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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야 특종을 노리는 어과동 막내 신수빈 기자. 특종감을 찾아 세계 곳곳을 누비지. 오늘도 특종을 찾아 미국 동부의 델라웨어 해안가에 왔는데….
“다그닥 다그닥….”
어머! 이게 무슨 소리야? 헉! 이상한 생물체가 떼를 지어 해안가로 기어나오고 있잖아? 외계인처럼 생겼어! 특…, 특종이다 특종!

외계인이 나타났다!

일단 생김새부터 좀 살펴봐야겠어. 무시무시한 갑옷을 입고 뾰족한 꼬리를 치켜 세우고 있군. 가만, 눈도 이상해 보이는데? 으으으! 자세히 볼수록 무섭게 생겼잖아! 용기를 내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볼까?

 

4억 5000만 년 전부터 변함없는 모습

2005년 캐나다 매니토바 주에서 화석 하나가 발견됐어요. 이 화석은 ‘루나타스피스 아우로라’라는 이름을 가진 생물로, 약 4억 5000만 년 전인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에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루나타스피스 아우로라는 초승달 모양의 갑각과 양쪽의 겹눈, 뾰족한 꼬리를 갖고 있어 오늘날의 투구게와 매우 비슷한 모습이었답니다.

오늘날의 투구게는 4종으로 동남아시아에 3종, 북아메리카 동부에 1종이 살고 있어요. 그 중 일본과 중국 남쪽에 주로 사는 세가시투구게는 1997년 10월에 우리나라 우도에서도 발견됐어요. 중생대 쥐라기 이후 투구게 화석이 거의 발견되지 않아 각 종의 자세한 진화 과정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과학자들은 투구게가 다양한 환경에 나름대로 적응한 결과 지금의 4종으로 나뉘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지요. 또한 루나타스피스 아우로라 화석의 발견을 통해 투구게가 약 4억 5000만 년 전부터 지구에 살아온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보고 있답니다.
 
약 1억 5000만 년 전에 살았던 투구게의 조상 ‘메솔리물루스 발키’의 화석(왼쪽). 오늘날의 투구게(오른쪽)와 생김새가 거의 똑같다.

투구게의 일생

1 보름달이 뜨는 날엔 해안가로~!

5~6월 그믐달이나 보름달이 떴을 때 어른 투구게들이 해안가를 찾아요. 앞장 선 암컷에 수컷 5~6마리가 붙어 해안가로 올라오죠.

2 2만 개의 알
암컷은 한 번에 4000개 정도의 알을 낳아요. 해안가에 올라온 뒤 자리를 옮겨다니며 5번 정도 알을 낳아요. 암컷이 알을 낳으면 그 자리엔 수컷들이 정액을 뿌려 수정을 시킨답니다.

3 투구게 유충 = 삼엽충 유충?
수정된 뒤 약 2~4주 후에 태어난 유충은 3mm 정도 크기예요. 삼엽충과 닮아서 ‘삼엽충 유충’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4 어른이 될 때까지 10년
투구게 유충은 약 10년 동안 허물을 벗으며 자라요. 아메리카 투구게의 경우 약 60cm까지 자랄 수 있어요. 어른이 되면 먼 바다로 이동해 살다가 번식기가 되면 다시 해안가로 올라온답니다.

헌혈천사 투구게

4억 5000만 년 전부터 지구에 살아온 생명체라니…. 그런데 난 아직도 뭔가 외계인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 저…, 저기 좀 봐! 파란 피를 흘리고 있잖아!

파란 피의 외계인?!


외계 생물체처럼 생긴 투구게는 피 색깔도 독특해요. 새파란 하늘색이거든요. 이렇게 파란 피를 갖는 건 피 속에 푸른 색을 띠는 산화구리가 있기 때문이에요. 투구게뿐만 아니라 문어와 거미도 파란 피를 갖고 있지요. 반면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는 모두 빨간 피를 갖고 있어요. 피 속에 ‘헤모글로빈’이라는 혈색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죠. 헤모글로빈 안에 있는 철이 피 속에서 산소를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는데, 철이 산소와 결합하면 빨간 색을 나타내거든요.

한편 파란 피를 갖는 동물들은 모두 혈액 속에 ‘헤모시아닌’이라는 색소를 갖고 있어요. 헤모시아닌은 철 대신 구리를 갖고 있어서 여기에 산소 분자가 붙으면 산화구리가 만들어지면서 원래 무색이었던 헤모시아닌이 파랗게 변해요. 산소와 결합한 헤모시아닌은 혈액을 타고 투구게의 몸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곳에 산소를 공급한답니다.

파란 피는 투구게의 생존 비결

투구게는 튼튼한 갑옷을 입고 있으면서 다양한 생물을 먹고 살기 때문에 오르도비스기 이후 5번의 생물대멸종이 일어나는 동안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투구게에겐 또 하나의 특별한 생존 전략이 있어요. 바로 ‘피’랍니다.

1956년, 미국 우즈홀 해양생물학 연구소의 프레데릭 뱅은 처음으로 투구게의 피가 그람음성세균을 만나면 바로 응고되어 굳어버린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그람음성세균은 우리 주변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세균으로 대장균, 살모넬라균, 콜레라균이 여기에 속해요. 이런 세균들은 세포벽에 독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 감염되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답니다.

투구게가 살아가는 바다에는 굉장히 많은 수의 그람음성세균이 있어요. 바닷물 1mL(밀리리터) 안에 수십만 마리가 살고 있을 정도지요. 그럼 투구게가 바위에 부딪히거나 새의 공격을 받아 다쳤을 때, 상처가 생긴 부위를 통해 세균이 쉽게 들어올 수 있겠죠? 하지만 투구게는 그럴 걱정이 없어요. 그람음성세균이 상처난 곳의 피와 만나면 바로 피가 굳으면서 세균이 침입하지 못하게 되거든요. 그람음성세균에 감염됐을 때, 투구게의 피가 바로 굳어 버리는 건 일종의 면역 반응인 셈이에요.

그런데 이런 투구게의 면역 반응은 사람에게도 유용하게 이용돼요. 우리 몸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주사액이 그람음성세균에 감염됐는지를 검사할 때 사용되거든요. 프레데릭 뱅이 처음으로 만든 이 검사는 ‘LAL 테스트’라고 불려요. 투구게의 피에서 뽑은 특정 물질에 주사액을 떨어뜨리면 굳는 현상을 통해 그람음성세균에 감염됐는지를 15분 안에 알 수 있답니다.
 


투구게도 지구 생명체!

파란 혈색소를 가진 지구 생명체라니! 하지만 난 여전히 외계 생명체라는 의심이 떠나질 않아. 저기 봐봐! 이 낯선 생명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잔뜩 몰려 왔잖아!

투구게가 위험하다


이상한 생김새에 파란색의 피. 지금까지 살펴본 투구게는 마치 무서운 외계인 같아요. 하지만 투구게는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중 하나로, 오늘날 위험에 처해 있어요. 사람들이 1800년대부터 엄청난 양의 투구게를 잡아들였기 때문이죠.

1960년대에 화학 비료가 등장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투구게를 갈아 비료로 사용했어요. 또 1990년대에는 커다란 바다 고둥이나 장어의 미끼로 사용하거나, LAL 테스트를 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투구게를 잡아들였어요. 그러다 보니 1997년에는 1년 동안 약 200만 마리의 투구게를 잡아들이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투구게가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철새들 덕분에 투구게가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투구게가 많이 사는 미국 델러웨어 만은 남아메리카에서 북극으로 이동하는 동안 42만~100만 마리의 도요새와 물떼새 등이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예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철새들이 쉬어가는 2~3주가 바로 투구게들의 짝짓기 시기와 딱 맞아떨어져요. 먼 거리를 날아온 새들에겐 해안가에 널려 있는 투구게의 알이 엄청난 영양식이 되는 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투구게를 많이 잡아들이면서 투구게의 알을 먹이로 하는 붉은가슴도요의 개체 수도 점차 줄어들었어요. 그러자 사람들은 붉은가슴도요의 먹이인 투구게의 개체 수에도 관심을 가졌고, 세계 곳곳에서 투구게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답니다.

투구게를 지켜라!

1998년부터 미국 델러웨어, 메릴랜드, 뉴저지 주에서는 투구게를 마구잡이로 잡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어요. LAL테스트 시약을 개발하는 찰스리버 연구소를 포함한 4개 회사만 투구게를 잡을 수 있죠. 또 잡은 투구게는 전체 혈액의 20% 정도만 뽑고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답니다. 더불어 투구게가 사는 미국과 아시아에서는 시민들과 과학자들이 힘을 합쳐 투구게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투구게를 뒤집어 주는 것부터 투구게의 개체수를 헤아리는 활동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답니다.

1 투구게 꼬리표 달기
미국 ‘매스 오듀본 생물보호 단체’와 ‘델러웨어 천연자원부’에서는 자원 봉사자를 모집해 투구게에 표식을 다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는 5~6월 짝짓기 때마다 해안가로 올라온 투구게의 수를 헤아리죠. 매년 변하는 투구게의 수를 확인하기 위한 활동이랍니다.

2 뒤집기만 하면 돼!(Just Flip’em)
매년 짝짓기 때 해안가에 올라온 투구게 중 수백 마리의 투구게가 뒤집어진 몸을 다시 뒤집지 못해 말라 죽어요. 그래서 미국 ‘생태연구개발그룹(ERDG)’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해안가를 걸어다니다 뒤집혀 있는 투구게를 발견하면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몸을 뒤집어 준답니다. 말 그대로 ‘뒤집기만 하면 돼’죠.

3 아시아의 투구게 살리기
싱가포르와 홍콩에서도 투구게 보호 활동이 한창이에요. 싱가포르에서는 2007년부터 ‘네이쳐 소사이어티’에서 만다이 개펄에 나가 불법 포획용 그물에 걸린 투구게를 살려 주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홍콩에서는 ‘오션파크’와 ‘시티대학교’가 힘을 합쳐 투구게의 수를 헤아리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요.

투구게가 지구 생물체였다니! 외계인 특종이 아니라서 너무 아쉬워. 그런데 외계인인 줄 알았던 투구게도 가까이에서 보니깐 귀여워 보이기도 하더라고. 그래서 앞으로는 나도 지구에서 투구게가 사라지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 보려고 해. 어과동 친구들도 함께해 줄 거지? 그리고 혹시 진짜 외계인을 보게 되면 꼭 나에게 제보해 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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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4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신수빈 기자
  • 도움

    고현숙 교수
  • 도움

    이승배 연구원
  • 도움

    Paul Shin 교수
  • 도움

    델라웨어 천연자원부(DNREC), Mass Audubon’s Wellfleet Bay Wildlife Sanctuary찰스리버코리아, 글항아리
  • 이창섭
  • 기타

    가장 오래 살아남은 것들을 향한 탐험(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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