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암석산을 따라 활활 타오르는 푸른 용암이 느린 속도로 흘러내리고 있어요. 흔히 용암이라고 하면 붉은색을 떠올리는데 푸른 용암이라니, 정말 신비롭죠?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별의 풍경인 것만 같은 이곳은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위치한 카와이젠 화산이에요. 카와이젠 화산은 활화산으로, 정상에 폭이 20km나 되는 큰 칼데라호가 있어요. 에메랄드빛의 이 칼데라호는 무척 아름다워 보이지만, 사실 무척 위험해요.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강산성 호수로 손꼽히기 때문이지요.
2008년 캐나다의 탐험가 조지 쿠로니스는 고무보트를 타고 이 호수 위에서 직접 산성도를 측정 했어요. 그 결과 호수 가장자리의 pH는 0.5, 가운데의 pH는 0.13으로 측정됐지요. 쿠로니스는 이 호숫물에 알루미늄 캔이 닿자 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녹아들었다고 전했어요.
그런데 카와이젠 화산의 푸른 용암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비밀은 ‘유황’에 있어요.
카와이젠 화산은 순도 99%인 고품질의 유황을 캘 수 있는 세계 최대 유황광산으로도 유명해요. 칼데라호 옆에 있는 유황광산에서는 많은 광부들이 유황을 캐고 있는데, 끊임없이 뿜어져나오는 자욱한 유황기체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을정도라고 해요. 냄새가 지독할 뿐만 아니라 유황의 독성 때문에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해요. 하지만 광부들은 매일 마스크도 잘 끼지 않고 유황을 캐서 어깨에 짊어진 채 해발 2000m 고지에서 4km를 걸어 내려오지요.
그런데 유황기체는 360℃가 넘는 고온에서 타오르며 푸른 빛을 내요. 즉, 카와이젠 화산의 푸른 용암은 용암 자체가 푸른색이 아니라, 많은 양의 유황기체가 화산의 뜨거운 열기와 만나 타오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푸른 불꽃은 태양 아래에서보다 밤에 더 잘 보이는데, 최고 5m까지 치솟으며 장관을 연출한답니다.
이처럼 카와이젠 화산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산성 호수와 자욱한 유황기체 때문에 매우 위험한 곳이에요. 하지만 에메랄드빛 호수와 푸른 용암을 보기 위해 매해 전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카와이젠 화산의 절경을 사진으로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