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나보다 남이 먼저! 동물의 이타행동

동물행동학자가 들려주는 동물은 왜?


 
자기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이타주의’라고 해요.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반대되는 말이에요. 착한 사람들은 이기적인 행동보다는 이타적인 행동을 많이 하지요. 이렇게 남을 먼저 생각하는 착한 행동은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에요. 동물들도 이타행동을 한답니다. 이번에는 동물의 이타행동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게요.

위험 무릅쓰고 무리 지키는 땅다람쥐


미국 서부의 산악지대에는 벨딩땅다람쥐가 살고 있어요. 다람쥐과 중에 주로 땅에서 사는 동물들을 땅다람쥐라고 해요. 프레리도그와 마멋이 대표적인 땅다람쥐예요. 벨딩땅다람쥐는 개미처럼 땅에 길고 복잡한 굴을 파서 그 속에서 생활해요. 땅 속에 숨어 생활하기 때문에 포식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점이 있어요. 반면에 포식자가 굴 입구로 들어오게 되면 그 굴에 사는 무리들은 잡아먹히기 쉽지요.

그래서 땅다람쥐 무리에는 정찰병이 있어요. 정찰병을 맡은 땅다람쥐는 위험에 처했을 때 큰 소리를 내서 주위의 동료를 포식자로부터 피신시켜요. 정찰병 역할을 하려면 몸을 드러낸 채 꼿꼿이 서서 경고음을 내기 때문에 포식자의 눈에 쉽게 띄어요. 그뿐만 아니라 주위의 동료들이 모두 피신할 때까지 경고음을 내야 해서 종종 포식자에게 가장 먼저 잡아먹히기도 하지요. 따라서 정찰병 땅다람쥐는 이타행동을 하는 거예요.

하지만 모든 땅다람쥐가 포식자를 발견했을 때 경고음을 내는 것은 아니에요. 보통 암컷 땅다람쥐가 수컷 땅다람쥐보다 경고음을 내는 경우가 많아요. 왜 그럴까요?

포유류는 새끼가 자라 어른이 되면 태어난 장소에서 뿔뿔이 흩어지기도 하는데 이를 ‘분산’이라고 해요. 포유류에서는 주로 수컷이 분산을 하고, 암컷은 분산을 하지 않거나 태어난 곳에서 가까운 곳에 정착하지요. 땅다람쥐도 암컷은 태어난 굴에서 몇십 미터 이내에 정착하지만, 수컷은 태어난 곳에서 몇백 미터 이상 떨어진 곳으로 분산해요. 그 결과 땅다람쥐의 무리는 암컷 중심의 사회가 되지요.

암컷 중심 사회에서 암컷은 어머니, 딸, 이모, 조카 등 친족과 같이 살아가요. 이에 비해 수컷은 외부에서 이주해 오므로 무리 내에 있는 새끼들 외에는 친족이 없어요. 그래서 자기 새끼들만 무사하면 더 이상 경고음을 발성할 필요가 없어요. 이런 차이 때문에 암컷이 수컷보다 경고음을 자주 내고, 훨씬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거랍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1964년 윌리엄 해밀턴은 이타주의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혈연선택’이라는 이론을 발표했어요. 이 이론에 따르면 이타행동을 하는 동물과 그 이타행동으로 혜택을 받는 동물이 혈연으로 연관되어 있을 때 이타주의가 진화한다는 것이지요.

여러분과 여러분의 동생, 누나, 오빠는 부모님께 공통으로 받은 유전자 때문에 생김새나 행동이 비슷해요. 만약 친동생과 잘 모르는 사람이 동시에 물에 빠졌다고 가정해 보세요. 여러분은 분명 잘 모르는 사람보다 친동생을 먼저 도와 줄 거예요.

이에 대해 현대 진화 이론 정리에 큰 공헌을 한 *홀데인은 이렇게 말했어요. “만약 내가 두 명의 내 형제를 구할 수 있다면 내가 희생되더라도 물에 뛰어들겠다. 마찬가지로 내가 여덟 명의 사촌을 구할 수 있다면 물에 뛰어들겠다. 나와 나의 친형제는 유전적으로 반이 같고, 나와 사촌은 유전적으로 팔분의 일이 같다. 친형제 둘이나 사촌 여덟이면 나와 유전적으로 동등하다. 그러므로 친형제 둘이나 사촌 여덟을 위험에서 구하는 일은 유전적으로 나를 구하는 일과 동등하다. 비록 내가 희생하더라도 많은 친족을 살릴 수 있다면 나의 유전자를 번성시키는 효과를 얻는다.”

이처럼 동물에서 나타나는 대부분의 이타행동은 혈연선택의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 앞서 말했던 암컷 벨딩땅다람쥐가 수컷보다 경고음을 더 자주 내는 이유 역시 주변의 다른 개체들이 대부분 친족이기 때문이지요. 암컷 땅다람쥐는 이타행동을 통해서 친족을 구하고, 그 결과 친족 안에 있는 나와 같은 유전자도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어요.

혈연선택은 직접 낳는 자손도 중요하지만, 간접적으로 친족을 통해 얻는 자손도 번식에 중요하다는 걸 뜻해요. 즉, 서로 다른 몸이더라도 같은 유전자를 공유한다면 이타행동의 진화가 쉽게 가능하답니다.

*존 버든 샌더슨 홀데인 : 영국의 생리학자이자 유전학자로, 유전학의 수학적 이론을 확립하는 등 유전학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일개미의 희생정신

개미 사회는 평생 알만 낳는 여왕개미와 무리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일개미, 그리고 수개미로 이루어졌어요. 여왕개미와 수개미는 번식의 기회가 있지만, 대부분의 일개미는 번식도 못하고 무리를 위해서 평생 궂은 일만 도맡아 해요. 이뿐만 아니라 무리를 위해 포식자를 공격하다가 희생당하기도 하지요. 일개미는 왜 스스로 번식을 포기하고, 평생 무리를 위해 희생할까요?

개미 사회는 번식만 하는 여왕개미와 번식을 하지 않는 일개미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런 사회를 ‘진사회성’이라고 해요. 진사회성이 특히 벌이나 말벌, 개미와 같은 벌목의 곤충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유는 벌목 곤충의 독특한 성 결정 방법 때문이에요.

사람은 XX와 XY 염색체를 성이 결정되지만, 벌목의 곤충은 염색체의 수에 의해 성이 결정돼요. 대부분의 종은 염색체를 두 벌 갖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염색체가 한 벌씩 있는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기 때문이에요. 여왕개미와 일개미 같은 암컷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여 태어났기 때문에 두 벌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수개미는 정자 없이 난자가 직접 발달해 태어났기 때문에 한 벌의 염색체만 가지고 있어요. 일개미가 가지고 있는 두 벌의 염색체 중 한 벌은 여왕벌에서 받고, 다른 한 벌은 수개미에서 받은 거예요. 그러므로 일개미와 여왕개미는 유전자의 50%를 공유해요.

그러나 아버지가 같은 일개미끼리는 유전자를 75%나 공유하지요. 이렇게 높은 비율로 공유하는 이유는 수개미, 즉 아버지가 한 벌의 염색체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일개미는 아버지에게 받는 한 벌의 염색체(50%)를 공유하고, 나머지 한 벌은 여왕개미가 가지고 있는 두 벌의 염색체 중에서 물려받지요(25%).

그러므로 일개미는 직접 자식을 낳을 때보다 여왕개미를 도와 자매인 일개미가 많아질 때 나와 같은 유전자를 빠르게 번성시킬 수 있답니다. 유전자 번성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일개미의 정신이 정말 대단하죠?

2015년 17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장이권 교수
  • 진행

    이혜림 기자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심리학
  • 문화인류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