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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터뷰] 과학책방 '갈다' 이명현 대표

천문학자에서 책방 사장님이 된 이유는?

서울 삼청동 끝자락, 갈색 벽돌로 둘러싸인 주택가 사이에 새하얀 건물 하나가 있어요. 바로 작년 5월에 문을 연 과학책방 ‘갈다’지요. 문을 연 이후 과학자와 과학 저술가 등 과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물론, 학생들도 즐겨 찾는 곳으로 자리잡았답니다. 이곳에 과학을 좋아하는 <;어린이과학동아>;가 빠질 수 없겠죠? 담당 기자가 직접 갈다를 찾아가 책방을 운영하는 이명현 대표를 만나 보았어요.

과학이 문화가 되는 곳, 과학책방 ‘갈다’
지난 1월 17일, 이날 저녁에도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과학책방 갈다에 모였어요. 오후 7시 30분부터 과학만화가인 조진호 작가의 북토크가 열렸기 때문이지요. 기자도 해가 어둑어둑 질 무렵, 북토크에 참가하기 위해 과학책방 갈다를 찾았답니다. 


갈다는 한국천문연구원과 연세대학교에서 천문학을 연구하던 이명현 대표가 어릴 적 살던 집을 개조해 만든 과학책방이에요. 그래서 삼청동 주택가 한 켠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답니다. 
하지만 ‘갈다’라는 간판을 지나 입구로 들어서면 여느 주택과는 다른 장면이 펼쳐져요. 입구 바로 앞에는 아시아태평양물리센터에서 선정한 올해의 과학책 10권이 전시돼 있고, 서가 곳곳엔 작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과학책이 꽂혀 있었어요. 또 갈다에서 추천하는 어린이 과학책 코너도 눈길을 끌었지요. 게다가 책방 한 곳에 원자 구조 모형과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가 그려진 달력 등 과학 굿즈들이 놓여 있어 과학책방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답니다. 


“반갑습니다! 작가의 방에서 누구를 좀 만나고 있었어요.” 


로켓이 그려진 포스터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자 자그마한 방에서 이명현 대표가 나왔어요. 출입문도 없는 이 방은 ‘작가의 방’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약을 하고 사용할 수 있는 곳이에요. 예약 내역은 갈다의 홈페이지에 공개되기 때문에 그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는 갈다에서 작가가 집필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도 있지요. 


“자, 여기가 아늑하고 좋습니다. 여기서 얘기를 나누실까요?” 


십여 명의 작가들이 친필 사인본과 그림 등을 남기고 간 작가의 방에 앉아 이명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어요. 

 

● 이명현 대표에게 물어봤다! 

Q.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원래 전파천문학을 연구하던 천문학자예요. 유치원생이던 1969년, 미국이 아폴로 11호를 달에 보내는 데 성공했어요. 그걸 보고 완전히 우주에 꽂혀 천문학자가 됐죠. 전세계에 이런 아이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런 아이들을 ‘아폴로 키즈’라고 불러요. 저도 그 중 한 명이었던 거고요. 그래서 초등학생 때 ‘한국 아마추어 천문가회’에 가입하는 등 천문학에 푹 빠져 살았답니다. 그때 함께 활동했던 친구들이 지금은 과학자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죠.
동시에 초등학교 2학년 때 연극부를 시작했고, 중고등학교 때는 문학부와 문학동인회 활동을 하면서 문학 활동도 꾸준히 했어요. 종종 장래희망을 ‘극작가’라고 말할 정도였죠. 그러다 보니 지금도 주변에 소설가나 시인, 만화가로 활동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이런 이력과 인맥이 과학책방을 여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해요. 

 

Q. 갈다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이곳은 본래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살던 집이에요. 2000년 대엔 비영리단체에 빌려주었다가 몇 년 전 다시 이곳을 사용하게 됐지요. 그때부터 이곳을 책방으로 꾸몄어요. 동료 과학자들, 과학 저술가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책방을 운영해 보기로 결심했지요. 

 

Q. 왜 하필 책방을 열기로 결심하셨나요?
맨 처음 동료들과 얘기할 때는 도서관이나 비밀클럽을 만들어 보자는 얘기도 나왔어요.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망할 게 무엇일지 고민했어요. 모두 책방이 가장 먼저 망할 거라고 생각했죠. 요즘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사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책방을 먼저 시작했어요. 다른 일은 나중에라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Q. 책방을 차리고 운영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거 같은데, 혼자 다 준비하신 건가요?
아니에요. 5월에 책방을 열기까지 먼저 60명 정도가 투자금을 내고 갈다의 주주가 되었지요. 대부분이 과학저술가이고, 소설가 김탁환 선생님, 팝 아티스트 마리킴 등 글을 쓰고 예술을 하시는 분들도 일부 포함돼 있답니다. 
또 책방을 연 이후에도 책방을 운영할 금액을 모으기 위해 추가로 주주를 모집했어요. 그때 네이버나 다음을 비롯해 IT업계에 일하시는 분들 50여 명이 더 참여하면서 주주가 모두 110명 이상으로 늘어났답니다. 

 

Q. 과학자에서 과학책방 대표로 직업을 바꾸신 이유가 있나요? 
과학 관련 책을 소개하고, 과학 강연을 여는 건 대중들에게 과학을 알리는 일이에요. 저는 이런 활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과학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움직이는 동력이자 핵심 교양이기 때문이지요. 종교가 동력이던 중세 사람들이 종교를 핵심 교양이라고 여긴 것처럼요. 요즘 이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게 만드는 교양은 과학이에요.  
더불어 과학자들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과학의 세세한 원리까지 이해하지 않더라도 과학자들의 사고방식을 아는 것만으로 합리적인 생각 방식을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대표님처럼 어릴 때 갖고 있던 과학에 대한 흥미를 어른이 되어서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아마추어 천문가회나 문학동인회 등 제가 하고 싶은 활동을 스스로 선택하고 실천한 게 지금까지 과학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또, 부모님께서 전혀 뭐라고 하시지 않았던 것도 큰 이유죠. 초등학생 때도 ‘엄마, 나 천문 관측회 갔다가 3일 뒤에 올게.’라는 메모만 남기고 2박 3일 천문 관측회에 다녀올 정도였으니까요.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직접 해 보고, 그러면서 호기심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19년 05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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