 발굴 현장에 카메라를 설치했어요. 놀랍게도 카메라에는 아무도 없을 때 몰래 발굴 현장에 들어온 후지무라 신이치가 유물을 땅에 파묻는 모습이 잡혔어요. 이것이 바로 그의 유물 발굴 비결이었어요. 직접 만든 유물을 묻어뒀다 다시 캐내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속여온 것이죠. 조사 결과, 후지무라 신이치는 약 20년 동안 무려 162곳의 구석기 유적을 날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일본은 발칵 뒤집혔지요.

 

 

 

왜 어떤 학자들은 거짓말을 할까?


명예와 부를 얻고 싶어서, 다른 사람의 주목을 얻고 싶어서, 혹은 자신의 믿음 때문에, 사람들은 거짓말을 해요. 학자들 사이에서도 가끔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요. 후지무라 신이치는 “주변 나라들보다 더 오래된 유적이 일본에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가짜 유물을 파묻었다”라고 변명했어요. 실제로 그 당시까지 중국에서는 베이징 원인 등 약 50만 년 전의 화석 인류가 발견되었고, 한국에서도 이전 화에서 본 것처럼 전곡리 유적에서 오래된 구석기시대 유물이 발견되었죠.


이에 비해 일본의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가장 오래된 유물의 연대는 겨우 3만 년 전이었어요.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다 보니, 일본 고고학계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요. 이런 상황에서 후지무라 신이치가 나타나 오래된 유물을 계속 발굴해낸 거예요. 그가 발견한 유물에는 가짜임을 의심해 볼 만한 증거가 많았지만, 일본 고고학계는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렸죠.


비슷한 일이 약 100년 전 영국에서도 있었어요. 바로 고고학에서 가장 유명한 사기 사건인 ‘필트다운인 사건’이에요. 1912년, 변호사였던 찰스 도슨과 지질학자 아서 스미스 우드워드는 자신들이 영국 남부 서식스 지역의 필트다운에서 50만 년 전 고대 인류의 두개골을 찾았다고 발표했어요. 당시 고고학자들은 유인원이 인간으로 진화하는 중간 과정의 화석을 찾고 있었는데, ‘필트다운인’이 바로 그 증거라 생각했어요. 필트다운인은 고고학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해졌죠. 인류의 조상을 고향 뒷마당에서 찾은 영국 학자들의 콧대도 높아졌고요.


그러나 40년 후, 과학자들의 실험으로 필트다운인 화석은 가짜임이 밝혀졌어요. 중세 인류의 두개골에 500년 전 오랑우탄의 턱뼈를 끼워 맞춘 거였요.

 

 

학계에서 거짓말로 한 번 잃어버린 믿음은 다시 찾기 힘들어요. 한 번의 거짓말 위에 쌓인 후속 연구들이 다 물거품이 되어버리니까요. 특히 과학자들이 직접 거짓을 밝혀낸 필트다운인 사건과 달리, 후지무라 신이치 사건의 경우 일본의 고고학자들은 그의 사기 행각을 알면서도 눈감아준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아야 했지요. 이후 일본에서 구석기시대 유적이 발견되었다는 발표가 이어졌지만, 그들을 향한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답니다. 고고학계 위조 사건은 ‘연구자는 믿고 싶은 것을 믿지 말고, 언제나 의심해보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지요.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9년 1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은별(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 에디터

    이창욱 기자 기자

🎓️ 진로 추천

  • 역사·고고학
  • 철학·윤리학
  • 문화인류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