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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안녕! 나는 수심 2000~4000m의 깊은 바다에 사는 귀염둥이 문어 ‘그림포텔우티스’라고 해. 만화 속에서 귀를 펄럭이며 하늘을 나는 코끼리, 덤보를 닮았다고 해서 ‘덤보문어’라고도 불리지. 이렇게 내가 너희를 찾아온 이유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야.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미래는 우리 두족류의 시대가 될 거래~!
바닷속 두족류, 점점 많아진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아니야~. 실제로 바다에 사는 생물 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 60년 동안 문어나 오징어 같은 두족류 개체수가 꾸준히 늘어났대. 대부분의 바다 생물들은 갈수록 개체수가 줄었는데 말이야.
문어, 오징어가 늘고 있다!
사람들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물고기도 마구 잡아 들이면서 많은 바다 생물의 수가 줄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 다른 바다 생물들과 달리 두족류의 개체수가 점점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어요.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연구팀은 갑오징어, 문어 등 전세계 바다에 사는 두족류 중 35종의 개체수 변화를 분석했어요. 그 결과 1953년부터 2013년까지 60년 동안 모든 종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그동안 다른 바다 생물 개체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 것과 정반대되는 결과였지요.
연구팀은 두족류 개체수가 증가한 원인을 여러 가지로 추측하고 있어요. 첫 번째 원인은 지구온난화예요.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두족류의 번식률이 높아졌다는 거예요. 대부분 문어와 오징어는 수온 15℃ 이상의 따뜻한 바다에서 번식하고 생활하거든요. 즉 따뜻한 바다가 많아지면서 두족류가 살 수 있는 터전이 넓어진 거죠.
또한 사람들이 문어와 오징어의 포식자인 상어와 곰치 등을 마구 잡은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어요. 실제로 상어는 40년 동안 전체 종의 4분의 1이 멸종위기에 처할 만큼 그 수가 크게 줄었답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조 더블데이 박사는 “두족류는 주변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산다”며, “두족류 연구는 바다 환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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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년 동안 진화한 두족류
사실 두족류는 지금으로부터 약 5억 년 전, 바다를 지배하는 생물종이었어요. 당시엔 지구에 물고기가 등장하기 전으로, 바다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생물종이 두족류였거든요.
하지만 당시 두족류는 오늘날 문어, 오징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에요. 오히려 앵무조개와 비슷하게 생겼지요. 오늘날의 모습이 되기까지 두족류는 딱딱한 껍질이 점차 사라지는 방향으로 진화했어요. 초기 두족류인 노틸로이드는 나선형으로 생긴 딱딱한 껍질 속에 부드러운 몸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었지요. 그 다음 나타난 벨렘나이트는 오징어처럼 생긴 몸속에 화살촉처럼 생긴 길고 뾰족한 뼈를 가지고 있었답니다.
현재 바다에 사는 대부분의 두족류는 아주 작은 뼈가 있거나 아예 뼈가 없어요. 포식자를 피해 빠르게 도망갈 수 있도록 딱딱하고 무거운 껍질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거죠. 또한 노틸로이드가 11m, 벨렘나이트가 2m인 것과 비교해 몸집도 점점 작아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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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족류의 놀라운 생존능력
내가 한 말이 사실이지? 갈수록 두족류가 많아지고 있다니, 이제 두족류가 다시 바다를 지배할 날이 정말 머지않은 것 같아! 물론 숫자가 많은 생물이 무조건 바다를 지배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우리 두족류에겐 비밀 무기가 있지. 바로 엄청난 생존능력!
상어 나타나면 샤샤샥! 갑오징어의 ‘은신술’
레이더나 적외선 탐지기, 음향 탐지기 등 모든 탐지망에 포착되지 않는 은폐 기술을 ‘스텔스’라고 해요. 그런데 실험 결과 갑오징어가 이런 스텔스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미국 듀크대학교와 조지아서던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갑오징어의 은신 능력을 분석하기 위한 실험을 했어요. 연구팀은 수조 안에 있는 갑오징어에게 상어의 그림자가 점점 다가오는 영상을 보여 줬어요. 그전까지 지느러미를 살랑거리며 편안하게 움직이던 갑오징어는 상어 그림자를 발견하자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촉수로 몸에 있는 구멍을 막았어요. 이는 몸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줄이기 위한 행동이에요.
갑오징어는 몸에 있는 구멍을 통해 호흡이나 배설과 같은 대사 작용을 해요. 이때 10~30μV(마이크로볼트)의 약한 전기 신호가 나오지요. 이건 AAA건전지의 7만 5000분의 1 정도 전압으로, 아주 약한 세기예요.
하지만 상어는 이렇게 약한 전기 신호도 감지해 먹이를 찾아내는 능력이 있어요. 그래서 상어 그림자를 발견한 갑오징어는 촉수로 몸에 있는 구멍을 막아 전기 신호를 6μV까지 낮춘답니다. 실제로 또 다른 실험에서 상어는 10~30μV의 전기 신호를 발생하는 기계를 100% 찾아내 물어뜯었지만, 6μV까지 신호를 낮추자 50%만 찾아냈어요. 즉, 갑오징어는 상어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기술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예요.
변신하고, 먹물 뿜고, 들러붙는다!
문어가 위협을 느끼면 주변 환경과 비슷하게 몸 색깔을 바꿔요. 모든 문어와 오징어는 순식간에 몸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답니다.
이런 능력을 갖게 된 이유는 피부에 있는 특별한 세포 덕분이에요. 문어와 오징어는 피부에 색소 주머니처럼 생긴 ‘색소세포’가 있어요. 색소세포에는 각각 노랑, 빨강, 갈색의 색소가 들어 있는데, 이 세포의 크기를 조절해 몸 색깔을 바꾸지요. 붉은색 산호 사이에 숨으려면 빨간 색소가 들어 있는 색소 세포들의 크기를 쭉 늘리는 거예요.
몸 색깔을 재빨리 바꿨지만 천적에게 들키고 말았다면? 문어의 다음 전략은 먹물 뿜기예요. 먹물의 주성분은 ‘멜라닌’이에요. 멜라닌은 흑갈색을 띠는 색소로, 사람 피부나 머리카락에도 들어 있어요. 멜라닌은 천적의 시야를 가릴 뿐만 아니라 후각을 마비시켜요. 문어는 멜라닌 먹물을 뿜어 천적으로부터 도망칠 시간을 버는 거예요.
위장술과 먹물을 쓰고도 천적에게 붙잡혔다면 문어는 마지막으로 ‘들러붙기’ 전략을 써요. 문어의 빨판은 근육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어디에든 달라붙을 수 있어요. 만약 천적에게 몸의 일부가 붙잡히더라도 자유로운 팔을 이용해 주변 물체에 달라붙어 도망갈 길을 마련할 수 있지요. 거대문어는 지름이 약 7.6cm인 빨판 하나로 13kg이 넘는 물체를 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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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두족류를 닮다!
모두들 우리 두족류의 반전 능력에 감탄하고 있을 거야~. 후훗! 어? 저기 우리 아빠다! 아빠~! 엥? 아빠가 아니잖아? 게다가 이건 살아 있는 문어가 아니라 로봇이야! 문어랑 똑같이 생긴 로봇이 있다니 말도 안 돼~!
문어 닮은 인공피부
색과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유연한 몸으로 바닷속을 누비는 문어와 오징어는 과학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에요. 특히 로봇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은 두족류를 닮은 로봇을 만들기도 하지요.
최근 문어의 피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쭉~ 늘어나고 반짝반짝 빛을 내는 인공피부가 개발됐어요. 이 인공피부는 겉으로 보기엔 얇고 불투명한 실리콘처럼 생겼어요. 하지만 인공피부를 손으로 잡고 늘리면 밝은 빛을 낸답니다.
미국 코넬대학교 로버트 셰퍼드 교수 연구팀은 잘 늘어나는 실리콘 층 사이에 빛을 내는 얇은 장치를 넣었어요. 이 장치는 압력을 감지할 수 있어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변화가 생기면 전기가 흐르면서 빛이 나요. 이 인공피부는 원래 크기의 6배까지 늘어나고, 둘둘 말거나 길고 얇게 늘리는 등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꿀 수 있지요.
연구팀은 인공피부를 활용해 애벌레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기도 했어요. 로버트 셰퍼드 교수는 “인공기술을 발전시켜 다양한 소프트 로봇뿐 아니라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꿀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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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처럼 수영하는 로봇
문어와 오징어는 로켓이 발사되는 원리를 이용해 헤엄쳐요. 몸속에 머금고 있던 물을 가고자 하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빠르게 내뿜으면서 앞으로 나가지요. 즉,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활용하는 거예요. 동시에 다리를 펼쳤다 오므리면서 물을 뒤로 밀어내어 앞으로 나가기도 해요.
이탈리아 성안나대학교 바이오로봇공학 연구소의 세실리아 라스키 교수는 이런 문어와 똑같이 움직이는 로봇을 개발했어요. 이 로봇은 문어처럼 팔로 휘감아 물건을 잡고, 여덟 개의 팔을 이용해 바닥을 걸어 다닐 수도 있어요. 또한 관으로 빨아들인 물을 빠르게 내뿜고, 다리를 펼쳤다 오므리며 실제 문어처럼 헤엄치기도 하지요.
라스키 교수 연구팀은 “산호 또는 다른 바다 생물의 생태를 연구하는 데 문어 로봇을 쓸 수 있다”며, “앞으로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소프트 로봇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어요.
두족류의 시대가 다가온다는 우리 아빠 말이 맞지? 후훗! 앞으로도 다양한 곳에서 놀라운 능력을 뽐낼 두족류의 활약을 기대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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