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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발랄 생각 실험실] 나무 판자가 모두 바뀌어도 여전히 같은 배일까?

고대 그리스 아테네 사람들은 영웅‘ 테세우스’가 탔던 배를 오랫동안 보존했어요. 그러다 나무가 썩으면 오래된 판자를 떼어내고 새로운 판자를 그 자리에 다시 박아 넣었지요. 여기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루타르코스’의 유명한 질문이 탄생했어요.


“ 나무 판자가 모두 바뀌었어도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을까?”

 

 

 

가설1_여전히 같은 배다!

 

테세우스의 배가 낡아서 판자를 하나 바꾸어도, 아테네 사람들은 수리 전의 배와 수리 후의 배를 같은 배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즉, 수리 후에 배의 모습이 조금 달라 지더라도 아테네 사람들에게 이 배는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인 거죠. 판자를 바꾼다고 해서 오래된 배 한 척이 사라지고 새로운 배 한 척이 나타나는 게 아니잖아요. 이처럼 테세우스의 배가 여전히 그대로인지는 아테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요.

 

이런 문제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어요. 무슨 말일까요? 우리 몸은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 세포들은 각각 복제를 하며 자신과 똑같은 세포를 만들어내요. 한편, 오래된 세포는 죽고 말지요. 즉, 일정한 주기로 세포가 모두 새것으로 바뀌는 셈이랍니다. 예를 들어 뼈 세포는 10년마다, 근육은 15년마다 전부 새 세포로 바뀌지요.

 

그럼 새 세포로 모두 바뀌었으니 새로운 사람일까요? 20년이 흘러도, 40년이 흘러도 친구들은 늘 우리를 같은 이름으로 부르고, 같은 사람이라고 여겨요. 우리의 세포가 모두 새것으로 바뀌고, 우리의 겉모습이 바뀌어도 우리의 생각 때문에 여전히 같은 사람인 거지요.

 

 

가설2_더 이상 테세우스의 배가 아니다!

 

아테네 사람들이 수리 전후 테세우스의 배를 같은 배로 여긴다는 건, 그저 생각일 뿐이에요. 생각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한 물체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구별 기준이 되어서는 안 돼요. 한 물체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물질이 돼야 하지요.

 

테세우스의 배가 수리 전후에도 여전히 같은 배인지 따져보려면, 배를 구성하는 판자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고 판단해야 돼요. 그래야 본래 테세우스의 배가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할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배가 낡아서 나무 판자 절반을 새로운 나무로 바꾸었다면 테세우스의 배는 절반만 남아 있는 거예요. 그리고 모두 새로운 나무로 바꾸었다면 본래 테세우스의 배는 사라지고 새로운 배가 된 거지요.

 

이 논리 역시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어요. 마치 나무 판자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따져보듯, 사람의 유전물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비교하는 거예요.

 

유전물질인 DNA는 아데닌, 티민, 구아닌, 시토신 네 종류의 물질이 두 개씩 쌍을 이루며 줄지어 있는 복잡한 구조예요. 사람마다 네 종류의 물질이 나열된 순서가 달라서 우린 서로 다른 외모나 성격을 가지게 되지요. 그래서 한 사람의 DNA 구조는 그 사람만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답니다. 또 DNA는 세포가 복제되면서 똑같은 구조로 복제돼요. 20년이 흘러도, 40년이 흘러도 우리가 같은 사람일 수 있는 건 바로 DNA의 복제 때문이지요.

 

따라서 만약 기준이 되는 유전물질이 달라지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됐다고 할 수 있어요. 사람을 구성하고 구별하는 기준이 달라진 셈이니까요.

 

2014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팀은 팔을 잃은 환자에게 로봇팔을 이식했다. 이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여 보고 있다.

 

 

▶이 질문이 왜 중요할까?

 

이 질문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더욱 중요해졌어요. 만약 사고로 다친 사람이 로봇팔을 얻었다면? 인공심장을 얻었다면? 혹은 로봇팔과 다리, 인공심장, 인공망막까지 얻었다면? 얼마만큼 바뀌어야 본래 그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특히 논란이 되는 건 인공두뇌예요. 인공두뇌를 이식 받은 사람이 이를 통해 생각한다면, 여전히 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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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명석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 에디터

    신수빈 기자·sbshin@donga.com
  • 기타

    [일러스트] 고고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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