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나는 어과동 최고의 악당~! 닥터 그랜마야. 오늘도 지구 정복을 함께할 동물 친구를 열심히 찾고 있지. 이왕이면 똑똑한 동물이면 좋을 텐데…. 저기 저 검은 털옷을 입은 사람에게 한 번 물어봐야겠어.
앗! 멀리서 봤을 땐 사람인줄 알았는데, 사람이 아니라 침팬지였잖아! 그래! 사람과 가장 비슷하다는 침팬지와 함께라면 지구 정복도 문제 없을 거야. 침팬지야
~! 나와 함께 지구를 정복하자!
닥터 그랜마 : 침팬지야, 안녕? 자기소개를 부탁해.
침팬지 : 안녕하세요. 저는 사람과 가장 비슷한 동물인 침팬지예요.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유전자가 인간과 98.6%나 똑같지요.
또한, 다른 동물에 비해 지능도 높아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답니다. 흰개미 굴에 나뭇가지를 넣어 낚시를 하거나, 돌을 이용해 딱딱한 나무 열매를 깨먹기도 하지요. 높은 곳에 있는 과일을 따기 위해 긴 막대기를 이용하거나 바닥에 상자를 쌓아 올리기도 해요.
특히 단기기억력이 좋아서 숫자 순서 맞추기 퍼즐은 대학생보다 빨리 풀기도 했어요.
닥터 그랜마 : 너희도 친구끼리 서로를 믿고 있니?
침팬지 : 위험한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서로를 믿는 것이 무척 중요해요. 하지만 이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상대방을 잘못 믿었다가 큰 손해를 볼 위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상대방을 믿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바로, ‘개인적인 친분’이랍니다. 이전 과학자들은 침팬지의 행동을 관찰해 침팬지도 사람처럼 더 친한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하지만 이 친분과 신뢰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지요. 이에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얀 막심 엥겔만 박사팀은 침팬지의 친분 관계가 서로를 믿는 데 정말로 영향을 주는지 실험을 했답니다.
닥터 그랜마 : 어떤 실험을 했는지 알려 줄래?
침팬지 : 연구팀은 실험에 앞서 5개월 된 15마리의 침팬지들의 행동을 관찰한 뒤, 서로의 친밀도를 점수로 매겼어요. 그 뒤, 둘씩 짝을 지어 실험을 했답니다. 한 마리의 침팬지에게 ‘믿음의 끈’과 ‘불신의 끈’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 거예요. 불신의 끈을 잡아당기면 끈을 잡아당긴 침팬지에게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제공돼요. 반대로 ‘믿음의 끈’을 잡아당기면 상대편 침팬지에게 ‘좋아하는 음식’이 제공되고, 이 침팬지는 끈을 잡아당긴 침팬지에게 음식을 전달할 수 있지요. 즉, 상대편 침팬지가 음식을 전달해 줄 거라고 믿어야 ‘믿음의 끈’을 잡아당길 수 있는 거예요.
같은 실험을 12번씩 반복하며 끈을 잡아당긴 횟수를 조사한 결과, 친밀도 점수가 높을수록 믿음의 끈을 더 많이 잡아당기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닥터 그랜마 : 난 너를 믿어. 나랑 지구를 정복하자!
침팬지 : 엥겔만 박사는 이번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침팬지도 사람처럼 친한 친구를 더 믿는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또한 이 연구는 영장류들의 사회적인 행동을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지요.
저는 사람과 가장 비슷한 동물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저를 연구하면 인류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지구 정복보다는 인류와 함께 어울려 살고 싶어요.
만화 : 조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