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록 탐정님! 꿀록 탐정님! 도와주세요!” 첫 사건을 해결하고 기뻐할 틈도 없이, 꿀록의 사무소에 백설공주 마을 일곱 난쟁이들이 들이닥쳤어요. 헐레벌떡 문을 열고 들어온 난쟁이들은 잠시 숨을 고르고 사건을 의뢰했어요. “지금 백설공주님이 위험해요. 다시 나쁜 왕비가 나타난 것 같아요!”
● 스토리따라잡기 - 백설공주와 왕자, 쓰러지다!
“자, 차근차근 설명해 봐요. 나쁜 왕비가 다시 나타났다고요?”
꿀록이 난쟁이들을 내려다보느라 흘러내린 안경을 받쳐 올리며 물었어요.
“네. 백설공주님이 왕비가 준 독사과를 먹고 쓰러지셨던 거 아시죠? 그 뒤로 왕비가 동화나라에서 쫓겨나고,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그저께 공주님이 또 배를 잡고 쓰러지셨어요!”
첫 번째 난쟁이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설명했어요. 게다가 피해자는 백설공주뿐만이 아니었지요.
“이번엔 왕자님도 당했어요! 그저께 백설공주님이 쓰러지고, 어제는 왕자님도 쓰러졌다고요! 두 분 다 열이 펄펄 나고, 온 몸이 아프대요. 부쩍 화장실도 자주 가시고요. 이건 나쁜 왕비의 복수가 틀림없어요.”
두 번째 난쟁이가 설명을 덧붙였어요. 이틀 연속 두 사람이 쓰러진 것도 이상한데, 오늘은 막내 난쟁이까지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거예요. 그제서야 난쟁이들은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사건을 의뢰하기 위해 꿀록에게 찾아왔답니다.
난쟁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던 꿀록은 우선 사건 현장에 가 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지금 공주님과 왕자님은 어디에 계시죠? 사건 현장을 직접 봐야겠어요.”
첫 번째 난쟁이가 앞장서고 꿀록과 개코가 그 뒤를 따라 난쟁이의 집으로 들어갔어요. 난쟁이들은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꿀록을 화장실 쪽으로 안내했지요. 그리곤 백설공주에게 말을 걸었답니다.
“공주님~, 거기 계신가요? 괜찮으세요?”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 겨울은 바이러스의 계절
겨울철, 백설공주처럼 열이 펄펄 나며 심하게 배탈이 난 적 있나요? 이런 경우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해요. 특히 생굴이나 덜 익은 조개 등 해산물을 날 것으로 먹었을 때 더욱 감염 확률이 높아지지요.
노로바이러스는 입자의 크기가 27~32nm(나노미터) 정도인 바이러스예요. 바이러스 혼자서는 유전체를 복제하고 자손을 만들 수 없어요. 이 때문에 다른 생물의 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유전체를 복제하는 전략을 이용하지요. 그중 노로바이러스는 동물의 소장 상피세포에서 번식해요. 음식에 묻은 노로바이러스가 입과 위를 지나 소장에 도착하면, 노로바이러스는 이곳에서 소장 상피세포 안으로 들어가요. 그뒤 자신이 지니고 있던 RNA를 세포 안에서 늘리지요. 바이러스는 종류에 따라 유전 정보를 DNA에 저장하기도 하고, RNA에 저장하기도 하는데, 형태만 다를 뿐 다른 생물의 세포 안에서 그 수를 늘리는 건 똑같답니다.
이렇게 바이러스는 이전보다 많아진 유전체를 다시 소장 상피세포 밖으로 꺼내요. 이때 세포막이 유전체를 둘러싸면서 새로운 노로바이러스가 태어나지요. 새로운 노로바이러스는 다른 세포에 침입해 더 많은 자손을 만들어낸답니다.
하지만 노로바이러스가 그 수를 늘리는 사이 우리 몸의 소장 상피세포는 죽어가요. 소장 상피세포가 제 기능을 못 하면 물이나 음식들이 소장에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고, 그대로 몸밖으로 나오지요. 그래서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구토나 설사를 하는 거예요.
한편, 겨울철 우리를 노리는 바이러스는 노로바이러스 뿐만이 아니에요. 노로바이러스처럼 장염을 일으키는 로타바이러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와 겨울 코감기의 주요 원인인 라이노바이러스 등 겨울철엔 온갖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지요. 그 이유는 바이러스가 세균과 달리 추운 온도에서도 잘 살아남으며, 공기 속에 포함된 아주 적은 양으로도 쉽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특히, 라이노바이러스는 겨울을 오히려 좋아하기도 해요. 겨울철 콧속 온도인 33~35℃는 라이노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좋은 온도거든요. 이 때문에 라이노바이러스는 겨울 동안 생물의 콧속에서 번식하며 감기 증상을 일으킨답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 좀비 연구로 바이러스 잡는다?!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대도시에 좀비 바이러스가 발생했어요. 사람들은 좀비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도망가지만 결국 좀비들에게 물려, 좀비의 수는 금세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요. 이제 믿을 건 좀비 바이러스를 없앨 약과 좀비 바이러스를 예방할 백신뿐! 과학자 단체가 좀비 바이러스를 연구해 전염병을 막을 백신을 개발하려 합니다.
위 이야기는 좀비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번쯤 봤을 법한 내용이에요. 물론 좀비들이 다른 사람을 물어, 결국 전세계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내용은 비현실적이에요. 하지만 과학자들이 좀비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건 사실이랍니다.
2017년 1월, 영국 레스터대학교 물리천문학과 머빈 로이 교수는 같은 과 학생들과 함께 좀비 바이러스가 얼마나 빨리 퍼질지 연구했어요. 좀비에게 물렸을 경우 90% 확률로 좀비가 되며 좀비 한 명당 하루에 한 사람씩을 찾아낸다는 것을 전제로 했지요. 이를 바탕으로 전염병이 퍼지는 속도를 계산하는 ‘SIR 모델’을 활용했답니다. 그 결과 좀비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100일이 지나면 전세계엔 300명의 인간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좀비로 변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어요.
한편 캐나다 오타와대학교 연구팀은 좀비의 움직임을 입자의 움직임으로 여기고 계산한 예측 모델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불규칙한 입자의 움직임을 예측할 때 쓰는 ‘랜덤 워크’ 확률 모델에 대입한 거예요. 또 좀비가 1분당 100㎡(제곱미터) 속도로 퍼진다고 할 때, 좀비와 90m 떨어져 있다면 25분만에 좀비와 맞닥뜨릴 거라는 사실도 계산해 냈답니다.
이처럼 과학자들이 좀비를 연구하는 건 진짜 좀비 바이러스가 생길 것을 걱정해서가 아니에요. 현실에서 지카 바이러스나 메르스 등 위험한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질 때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를 미리 알아보기 위해서지요.
2015년, 좀비 바이러스의 전파를 연구한 미국 코넬대학교 알렉스 알레미 연구원은 “좀비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도시 지역에서 벗어나 한산한 곳으로 도망치는 것이 좋다”며 “우리의 예측 모델이 실제 전염병의 확산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답니다.
● 스토리 따라잡기 - “노로바이러스군요!”
사건을 해결한 꿀록은 물을 많이 마시며 2~3일 정도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조언했지요. 그러자 첫째 난쟁이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걱정했어요.
“이상한 일이네요. 저희는 그저 크리스마스에 저희 집으로 배달 온 해산물을 맛있게 먹었을 뿐인데….”
“집으로 배달이 왔다고요? 도대체 누가….”
잭의 엘리베이터 사고부터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백설공주까지. 꿀록의 의심은 더욱 커져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