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팔이, 바다로 떠나다!
2013년에는 수족관에서 공연을 하던 남방큰돌고래 세 마리를 야생으로 돌려보낸 일이 있었어요. 삼팔이, 춘삼이 그리고 제돌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돌고래였지요. 처음 삼팔이와 춘삼이가 4월 8일에 제주도 성산항에 있는 가두리로 이송됐고, 한 달 뒤 제돌이도 합류했지요. 가두리는 보통 바다에 거대하게 그물을 둘러 물고기를 양식하는 곳을 말해요. 이번에는 돌고래가 야생 바다에 적응하는 훈련 공간으로 이용됐답니다.
이 돌고래들을 야생에 방류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이 많이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삼팔이의 가두리 이탈 사건이었답니다.
“삼팔이가 가두리를 탈출했어요!”
삼팔이와 춘삼이가 가두리로 이송된 지 두 달이 훨씬 지난 2013년 6월 22일, 제주도를 떠나기 위해 제주공항으로 향하던 길이었어요. 가두리에 있던 대학원생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지요.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가두리가 있는 성산항으로 달려갔어요. ‘삼팔이를 다시 가두리로 들여보낼 수 있을까? 삼팔이가 포구 밖을 벗어나면 어떻게 하지?’ 가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가두리에 도착했을 때 삼팔이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가두리 근처에서 놀고 있었어요. 조련사가 바닷물을 손으로 쳐서 삼팔이를 부르자, 가까이 다가오기도 했지요. 그러나 우리에게 모습을 보여 준 것은 잠깐뿐, 다시 바닷 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됐답니다. 얼마 후 삼팔이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지나가는 선박을 쫓아다니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아예 포구 밖으로 나가는 선박을 뒤쫓았고, 결국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아갔어요.
삼팔이 이탈 사건 후 남방큰돌고래 방류에 책임을 지고 있는 분들은 걱정이 앞섰어요. 아직 야생 적응 훈련을 다 끝내지 못한 상태였거든요. 하지만 며칠 후 삼팔이가 남방큰돌고래 무리에 섞여 모슬포 앞바다에서 발견되었을 때는 삼팔이가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답니다. 우리의 걱정을 한 방에 날려 보낸 거니까요. 삼팔아, 해냈구나! 정말 잘 했어!
음향렌즈로 초음파 빔을 쏘는 돌고래
그런데 삼팔이는 어떻게 가두리 양식장을 탈출할 수 있었을까요? 삼팔이가 탈출한 구멍은 고작 지름 30cm 정도예요. 가두리는 직경이 30m이고 깊이는 7m나 돼요. 바다 속에서는 수m만 내려가도 앞이 잘 보이지 않아요. 즉, 가두리 바닥에 있는 이 작은 구멍을 찾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삼팔이는 어떻게 이 작은 구멍을 찾아 냈을까요?
돌고래는 바다에 살고 있는 포유류로, 육지에 살고 있는 포유류와 같이 소리로 의사소통을 해요. 주로 초음파를 이용하는데, 초음파는 주파수가 아주 높아서 사람은 들을 수 없지요. 돌고래가 초음파를 내보내면 이 초음파가 장애물이나 먹이에 부딪혀 되돌아와요. 돌고래는 이 되돌아오는 소리, 즉 메아리를 듣고 앞에 있는 물체를 인식하지요. 삼팔이도 이 초음파를 이용해 그물에 난 틈을 찾은 거예요.
돌고래는 숨을 내쉬는 분수공과, 호흡을 하는 폐 중간에 있는 ‘음성입술’이라는 기관에서 초음파를 내요. 이 초음파는 음향렌즈를 이용해 방향을 맞추지요. 그 원리는 볼록렌즈와 반대라고 생각하면 돼요. 먼저 빛이 모이는 렌즈의 초점은 소리를 만드는 음성입술에 해당돼요. 음성입술에서 만들어진 소리는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는 ‘멜론’을 거쳐 물 밖으로 나가지요.
멜론은 돌고래의 커다랗고 둥글한 이마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데, 거의 지방질이어서 다른 생체조직과 밀도가 많이 달라요. 그래서 음성입술에서 만들어진 소리가 멜론을 거치면서 방향이 바뀌지요. 이 음향렌즈를 거친 돌고래의 초음파는 앞쪽 방향으로 쭉쭉 뻗기 때문에 흔히 ‘빔’ 또는 ‘초음파 빔’이라고 한답니다. 돌고래를 보면 이마 부분이 유난히 두툼하게 튀어나와 있는데, 이 부분에 바로 커다란 멜론이 자리하고 있어요.
최근 연구에 의하면 돌고래는 한 번에 두 종류의 초음파 빔을 만들어서 동시에 사용한다고 해요. 두 개의 초음파 빔은 서로 다른 주파수를 가지고 있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보낼 수 있지요. 삼팔이는 분명 두 개의 초음파 빔을 이용하여 잘 보이지 않는 바닷속에서도 지형지물을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가두리의 조그만 틈을 발견하고 스스로 탈출할 수 있었던 거랍니다.
필요에 따라 구성원과 규모를 바꾸는 돌고래
돌고래는 무리의 크기나 구성원이 바뀌는 전형적인 이합집산의 사회구조를 가져요. 보통 어미와 새끼 사이 같이 유전적으로 가까운 소규모의 돌고래들은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같이 움직이지요. 이런 소규모 돌고래 무리들이 필요에 따라 모여 큰 무리를 이루기도 해요.
수컷 돌고래들이 짝짓기를 위해 뭉치는 경우도 있어요. 그 중에는 무려 15년이 넘게 동맹을 유지하는 무리도 있지요. 빠르게 움직이는 암컷은 쉽게 짝짓기 할 기회를 주지 않아요. 그래서 수컷들은 서로 힘을 모아 암컷 돌고래를 추적하고, 암컷을 둘러싼 뒤 짝짓기를 허락할 때까지 같이 헤엄치지요.
돌고래는 짝짓기뿐만 아니라 사냥을 위해서도 무리를 지어요. 특히 미국 플로리다에 서식하는 큰돌고래는 협동사냥으로 유명해요. 플로리다의 멕시코만 연안은 아주 얕은 바다인데, 큰돌고래 몇 마리가 일직선으로 줄을 지어 바다에서 연안으로 다가가요. 그 중 한 마리가 앞서 나가 원을 그리며 유영하면서 꼬리로 바닥을 세게 치면 바닥에서 뿌연 진흙이 버섯구름처럼 솟아 오르지요. 결국 시야가 가려진 물고기들은 여기를 통과하지 못하고 돌고래에게 잡아 먹히게 된답니다.
돌고래는 대부분 연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인간과 자주 접촉해요. 그러나 아쉽게도 돌고래와 인간의 접촉이 서로 우호적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는 드물어요. 돌고래와 인간은 비슷한 종류의 어류를 좋아하기 때문에 서로 먹이를 두고 경쟁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돌고래는 ‘너무’ 귀여워요. 돌고래의 귀여운 모습에 매료되어 우리는 돌고래를 우리의 주위에 묶어 두려고 해요. 삼팔이와 춘삼이, 제돌이는 바로 그 결과물이었지요.
삼팔이는 무척 호기심이 많았고 놀기를 좋아했어요. 해조류를 지느러미에 걸고 돌아다니다가 나중에는 입으로 물고 다니며 장난을 쳤어요. 가두리에 못 보던 물체나 물고기가 나타나면 삼팔이가 가장 먼저 눈치채곤 했지요. 현장의 연구진은 다른 돌고래는 몰라도 삼팔이는 당장 방류해도 잘 살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이젠 장난꾸러기 삼팔이에게 제가 바라는 점은 단 하나예요. 조만간 삼팔이가 새끼와 같이 나란히 제주도 앞바다를 누비는 모습을 보고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