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푸른 잔디밭에서 맘껏 뛰놀 수 있는 5월이에요~! 잔디에 엎드려 풀숲에 숨어 있는 토끼풀 속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 토끼풀이 유럽에서 건너온 풀이라는 걸 알고 있나요? 토끼풀뿐만이 아니에요.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지금 외국에서 들어온 식물과 자생 식물이 서로 소리없는 경쟁을 하고 있답니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민들레야, 넌 어디서 사니?

햇볕 잘 드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4~5월이면 어디서나 보이는 꽃이 있어요. 아스팔트가 갈라진 틈, 보도블럭 사이, 건물과 바닥이 연결된 부분 어디서나 보이지요. 노란색 꽃잎이 화려하게 예쁜 ‘민들레’ 말이에요. 흙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다면 어김없이 뿌리를 내리고 있답니다.

 


사실 우리가 보는 민들레는 우리나라에서 계속 살던 민들레가 아니에요. 유럽에 살았던 민들레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지요. 그래서 도시에서 우리가 자주 보는 민들레의 정확한 이름은 ‘서양민들레’랍니다.

서양민들레처럼 해외에서 들어와 야생에 적응해서 살고 있는 식물을 ‘귀화식물’이라고 해요.

귀화식물이 낯선 땅에 적응하려면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식물이 자라려면 물과 햇빛, 영양분이 필요한데, 귀화식물은 대부분 햇빛만 잘 들면 어디서나 잘 자란답니다.

또 사람의 이동과도 관계가 깊어요. 식물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민들레 씨처럼 바람에 날려서 움직일 수도 있지만, 나라와 나라를 지나갈 정도로 먼 거리를 이동하긴 어려워요. 이 때문에 다른 나라를 자주 오가는 커다란 배가 많은 항구에서 배에 실려온 뒤 뿌리를 내린 귀화식물을 많이 볼 수 있지요.

 

꽃받침이 모여 있는 민들레와 달리(오른쪽) 서양민들레는(왼쪽) 꽃받침이 아래로 뒤집어져 있다.



민들레 vs 서양민들레

민들레는 사회가 발전하고 공장과 자동차가 생기면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공해에 매우 약하거든요. 대신 서양민들레는 공해에 강해 우리 주변에 자리잡기 시작했지요. 민들레와 서양민들레를 구분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해요. 잎도, 꽃도 비슷하게 생겼지만 꽃받침 모양이 달라요. 꽃받침이 위쪽으로 모여 있으면 민들레, 아래로 뒤집혀 있으면 서양민들레랍니다.

 


귀화식물은 억울하다?

인간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귀화식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다른 나라와 교역이 활발했어요. 이 때문에 오늘날의 자생식물 중 상당수가 일찌감치 귀화한 식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요.

 

달맞이꽃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영양제(달맞이꽃 종자유)로 먹을 수 있는 유익한 식물이다.

 


귀화식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는 과정은 다양해요. 해외에서 수입하는 흙이나 건초에 씨앗이 딸려 올 수도 있고, 사람의 신발이나 옷에 묻어 올 수도 있지요. 또 인간의 목적에 의해 들어올 수도 있어요. 꽃이 아름답거나, 열매가 인간에게 이득을 줄 경우지요. 대표적인 예를 살펴볼까요?

자주색 꽃이 아름다운 자운영은 처음에는 관상용으로 들어왔지만, 야생에 흘러나간 몇 포기가 우리나라 자연에 성공적으로 적응했어요. 달맞이꽃은 남아메리카 칠레에서 들어온 종으로, 낮에는 꽃 봉우리 상태로 있다가 밤에 화려한 노란 꽃을 피우지요.

귀화식물은 적응 중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온 귀화식물은 300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다른 나라와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매년 새로 들어오는 종이 많아졌기 때문에, 그 수는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요.

귀화식물은 대부분 우리나라 야생에 적응해 다른 식물과 공존하며 잘 살고 있어요. 노랑 꽃술에 흰 꽃잎이 달린 개망초는 1900년대 초반에 들어온 식물이에요. 먼저 일본에서 1865년에 관상용으로 들여왔다가 야생에 적응했고, 뒤이어 우리나라에도 들어왔지요. 나라를 망하게 하는 뜻에서 개망초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개망초 일찌감치 우리나라에 적응해 나물로 먹기도 하는 친근한 식물이다.

 



그러나 개망초는 꽤 유용한 식물이에요. 연한 순은 나물로 먹기도 하고, 6~8월에 피는 꽃은 꽃이 드문 여름에 꿀벌을 살리는 중요한 밀원식물이랍니다.

개망초를 포함한 국화과 식물은 생명력이 강한 것으로 유명해요. 환경이 바뀌어도 쉽게 번식할 수 있지요. 2006년에 국립수목원에서 전국에 분포하고 있는 귀화식물 271종을 조사했는데, 그 중 63종이 국화과일 정도예요. 강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국화과 식물은 여름에서 가을까지 꽃을 피우면서 꿀벌에게 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중요한 밀원 식물로 자리잡았답니다.

대부분의 귀화식물은 자라는 환경이 우리나라 자생식물과 크게 충돌하지 않아요. 햇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거든요. 숲에서는 이미 그늘을 좋아하는 키작은 식물과 햇빛을 좋아하는 키 큰 나무가 균형을 이뤄 자라고 있어 귀화식물이 들어갈 자리가 없기도 하고요. 대신 귀화식물은 자생식물이 밀려나고 있는 도심에서 활약하고 있어요. 도시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녹색 환경을 만들어 준답니다.

이민간 귀화식물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던 식물도 해외에 진출했다. 칡즙으로 잘 알려진 칡은 흙을 붙잡는 용도로 이용하기 위해 북아메리카에 도입됐다. 지금은 환경에 적응해 야생에 퍼져 현지에서 골칫거리가 됐다.

 

우리나라 남부 지방 바닷가 모래밭에서 사는 순비기나무는 호주에 퍼졌다. 순비기나무 뿌리는 파도에 모래가 쓸려나가지 않도록 돕기 때문이다.

 


어떤 귀화식물을 제거해야 할까?

토종식물이 위험하다


사실 우리는 귀화식물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인간에게 피해를 입힌다’거나 ‘생태계를 망친다’와 같은 이야기지요. 실제로 일부 귀화식물은 식물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가시박 강인한 생명력으로 기존의 식물을 밀어내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름에서부터 까칠함이 느껴지는 ‘가시박’은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정도로 우리나라 생태계에 강한 영향을 끼치는 식물이에요. 북아메리카에서 온 박과 식물로, 줄기가 4~8m 뻗는 덩굴 식물이지요. 처음 들여올 때는 수박 품종을 개량하기 위해 접붙이기 용으로 들여왔어요. 생명력이 강한 만큼 수박이 가시박의 성질을 가질 수 있다면 환경 변화에도 끄덕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들여온 가시박이 야생에 나가면서 문제가 발생했어요. 생명력이 어마어마했거든요. 넓게 퍼지는 덩굴인 만큼 자라면서 다른 식물이 햇볕을 못 받게 아예 덮어 버렸지요.

가을만 되면 뉴스에 등장하는 돼지풀과 단풍잎 돼지풀은 어떨까요? 이 식물은 인간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어요. 가을만 되면 코가 간질간질해지며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각해진다면 이 식물들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요. 8~9월에 피는 돼지풀 꽃의 꽃가루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거든요.

꾸준한 관찰과 관리만이 살 길

“귀화식물을 무조건 나쁘다고 하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어떤 상태로 살고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 먼저예요.”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 양종철 임업연구사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귀화식물에 대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어요. 2006년에 전국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귀화식물의 상황은 매년 바뀌어요. 한해살이 풀이 많은 데다, 한 번 야생에서 봤다고 다음 해에도 그 자리에 살고 있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단풍잎돼지풀



예를 들어 유럽에서 들어온 ‘애기노랑토끼풀’은 처음에는 서울 한강 둔치에서 발견됐어요. 몇 해 동안 한강둔치에서 발견돼 한강을 기점으로 퍼져나간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지요. 그리고는 제주도 저지대에서 발견됐어요. 서양개보리뺑이도 처음에는 경기도 수원 근처에 있는 수인산업도로변에서 발견됐지만 곧 사라졌고, 우리나라 동쪽 끄트머리인 울릉도에서 발견됐지요.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1년 내내 끊임없이 귀화식물을 찾고 조사하기 위해 연구 구역을 지정해요. 그리곤 계절마다, 그리고 해마다 식물 분포가 어떻게 바뀌는지 조사해요. 이를 통해 식물의 번식속도와 생태를 아는 거지요. 국립수목원을 중심으로 귀화식물에 대한 올바르게 대처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답니다.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도 우리 주변에 어떤 귀화식물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요? 아직까지 아무도 발견 못했던 새로운 귀화식물을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생태계교란야생식물을 발견한다면?

환경부는 인간과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는 귀화식물 11종을 ‘생태계교란야생식물’로 지정해 관리한다. 생태계교란야생식물을 야외에서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꽃이 피기 전이라면 뿌리를 뽑아 제거하는 것이 개체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식물을 뿌리째 뽑아 흙을 제거한 뒤,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없도록 사람이 지나다니는 도로를 향해 둬야 한다. 단, 어린이는 다칠 위험이 있으니 반드시 어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꽃이 핀 뒤에는 제거를 하지 않는다. 이미 씨앗을 만들었기 때문에 시기가 늦었을 뿐만 아니라 제거하는 과정에서 씨가 사람에 묻어 다른 지역에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과학동아>; 블로그(ksdsuper.blog.me)와 홈페이지에서 생태계교란야생식물 11종을 확인해 보자.

2015년 09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solea@donga.com
  • 사진 및 도움

    양종철(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 임업연구사), 국립수목원, 동아일보
  • 기타

    [일러스트] 지오북GEOBOOK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도시·지역·지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