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에 또 다시 겨울이 찾아왔어요.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숲의 생물들뿐만 아니라
수목원 사람들도 바쁘게 움직이는 시기지요.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반가운 친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답니다. 지금부터 국립수목원의 다양한 겨울 풍경을 소개할게요.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계절에도 생물들은 삶을 이어가고 있어요. 살아가는 모습은 서로 다르지만, 제각각 자신에게 딱 맞는 방법을 선택해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지요. 국립수목원의 식물도 여러 모습으로 겨울을 맞이한답니다.
발 아래에서는 풀이라고 부르는 ‘초본식물’이 겨울을 보내요. 꽃향유, 쥐깨풀 같이 겨울을 나지 못하는 한해살이 풀은 겨울이 오기 전에 결실을 맺어 열매나 씨앗의 형태로 봄을 기다리지요. 여러해살이 풀인 복수초나 너도바람꽃은 뿌리나 덩이줄기 같은 땅 속 부분이 살아남아 있다가 이듬해에 다시 잎을 낸답니다. 또 대나무나 노루발처럼 겨울에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상록 여러해살이 풀도 있어요.
이처럼 추위에 잘 적응한 식물은 스스로 겨울을 이겨내지만, 따뜻한 곳에서 살다 왔거나 너무 어린 친구들은 겨울을 잘 날 수 있도록 사람들이 도와 주어야 해요. 국립수목원에서도 다양한 지역에서 온 식물들에게 원래 살던 환경을 하나하나 마련해 준답니다. 예를 들어 난대지방 출신인 나무들은 겨울 추위를 아예 알지 못해요. 원래 연평균 기온이 14℃ 이상, 1월 평균기온이 0℃ 이상인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이에요. 이런 나무가 서리를 맞으면, 사람이 동상에 걸리듯 하룻밤 사이에도 얼어 죽을 수 있답니다. 그래서 겨울나기를 준비해 줘야 하지요.
비교적 키가 큰 비목나무나 탱자나무에게는 짚으로 만든 옷을 입혀요. 원 줄기부터 꼼꼼하게 짚을 덧대 주고, 같은 짚으로 중간 중간 묶어 지면까지 덮어 준답니다. 이러면 아무리 매서운 바람이 불어도 짚 안쪽이 따뜻한 상태를 유지하며 줄기를 보호해요. 우리가 한겨울에 두툼한 패딩을 입어 몸을 보온하는 것과 같은 원리지요.
크기가 작은 나무는 낙엽, 짚, 나무 조각 등을 긁어모아 땅과 줄기가 만나는 부분을 덮어 줘요. 그러면 이렇게 덮은 부분이 썩으면서 따뜻한 열기를 내어 나무를 보호하지요. 이보다 약한 초본식물은 낙엽, 짚 등을 덮고 그 위를 비닐로 고정하거나, 아예 화분에 담아 실내로 옮겨 보관해요. 그래서 겨울의 국립수목원 온실에는 겨울에만 머물다 가는 ‘손님’이 부쩍 는답니다.


대부분의 나무는 겨울이 오기 전 늦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겨울눈을 미리 만들어요. 아주 작은 꽃과 잎을 속에 숨기고 있는 겨울눈들은 나무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지요. 이들은 잎이 다 떨어지고 나서도 가지에 남아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기다린답니다.
그런데 봄이 오기 전에 간혹 날씨가 따뜻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때 나무 중 일부는 봄이 온 것으로 착각하고 눈을 틔워 꽃이나 잎을 피워 버려요. 예를 들어 갑자기 기온이 오른 2016년 1월에는 국립수목원에 있는 길마가지 나무, 산당화, 개나리, 미선나무가 꽃을 피운 것을 관찰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초본식물인 동강할미꽃도 이 시기에 꽃을 피웠답니다.
이 식물들의 정상적인 개화 시기는 3~4월이니 무려 세 달이나 빠르게 꽃을 피운거지요. 국립수목원에서 가장 빨리 꽃을 피우는 풍년화가 2016년 2월 23일 개화한 걸 보면 얼마나 빠른지 잘 알 거예요.
이미 꽃을 피운 겨울눈은 진짜 봄이 찾아와도 다시 꽃을 피우지 못해요. 그러면 열매나 씨앗도 맺지 못하지요. 2015~2016년 겨울에는 유독 이런 친구들이 많이 생겨났어요. 꽃을 피우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걸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답니다.



국립수목원에는 겨울에도 많은 손님이 찾아와요. 이 가운데는 잎들이 떨어져 조금 황량해 보이는 나무 사이로 움직이며 활기를 불어 넣어 주는 친구들도 있답니다. 바로 새들이지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겨울은 새 관찰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에요. 무성한 나뭇잎이 없어서 새가 잘 보이고, 먹이를 찾아 사람들 가까이로 내려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지요.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건 직박구리예요. 직박구리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하게 볼수 있는 텃새로, 광릉숲에도 많은 수가 서식하고 있어요. 차가운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뭇가지에 앉아 갈색 반점이 있는 뺨을 갸웃거리며 삐익삐익 떠들어대지요. 마찬가지로 흔한 텃새인 곤줄박이는 손에 잣을 들고 있으면 날아와서 물고 갈 정도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광릉숲에는 비교적 흔한 오색딱따구리부터 천연기념물 제242호인 까막딱따구리까지 딱따구리 종류도 많이 살고 있어요. 수목원의 길을 걷다 보면 딱따구리들이 썩은 나뭇가지를 쪼아 벌레를 잡아먹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답니다.
그런가 하면 겨울에만 찾아오는 친구들도 있어요. 깊은 숲에서 사는 자그마한 새인 콩새와 되새는 겨울에 수목원으로 날아와 나무에 앉아 있거나 땅에 떨어져 있는 열매를 쪼아 먹어요. 큰말똥가리 같은 희귀한 맹금류도 차가운 겨울 하늘을 유유히 날아다니지요.
물새들도 겨울철 광릉숲을 좋아해요. 국립수목원 앞에 흐르는 봉선사천에는 중대백로나 청도요가 찾아와요. 흰뺨검둥오리나 원앙은 봉선사천뿐만 아니라 수생식물원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답니다. 이번 겨울에 국립수목원을 방문하게 된다면 이 친구들을 꼭 만나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