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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서 현금이 사라진다

“다음 세대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돈(현금)이 무엇인지 모르게 될 것이다.”

지난해 11월, 세계적인 IT 기업 애플의 CEO 팀 쿡은 곧 현금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고했어요. 그리고 ‘페이 서비스’가 현금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지요. 실제로 최근 TV를 틀면 각종 페이 서비스 광고가 쏟아져 나와요. 그리고 현금이 없어도 커피를 마시고 물건을 사고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요.

현금 사용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통계 자료에 따르면 사람들이 현금(37%)보다 카드(52.1%)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지난 해 덴마크에서는 현금거래 금지 법안을 내기도 했어요. 법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덴마크의 상점에서는 현금을 받지 않아요. 모바일과 신용카드로만 물건을 살 수 있지요. 2014년 덴마크 중앙은행은 지폐와 동전을 더 이상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스웨덴도 현금 없는 나라로 바뀌고 있어요. 버스 요금도 현금으로 낼 수 없고, 성당이나 교회에서 헌금도 카드로 내지요. 은행의 경우, 현금 없는 지점을 늘리고 있어서 지난 2013년에는 스톡홀름 은행에 강도가 침입했다가 빈손으로 돌아가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이 외에도 유럽 주요국에서 비싼 물건은 현금으로 살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정책적으로 현금 사용을 줄이는 이유가 뭘까요?

우선 현금을 발행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어요. 우리나라 돈의 수명은 1000원 권이 3년 4개월, 5000원 권이 5년 5개월, 1만 원 권이 8년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돈이 닳거나 찢어지면 폐기하는데, 2014년에는 5억 6000만 장의 지폐가 폐기된 것으로 조사됐어요. 폐기된 지폐를 쌓으면 에베레스트 산 높이의 약 7배인 5만 9000m에 달한답니다.

또한 현금 대신 카드나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면 강도나 소매치기 등의 범죄가 일어날 위험도 줄일 수 있어요. 이뿐만 아니라 모든 거래가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불법적으로 오고가는 돈을 추적할 수도 있답니다.







아무리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됐다지만 정말 이렇게 현금이 없어져도 되는 거야? 그동안 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해 왔는데…! 지폐의 등장은 그야말로 혁명이었다고!

돈의 역사


돈이 언제부터 탄생했는지 정확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어요. 돈이 문자보다 먼저 등장했기 때문이지요.

인간은 기원전 9000~6000년에 소 등 가축을 사육하고 농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이때 하나의 물건을 비슷한 가치의 다른 물건과 바꾸는 ‘물물교환’ 방식을 사용했지요. 그러다가 기원전 6000~3000년에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물물교환 내역을 기록하기 위해 문자를 만들고, 역사상 최초의 돈인 ‘셰켈’을 사용했어요. 당시 ‘셰켈’은 보리의 양이자 무게의 단위로 사용됐어요. 이를 ‘물품화폐’라고 해요.

그런데 물품화폐는 부피도 크고 파손되기 쉽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후 금화나 은화 등의 금속화폐를 거쳐 지폐와 같은 신용화폐가 만들어졌지요. 그리고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전자화폐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가상화폐까지 나타났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현금 없는 시대가 가능해진 이유가 뭘까? 사람들은 이게 다 ‘핀테크’ 덕분이래. 핀테크! 너 때문에 사람들이 현금도 잘 쓰지 않고 내 배가 홀~쭉해지잖아! 너 대체 정체가 뭐야?

핀테크란?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말이에요. 금융과 정보통신 기술이 결합하면서 결제부터 송금, 대출, 데이터 분석, 자산 관리, 디지털 돈, 보안 등 기존의 금융 서비스를 더욱 저렴하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금융서비스를 통틀어 핀테크라고 하지요.

예를 들어 페이 서비스도 핀테크 중 하나예요. 현금을 내고 거스름돈을 돌려받거나, 카드를 내고 서명을 하는 과정을 건너 뛰고 스마트폰만 단말기에 갖다 대면 간편하게 결제가 이뤄지지요. 페이 서비스 뒤에는 어떤 정보통신 기술이 숨어 있을까요? 첫 번째는 토큰화 기술이에요. 토큰화 기술은 실제 카드 번호대신 가상의 카드 번호(토큰)를 사용해 스마트폰 안에 있는 카드정보를 안전하게 지켜 주는 기술이에요.

두 번째는 지문이나 목소리 등 인체의 고유한 특성으로 본인여부를 확인하는 생체인식 기술이에요. 다른 사람이 남의 스마트폰으로 함부로 결제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본인 확인 과정이 꼭 필요하답니다.

마지막은 근거리 통신 기술이에요.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접촉하면 빠른 시간 안에 금융 정보를 확인해서 결제를 진행해야 해요. 이때 카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통신 기술이 쓰여요.




케냐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 엠페사

‘아프리카’라고 하면 첨단 금융 시스템을 상상하기는 어려워요. 그런데 케냐 어른의 거의 70%가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37%와 비교하면 정말 높은 수치라는 걸 알 수 있지요.

케냐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의 이름은 ‘엠페사’예요. 엠페사는 ‘모바일’의 ‘M’과 스와힐리어로 ‘돈’을 뜻하는 ‘Pesa’가 합쳐진 ‘모바일 머니’를 의미해요.

케냐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은행은 커녕 ATM 기기도 보기 힘든 국가예요. 이런 곳에선 돈을 인출하거나 송금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지요. 그래서 아프리카에서 은행 계좌를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고작 24%에 불과하죠. 그런데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은 80% 이상이에요. 케냐의 이동통신사인 사파리콤은 바로 이점에 주목했어요.

“은행 계좌를 만들기 어렵다면 휴대전화를 계좌로 쓰자!”

방법은 간단해요. 엠페사를 취급하는 동네 슈퍼나 잡화상 등 소매점에서 돈을 내면 전화번호로 돈이 등록돼요. 그럼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돈을 주고 받을 수 있지요. 엠페사가 등록된 상대방의 전화번호로 금액을 적어 문자를 보내기만 하면 송금할 수 있고, 반대로 내 전화번호로 들어온 돈을 현금으로 바꿔 쓸 수도 있어요.

2007년 시작된 엠페사는 은행 지점 하나 없이 약 5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 거래될 만큼 크게 성장했어요. 이는 케냐 국내총생산(GDP)의 약 25%에 해당하는 규모지요. 스마트폰이나 뛰어난 정보통신 기술이 아니더라도 사용자를 편리하게 만드는 핀테크 서비스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걸 엠페사를 통해 알 수 있답니다.

우리나라에도 인터넷 전문 은행 등장

올해 우리나라에도 인터넷 전문 은행이 등장할 예정이에요.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인터넷 전문은행 시범 사업자로 선정됐거든요. 이중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친숙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에요.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에서는 카톡 아이디로 대화하듯 편리하게 돈을 보낼 수 있어요. 또한 예금 이자를 이모티콘이나 게임아이템으로도 받을 수 있어요.

지난 12월부터 시중은행에서도 ‘비대면 비접촉 뱅킹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은행 창구에 가서 사람을 마주치지 않고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는 말이에요.

이런 일이 가능한 건 지금이 ‘빅 데이터’ 시대이기 때문이에요. SNS와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온라인 상에 개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쌓이고 있어요. 다양한 정보들을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일일이 종이 서류를 보내서 본인의 신용을 증명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그 결과 은행 창구에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시대로 성큼 다가서게 됐답니다.





가상화폐의 대표 주자, 비트코인

가상화폐란 온라인 사이트나 게임 등 가상 세계에서 이용되고, 민간이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돈을 말해요. 기존의 게임 머니나, 싸이월드의 도토리 등도 가상화폐에 속해요. 하지만 기존의 가상화폐는 사용할 곳도 많지 않고, 한번 구입하면 다시 현금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약점이었어요.

그런데 비트코인은 좀 달라요. 비트코인은 실제 돈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쓸 수 있거든요. 2009년 익명의 일본인 ‘나카모토 사토시’에 의해 개발된 비트코인은 암호화된 문제를 풀면 누구나 발행할 수 있는 가상화폐예요.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문제를 푸는 걸 ‘채굴’이라고 해요. 이때 채굴해야 하는 문제는 수십 대의 컴퓨터를 사용할 정도로 매우 어렵답니다.

비트코인은 이미 신문 구독료, 대학 등록금, 호텔비, 온라인 쇼핑 비용 등을 결제하는 데 사용되고 있어요. 2013년 미국의 한 부부는 비트코인만으로 해외여행에 성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비트코인의 큰 장점은 은행이나 카드사가 끼어들지 않고 고객과 판매자, 개인 대 개인이 직접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수수료가 거의 없고 결제 과정이 매우 편리하지요. 즉, 시장에서 장난감을 사고 곧바로 현금을 건네듯이 직접 판매자에게 돈을 줄 수 있어요.

이런 편리함과 여러 사용처에도 불구하고 현재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아직 비트코인이 편리하게 쓰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학자들은 앞으로 비트코인이 한 단계 더 진화하거나 더 매력적인 새로운 가상화폐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요.




가상화폐는 과연 안전할까?

가상화폐가 널리 사용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있어요. 바로 가상화폐는 민간 화폐라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이에요.

그런데 2012년 캐나다에서 한 가지 실험이 진행됐어요. 바로 정부 최초로 디지털 돈인 ‘민트 칩’을 발행한 거지요. 캐나다 정부는 ‘민트 칩 챌린지’라는 대회를 열고 일정한 수의 참가자들에 한해 민트 칩을 발행했어요. 참가자들은 민트 칩을 USB나 스마트폰, 컴퓨터, 클라우드 등에 사이버 머니의 형태로 넣어 갖고 다니면서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나 결제나 송금을 할 수 있었어요. 대회가 끝났을 무렵 민트 칩이 자선 기부금과 주차료, 통행료, 식사비 등으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캐나다 정부는 이런 실험을 통해 디지털 화폐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알아본 거예요.

앞으로 돈은 어떻게 바뀔까요? 사실 정답은 아직 누구도 몰라요. 비트코인과 같은 민간 가상화폐가 현재 국가가 발행하는 돈보다 더 많이 쓰일 수도 있고, 캐나다의 실험처럼 앞으로 국가가 디지털 돈을 발행할 수도 있지요.

분명한 건 이제 디지털 금융 시대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에요. 이에 따라 발생할 문제는 금융과 정보통신 기술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랍니다.

현금이 사라져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어린이 친구들이 받던 세뱃돈은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가상화폐로 전자 지갑에 담겨 전해질 테니! 나도 스마트폰 속 돼지 저금통 어플로 변신해서 너희들을 기다릴게! 그럼 디지털 세상에서 만나! 안녕~!
 

2016년 01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 도움

    김형중 교수(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한국핀테크학회장)
  • 참고자료

    <핀테크 전쟁, 새로운 돈의 시대가 온다> (예문, 브렛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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