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천장에서 시작된 불씨
지난 12월 21일 오후 3시경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큰 화재가 발생 했어요. 이번 화재로 29명이 사망했으며, 36명이 부상을 입었지요. 불은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시작돼 건물 전체로 번졌어요. 천장의 불씨가 떨어지면서 주차장에 있던 차 15대도 ‘펑’하는 소리와 함께 까맣게 타버렸지요.
화재는 천장에 설치된 열선에서 난 것으로 추정돼요. 스포츠센터는 여러 개의 기둥으로 건물을 받치고 있는 필로티 구조예요. 필로티 구조는 1층이 뻥 뚫려 있어 바깥 공기가 그대로 건물 내부까지 들어와요. 이 때문에 배관이 얼기 쉬워 1층 천장에 열선을 설치했는데, 열선이 과열돼 불꽃이 발생한 거지요.
불길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진 이유는?
전문가들은 제천 화재의 피해가 유독 컸던 원인 중 하나로 건축 방식인 ‘드라이비트’를 지목했어요.
드라이비트는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석고를 덧바르는 건축 방식이에요. 건물 내부를 따뜻하게 해 주고,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지요. 그런데 스티로폼에 불이 붙으면 건물 전체로 불이 쉽게 번지는 데다 유독가스를 내뿜어 인명 피해를 키울 수 있어요. 이번 화재에서도 드라이비트 공법 탓에 불이 순식간에 번졌답니다.
건물의 필로티 구조 역시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꼽혀요. 외부로 노출된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확 트인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와 불길이 더욱 거세졌지요. 즉, 필로티 구조가 일종의 ‘아궁이’ 역할을 한 셈이에요.
2015년 큰 인명 피해가 있었던 의정부 화재 이후 6층 이상의 건물에는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생겼어요. 하지만 제천 스포츠센터는 법이 생기기 전인 2011년 지어져 참사를 막지 못했답니다.
불이 난 건물의 창문을 깨면 안된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곳은 2층 사우나예요. 대부분 불에 탄 흔적이 거의 없어 유독가스에 희생된 것으로 추정됐어요. 이를 두고 창문을 더 일찍 깼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어요. 이에 소방당국은 창문이 강화유리여서 깨기 어려웠고, ‘백드래프트’ 현상이 우려돼 진입할 수 없었다고 말했어요.
백드래프트 현상이 대체 뭘까요?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점점 연소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해져요. 그러다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창문을 깨거나 문을 열어 갑자기 산소가 공급되면 불이 폭발적으로 분출하지요. 이를 백드래프트 현상이라고 해요.
화재 현장에서 공기가 내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소리가 들리거나 연기가 건물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는 모습을 보면 백드래프트 현상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긴박한 상황에서는 이런 징후를 관찰하기가 쉽지 않지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재의 원인을 미리 제거하고, 방재 시설을 잘 갖추는 것이 우선이에요. 건조한 날씨에는 화재가 더 자주 일어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