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반려토끼의 인사법은 좀 특이해요. 처음 만난 상대에게 턱을 비비지요. 친구 토끼뿐만 아니라 가구, 장난감 등 나뒹구는 물체까지 일단 턱을 비비고 본답니다. 대체 왜 그런 걸까요?
집토끼에게도 야생 본능이 남아 있다!
과거 멀리 항해를 떠나는 선원들은 식량이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배에서 굴토끼를 길렀어요. 시베리아 반도와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에서 서식하던 굴토끼는 배를 타고 점차 전세계로 퍼져 나갔지요. 11세기 유럽 남서부 지역에서 사람들이 굴토끼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오늘날의 집토끼가 탄생했답니다.
야생 굴토끼는 새끼를 낳으면 지하에 구멍을 파서 보금자리를 만들고 새끼를 감춰둬요. 하지만 사람과 함께 살면서 포식자에 대한 위험이 사라지자, 새끼를 감출 필요가 없어졌지요. 그 결과 오늘날 집토끼에게선 이 습성이 아예 사라졌답니다.
한편 이곳저곳에 턱을 비비는 습성은 아직도 남아 있어요. 굴토끼 턱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 물질은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가구 모서리나 장난감, 동료 토끼에게 턱을 비비며 자신의 체취를 남기는 거예요. 자신의 영역을 더 강하게 표시하기 위해 다른 토끼에게 오줌을 뿌리기도 한답니다.
토끼와 사람은 잘 맞는다?
토끼는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동물이에요. 또 낮에는 눈을 감거나 반쯤 뜬 상태로 선잠을 자기 때문에 특별히 보살피지 않아도 되지요. 보통 가족 구성원이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에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해 사람과 생활 주기도 잘 맞아요.
하지만 입양을 쉽게 생각했다간 큰코다칠 수 있어요. 토끼는 사람과 비교하면 급하고 다혈질인 성격이에요. 종종 흥분해서 집안을 빠르게 뛰어다니는가 하면, 뛰어난 점프력으로 온 집안을 어질러 놓아 보호자를 애먹이기도 하지요. 주변에 토끼를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면 먼저 이야기를 들어보고, 여러 번 고민해 본 후 입양하는 것을 추천해요.
건강한 토끼는 통통하고 특히 엉덩이 부분이 볼록하게 살이 올라와 있어요. 또 앞발톱이 5개, 뒷발톱이 4개 있으며 발톱 길이가 엇비슷하지요. 무리로부터 떨어져 있거나 밤에도 계속 자고 있는 토끼는 건강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보드라운 털은 관리가 필수!
토끼에겐 주변 온도만큼이나 습도도 중요해요. 장마철처럼 축축한 시기엔 피부에 세균이 잘 번식하고, 겨울처럼 건조한 시기엔 정전기 때문에 온몸에 먼지가 붙지요. 이는 피부병의 원인이 되므로, 가습기나 에어컨으로 40~60%의 습도를 맞춰 줘야 해요. 적정 온도는 20~25℃랍니다.
또 털이 엉키지 않도록 구석구석 주기적으로 빗어줘야 해요. 털이 뭉치면 피부로 공기가 원활히 통하지 않아 피부병이 생길 수 있거든요. 뭉쳐있는 털은 세게 잡아당기지 말고, 털 끝부분부터 잡고 살살 풀어 줘야 토끼가 놀라지 않는답니다. 털 뭉침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사육장에 남아있는 대변이에요. 틈틈이 사육장을 청소해 털에 대변이 붙지 않도록 관리해 주세요.
사육장 없이 실내에서 보호자와 함께 지낸다면 모래와 건초를 깔아 화장실을 따로 만들어 주세요. 모래와 건초를 자주 갈아 주어야 청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요. 이때 대소변의 냄새가 남아있는 모래를 조금 남겨 두어야 토끼가 화장실을 기억할 수 있답니다.
토끼는 실내에서도 잘 지내는 동물이지만, 전선이나 유독한 식물을 씹어 먹다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으니 토끼가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치워야 해요. 포식자인 고양이나 개와 마주치지 않도록 보호자가 항상 지켜보는 것도 잊지 마세요.
● 실전 - 이것만은 기억해 주세요!
토끼를 진료하는 병원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따라서 보호자가 평소에 자주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