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이에 물을 반쯤 담아 빙글빙글 돌려 보세요. 그럼 원심력 때문에 물이 양동이 벽면을 타고 올라가 수면이 오목해질 거예요.
1689년, 영국의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양동이 속의 물이 오목하게 내려가는지 궁금했어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이 세상에 모든 물질이 없어져도, 양동이 속 물은 여전히 오목하게 내려갈까?’ 라는 ‘ 양동이 사고 실험’을 제안했지요.
양동이 속 회전하는 물이라니 아무래도 골치가 아프네요. 예를 바꿔보겠습니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이때 김연아 선수의 치마는 원심력 때문에 꽃처럼 활짝 펼쳐질 거예요. 그런데 만약 김연아 선수가 다른 물체가 하나도 없는 곳에서 회전을 할 때도 치마가 활짝 펼쳐질까요?
[가설1]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도 치마는 펼쳐진다.
사실 뉴턴은 절대공간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양동이 사고 실험을 제안했어요. 뉴턴은 우주에 다른 물체가 있든 없든 관계 없이 공간이 있으며, 물체의 위치와 운동은 모두 이 공간 안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했어요. 이 공간을 ‘절대공간’이라고 했지요. 따라서 뉴턴은 이 세상에 양동이와 물만 남겨 놓고 모든 사물을 없애도, ‘공간’이라는 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주장했어요. 심지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을 때도 거기에 절대공간이 있다고 했지요.
이 절대공간엔 움직이지 않는 좌표가 있기 때문에, 물체가 움직인다고 판단할 만한 기준이 있는 셈이에요. 따라서 뉴턴은 다른 물체가 없는 절대공간 안에서도 물은 회전 운동을 할 수 있고, 회전에 따라 원심력이 생겨 수면이 오목하게 내려간다고 주장했답니다. 만약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곳에서도 물체가 여전히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여러분도 절대공간을 받아들이는 셈이에요.
절대공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운동 자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뉴턴의 생각이었지요.
이처럼 뉴턴의 절대공간을 받아들인다면 마찬가지로 김연아 선수도 절대공간에서 회전할 수 있을 테고, 그때 생기는 원심력으로 치마가 활짝 펼쳐지겠지요.
[가설2] 아무것도 없는 곳이란 없다! 고로 회전한다고 할 수 없다.
19세기의 과학자 에른스트 마흐나 이전의 라이프니츠, 칸트 같은 학자들은 절대공간 자체를 부정했어요. 절대공간은 우리 상상 속에만 있으며, 있다고 해도 우린 절대공간을 경험할 수 없을 거라고 말이에요. 그러면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는 양동이가 회전한다고 할 수 없으며 다른 물체들이 끌어당기거나 미는 힘이 없어서 물이 오목해질 수도 없다고 주장했답니다.
이들이 회전하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한 건 물체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준이 될 만한 다른 물
체가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달리기를 할 때 옆에 달리는 친구가 더 빠른 건 함께 달리고 있는 내
가 더 느리기 때문인 것처럼요. 즉, 마흐나 라이프니츠, 칸트 같은 학자들은 물체의 운동을 상대
적인 것으로 이해한 거예요.
김연아 선수의 회전 운동도 마찬가지예요. 김연아 선수가 회전하려면 가만히 멈춰 있는 심판
석을 지나 관중석에서 다시 심판석으로 돌아오듯이 기준이 되는 다른 물체가 있어야 해요.
따라서 만약 김연아 선수 주변에 심판석도, 관중석도 없고, 심지어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물체
가 없다면 김연아 선수는 회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거예요. 회전 운동을 하고 있다고 판단
할 기준이 없으니까요. 그 결과 김연아 선수 역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회전을 하는지 알 수 없
고, 물체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도 없어서 치마가 펼쳐지지 못하겠지요.
▶이 질문이 왜 중요할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물을 돌릴 때 원심력이 생길까? 이 질문은 오늘날의 물리학자들에게도 쉬
운 질문이 아니에요. 절대공간을 받아들여야 뉴턴의 운동 법칙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려면 물체의 상대적인 관계에만 주목해야 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여러분은 절대공간이 있다고 믿나요? 그렇다면 우리는 절대공간
에서 빙글빙글 회전할 수 있을까요? 또, 그때 우리의 옷은 활짝 펼쳐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