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르륵! 웁! 큽!”
며칠에 걸쳐 폭우가 아마존을 휩쓴 뒤였다. 평소보다 냇물의 수위가 한창 높아져 있었지만, 연구원들은 냇물을 그냥 건너기로 결정했다.
냇물의 수위를 대충 가늠할 수 있다는 자만 때문이었다. 하지만 냇물에 발을 디딘 순간, 신고 있던 장화 속으로 물이 가득 들어찼고, 무거워진 장화에 발목이 잡혀 머리 끝까지 잠기고 말았다. 그렇게 한 시간 같은 일분 동안 흙탕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다 동료가 내민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이렇게 아마존에서의 일분일초는 때론 목숨을 건 시간이었다.
첫날부터 무시무시했던 아마존
하늘길과 오프로드, 뱃길을 달려 어렵사리 ‘시크릿 포레스트’라고 불리는 아마존 연구지에 도착했다. 캠프에 짐을 풀고 연구팀의 리더인 브린으로부터 아마존 숲에서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거미와 독사뿐 아니라 모기, 총알개미, 군대개미, 말벌 등 주변의 곤충들과 아나콘다, 퓨마, 재규어까지 온통 조심해야할 것들 투성이였다.
그 중에서도 물고기 ‘칸디루’가 가장 무시무시했다. 칸디루는 오줌의 성분인 요소에 이끌려 요도로 침입해 기생하는 흡혈메기다. 그래서 누군가 강 속에서 오줌을 누면, 오줌의 암모니아 냄새를 맡고 재빨리 헤엄쳐 와 우리 몸 속으로 침투할 수 있다. 또 뾰족한 가시가 있기 때문에 억지로 떼어내려 하면 살점이 긁힌다고 했다. 날카로운 이빨로 공격한다는 피라냐보다 더 독한 녀석이었다. 무서운 설명을 듣고 있는데 마침 가장 강한 독을 지녔다는 ‘브라질 떠돌이 거미’가 지나갔다. 역시 아마존이었다.
하지만 자연과 하나가 된다면 그 안에서도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해먹에서 책을 읽거나 야생초 가득한 들판을 축구장 삼아 동네 주민들과 축구를 즐기고, 또 강물에 들어가 다같이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었다. 악어나 뱀이 물놀이를 함께 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지만 말이다.
아마존 생태 연구자의 하루
환상적인 새 소리로 아침을 맞은 연구원들은 가장 먼저 하루 전에 파 둔 ‘함정’으로 향한다. 생태 연구자들이 이용하는 채집 방법 중 하나인 ‘핏폴트랩’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핏폴트랩은 동물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파 둔 구덩이로, 주변을 막아 동물들이 구덩이 속에 빠지도록 유인하는 채집 도구다. 난 양서파충류 연구자라 주로 개구리나 도마뱀, 아주 가끔 뱀 등의 종을 확인했지만 쥐나 타란튤라, 지네, 풍뎅이 등이 핏폴트랩에 들어있을 때도 있었다.
그뒤 연구원들은 전날 채집한 동물이 무슨 종인지 확인하고, 몸 길이와 무게 등을 측정해 기록한다. 기록을 마치면, 오후부터 다시 아마존 동물들의 생활지 속으로 탐사를 나간다. 이때 연구자들은 철저하게 길을 정하고 탐사에 나선다. ‘선 조사’라고 불리는 방법에 따라 약 100m 거리의 정해진 길을 걸어간다. 이때 시야가 닿는 모든 곳을 샅샅이 관찰하며 생물을 채집한다.
또 ‘방형구 조사’라고 불리는 방법에 따라 가로 10m, 세로 10m로 정해진 지역 안을 꼼꼼히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되는 모든 동물들은 채집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하지만 방형구 조사는 선 조사와는 달리 지나가는 길의 나뭇가지 등을 잘라버리는 등 파괴적이어서 같은 장소를 두 번 이상 조사할 수가 없다. 따라서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세워 대상 지역을 정하고, 최대한 숲에 큰 위해가 가지 않도록 조사 횟수나 기간 등을 조절한다. 또, 채집한 동물들은 다음날 동정과 측정을 마친 뒤 채집했던 지역에 방생한다.
이런 연구의 목적은 종 다양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어떤 종이 어느 지역에, 언제 나타나는지 기록해 동물의 출현 양상도 파악할 수 있다. 또 반복적으로 관찰하면서 다양성의 변화도 알아낼 수 있다.
*QR코드를 찍으면 전종윤 연구원의 아마존 일기를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