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철, 앙상하게 드러난 나뭇가지에 새의 둥지 같은 덩어리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이 덩어리가 선명한 초록색이나 붉은색, 노란색을 띠고 있다면 여러분은 나무에 붙어사는 또 다른 식물을 보고 있는 거예요. 그 정체는 바로 기생식물 ‘겨우살이’랍니다.

보통 식물들은 스스로 광합성을 하며 살아가요. 하지만 어떤 식물은 제대로 광합성을 하지 못해서 다른 식물에 의지해서 살아가지요. 이처럼 다른 식물로부터 필요한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며 생활하는 식물을 ‘기생식물’이라고 해요. 이때 기생식물이 들러붙는 양분 공급 식물을 ‘기주식물’ 또는 ‘숙주식물’이라고 부르지요.
겨우살이는 가장 많이 알려진 기생식물로, 광합성을 하면서 기주식물로부터 영양분도 얻는 ‘반기생식물’에 속해요. 1년 내내 푸른 잎을 달고 있는 상록식물이기도 하지요. 봄부터 가을까지는 기주식물의 잎에 가려 모습을 보기 어렵지만, 겨울이 되어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나면 선명한 초록색을 뽐낸답니다. 이 때문에 ‘겨우살이’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겨우살이는 보통 초봄에 작은 꽃을 피워요. 꽃이 진 뒤에 그곳에 새들이 찾아와 열매를 먹고 씨앗을 퍼뜨리지요. 새는 겨우살이의 열매를 먹은 뒤, 채 소화하지 못한 씨앗을 나뭇가지 위에 배설해요. 그러면 씨앗은 끈끈한 성분을 내어 나뭇가지에 착 달라붙은 다음 새싹을 틔우지요. 그리고 뿌리 대신 ‘흡기’라는 기관을 이용해 나무껍질 안으로 파고들며 물과 영양분을 빨아먹고 산답니다.
겨우살이과 식물은 한랭지역을 제외한 전세계의 열대와 온대지역에 약 1500종류가 살고 있어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겨우살이는 겨우살이, 꼬리겨우살이, 참나무겨우살이, 동백나무겨우살이 그리고 붉은겨우살이의 다섯 종류예요. 그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종류는 겨우살이(Viscum album var. coloratum )지요. 전국 각지에 널리 분포하며, 주로 참나무 같은 낙엽활엽수에 붙어 살아요. 큰 나뭇가지 끝에 새 둥지 모양으로 달려 있고, 최대 지름 1m까지 자라난답니다. 잎은 긴 타원형이고 줄기는 마디마다 Y자 꼴로 갈라져요. 1년에 한 마디씩 새로운 줄기가 자라기 때문에 줄기의 수를 통해 나이를 추측할 수 있답니다.
숲을 살리는 겨우살이
겨우살이는 언뜻 나무를 죽이는 독초로 보이기 쉬워요. 하지만 겨우살이가 들러붙은 기주식물은 수명이나 성장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요. 겨우살이는 광합성을 하고도 모자란 영양분만 나무로부터 얻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겨우살이는 건강한 숲을 만드는 역할을 해요. 호주 찰스스터트대학교 데이비드 왓슨 연구원이 호주에 자생하는 겨우살이를 연구한 결과, 겨우살이가 숲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우선 겨우살이는 겨울에 먹을 것을 찾기 힘든 동물들에게 물과 영양분을 공급해요. 또 겨우살이 열매는 당분과 지방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초식동물에게 중요한 영양분이 되지요.
겨우살이는 거대한 덩어리처럼 자라나는 특성 때문에 동물들의 집이 되기도 한답니다. 겨우살이 속에서 새들은 안전한 둥지를 짓고, 고슴도치와 다람쥐는 포근한 동면 장소를 만들지요.

왓슨 연구원은 숲의 일부를 골라 겨우살이를 모두 없애는 실험도 해 봤어요. 그 결과 겨우살이가 사라진 숲에서는 생물종 다양성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먼저 겨우살이를 먹이나 집으로 삼던 새들이 새로운 먹이와 은신처를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 버렸어요. 겨우살이에서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도 겨울철을 제대로 나기 어려워졌지요. 또 땅에 떨어진 겨우살이 잎을 분해해 영양을 흡수하는 박테리아나 곤충, 무척추동물들도 피해를 입었답니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겨우살이를 산림생태계의 ‘핵심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겨우살이가 위험해?!

겨우살이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약용식물이기도 해요.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동의보감에 ‘겨우살이는 성질이 평하고 맛은 쓰고 달며 독이 없다. 힘줄, 뼈, 혈맥, 피부를 충실하게 하며 지혈작용이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예로부터 약효가 널리 알려져 있었지요.
유럽에서도 겨우살이를 ‘황금가지나무’라고 부르며 약으로 이용해 왔어요. 요즘에는 약효 성분을 빼내서 암의 보조치료제로 사용한답니다. 또 먹기 쉽게 이용하고자 식품으로 만드는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지요.
그런데 최근 겨우살이가 각종 항암효과와 위장병, 신경통에 좋다는 소문이 각종 매체를 타고 퍼지면서 겨우살이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허가를 받지 않고 무분별하게 겨우살이를 베어내서 약이나 식품으로 팔고 있거든요. 높은 나뭇가지에서 자라는 겨우살이를 얻기 위해 나무 전체를 꺾거나 베어 버리는 경우도 있지요. 이 과정에서 숲이 훼손되고 겨우살이들도 멸종위기에 처하게 됐답니다.
만약 지금과 같이 겨우살이를 마구잡이로 채취하고 숲을 훼손하는 일이 계속되면 우리나라의 겨우살이는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러면 우리나라 숲 생태계가 큰 영향을 받게 되겠지요. 겨우살이를 먹이나 은신처로 삼던 동물들도 피해를 입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