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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실험실] 순간이동을 하려다 문제가 생겼다! 누가 나일까

 

자, 오늘의 생각 실험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순간이동 시킬 거거든요. 이 순간이동 기계를 이용하면 여러분은 세포 단위로 쪼개지고, 다시 원자 단위로 쪼개져 그 정보가 그대로 먼 곳까지 전달되지요. 목적지에서는 그 정보가 다시 합쳐져 새로운 여러분이 만들어지고요. SF 영화 <;스타트렉>;에 나오는 순간이동 장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때 정보는 빛의 속도로 보낼 수 있다고 합시다. 


자, 이제 제가 이 기계를 이용해 부산에 있던 여러분을 서울로 보냈는데…, 어? 기계에 오류가 생겼나 봐요. 부산에 있던 여러분이 사라지지 않은 채 서울에 새로운 여러분이 만들어졌어요. 그럼 여기서 질문! 두 명 중 누가 진짜 ‘나’일까요?

 

☞가설1. 서울에 있는 내가 진짜 나예요.

부산에서 서울로 순간이동을 하기 전, 여러분이 ‘나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대고려전을 볼 거야’라고 마음을 먹었다고 생각해 봐요. 그 마음에 따라서 서울에 가려고 순간이동 기계를 이용했던 거고요. 
그렇다면 기계에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서울에 만들어진 여러분의 관점에서는 본래 바라던 대로 서울에 도착한 거예요. 기계에 오류가 생겼다는 사실은 서울에 여러분이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상관이 없으며, 오직 부산에 있던 여러분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과만 관련이 있답니다. 다시 말해, 기계의 오류 때문에 여러분이 서울에 잘못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류와 고장 탓에 부산에 가짜 여러분이 남았을 뿐입니다. 여러분의 원래 바람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대고려전을 보는 것이고, 그 바람에 따라 대고려전을 보고 있는 여러분이 진짜 나인 셈이죠.

 

☞가설2. 부산에 있는 내가 진짜 나예요.

순간이동 하기 전, 여러분은 부산에 있었어요. 새로 만들어진 서울의 여러분은 복사품에 불과하지요. 지폐든 그림이든, 아무리 똑같이 복제한다 해도, 복제품은 복제품이에요. 따라서 원본만이 진짜겠지요. 
만약 여러분이 순간이동 장치에 들어갔다가 여전히 부산에 남아있는 것을 본다면 ‘어? 내가 서울로 못 갔네. 기계가 고장 났군’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기계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겠죠. 예를 들어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KTX를 타고 가야겠어’라든지, 또는 ‘서울에 가려던 계획을 포기해야겠어’처럼요. 
이렇게 부산에 남은 여러분은 순간이동 기계가 고장났단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전처럼 부산에 있던 집, 학교에 가고 친구들을 계속 만날 거예요. 반면 이 사실을 모른 채 서울로 복제된 여러분은 자신이 진짜라고 착각할 뿐이겠죠.

 

▶이 질문이 왜 중요할까? 


오늘 생각 실험은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내용이에요. 이 안에는 여러 질문들이 들어 있지요. 
이 문제가 어려운 까닭은 부산의 나와 서울의 내가 똑같은 물리 정보를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에요. 둘은 세포 하나하나 완전히 똑같고, 과거 기억마저 똑같이 지니고 있겠지요. 
하지만 몸과 기억이 똑같아도 두 사람이 똑같은 사람일 수는 없어요. 나는 언제나 하나여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크게 세 가지 답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첫째, 부산에 남은 내가 진짜 나다. 
둘째, 내 바람대로 서울로 복제된 내가 진짜 나다. 
셋째, 부산의 나, 서울의 나 모두 내가 아니고, 나는 순간이동 기계에 들어가는 순간 사라졌다. 여러분은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나요?  

 

 

2019년 0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명석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
  • 에디터

    신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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