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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가 비만 오면 노래하는 이유는?

동물행동학자가 들려주는 동물은 왜?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개구리가 우는 계절이 돌아왔어요! 겨우내 딱딱하게 언 땅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들은 봄이 되면 앞다투어 즐겁게 노래하기 시작하지요. 그런데 정말 가족이 다 모여 반가워서 노래할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개구리는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 개구리는 겨울 동안 긴 잠에서 깨어나 봄이 되면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청개구리’ 이야기를 알고 있나요? 평소 엄마 말을 안 듣던 아들 청개구리는 엄마가 죽자, 엄마의 유언만은 잘 따르기로 하고 냇가에 무덤을 만들지요. 그리고는 비만 오면 엄마의 무덤이 떠내려갈까 봐 슬프게 운다는 이야기예요.

청개구리 연구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 이야기가 얼마나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는 거였어요. 일단 이 동화가 과학적이려면 엄마와 아들 청개구리가 함께 살거나 마주쳐야 해요. 보통 동물의 세계에서 엄마와 아들처럼 서로 다른 세대는 ‘양육행동’이 있을 때 쉽게 마주칠 수 있어요. 자식에게 먹이를 가져다 주고, 천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바로 양육행동이랍니다.

그러나 개구리에게 부모와 자식이 대면하는 양육행동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요. 전세계 개구리 중 6% 정도만 양육행동을 하지요. 그 중 가장 정교한 양육행동은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독화살개구리에서 나타나요. 수컷이 올챙이를 등에 업고 다닐 정도로 정성들여 양육하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개구리는 부모와 자식이 대면하는 양육행동을 하지 않아요. 즉, 양육행동으로 부모와 자식이 만날 일은 없다고 봐야 하지요. 청개구리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청개구리의 부모와 자식은 다른 방법으로 마주칠 수 있어요. 청개구리는 사는 지역이 넓게 퍼지는 동물이 아니거든요. 청개구리 한 마리의 행동 반경은 기껏해야 2000m 이내예요. 야생에서 청개구리의 수명은 7~8년 정도 살 수 있고요. 알에서 태어난 뒤 번식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기까지 2년이면 충분해요. 즉, 자식이 멀리 떨어지지 않고 부모가 그 다음해에도 살아 있다면 서로 만날 수 있는 확률이 있지요. 알을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제한됐다면 부모와 자식이 만나기는 더 쉬워요. 부모나 자식과 상관없이 알을 낳기 좋은 환경을 찾는 것은 개구리의 본능이니까요. 다만 이때 만난 부모와 자식은 알을 낳기 위해서일 테니, 자식을 걱정하는 엄마와 말 안 듣는 아들은 아닌 셈이에요.

하지만 실제로 청개구리를 관찰하다 보면 비만 오면 노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아마 청개구리 동화를 처음 만든 사람도 이 부분에 주목하지 않았을까요? 대체 청개구리는 왜 비가 오면 노래를 할까요?


개구리는 언제 노래할까?

◀  개구리 노래소리를 조사한 맹산 습지.
왼쪽 아래 회색기둥이 소리를 녹음하는 마이크다.


보통 개구리는 수컷만 노래해요. 가장 큰 이유는 짝짓기와 영역 행동 때문이지요. 우선 짝짓기를 할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노래해요. 멋진 노래를 이용해 암컷을 유혹하는 거지요. 또 근처에 있는 다른 수컷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를 담아 노래해요. 그러니 암컷이든, 수컷이든 다른 동종의 개구리가 가까이 있다면 일단 노래하는 거지요. 하지만 밤낮없이 항상 노래를 한다면 금방 몸이 망가질 거예요. 천적에게 들키기도 쉬울 테고요. 이 때문에 개구리들은 조건이 가장 좋은 환경에서만 노래를 해요. 온도, 습도, 햇빛, 강우량, 시간 등 개구리가 노래하는 환경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개구리가 어떤 환경에서 노래하기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에 있는 맹산을 조사한 적이 있어요. 맹산은 아주 작은 야산이지만 개발이 제한된 그린벨트 지역인데다, 습지가 있어서 개구리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거든요. 개구리뿐만 아니라 반딧불이 같은 희귀생물도 많이 살고 있어서 시민환경단체에서 이들을 위해 매년 무농약 벼농사를 짓고 있어요.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여름이면 잡초가 가득하지만, 반대로 야생동물에게는 살기 좋은 습지가 되지요. 맹산에서 소리를 관찰한 결과 북방산개구리와 참개구리, 그리고 청개구리가 살고 있었어요. 배가 빨간 무당개구리를 본 적도 있는데, 노래를 녹음할 수는 없었지요.
◀  짝짓기를 하는 참개구리의 모습.

1년 동안 조사해 보니, 북방산개구리는 주로 2월 말에서 3월 초에 활동했어요. 반면 청개구리와 참개구리는 주로 4월에 출현하여 7월까지 노래를 불렀지요. 노래를 하는 동물 대부분이 그렇듯이 북방산개구리와 참개구리는 주로 온도와 습도에 따라 다르게 노래했어요.

하지만 청개구리는 조금 달랐어요. 비가 오고 있을 때나, 비가 온 직후같이 습도가 아주 높을 때만 노래 했지요. 이야기 속에서 비가 오면 울던 청개구리 이야기는 사실이었던 거예요.

 
청개구리는 왜 비 올 때만 노래할까?

청개구리는 턱 아래 노래주머니를 이용해 노래소리를 낸다. 

청개구리는 노래할 때 턱 아래에 있는 노래주머니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해요. 노래주머니가 팽창할 때는 허파에 있는 공기가 후두*를 지나면서 소리를 만들며 노래주머니로 빠져 나오지요. 노래주머니가 수축하면 노래주머니 속의 공기는 다시 허파로 들어가요. 이때는 소리가 안 난답니다. 허파에서 나온 공기를 입 밖으로 바로 내보내지 않고 노래주머니로 보내는 이유는 소리를 크게 만들기 위해서예요. 노래주머니가 팽창하면서 바깥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이 늘어나 주변 공기를 진동시키거든요. 후두에서 만든 소리는 이 진동을 타고 넓게 퍼져 나간답니다.

후두* 양서류이나 포유류에서 소리를 생성하는 기관.

특히 청개구리는 우리나라에 사는 다른 어떤 개구리보다도 잘 발달된 노래주머니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청개구리는 우리나라의 개구리 중에서 가장 작지만, 그 어느 개구리보다 큰소리를 내지요.

그런데 물 속에서 노래하는 다른 개구리와 달리 청개구리는 물에 둥둥 떠서 노래하지 않아요. 특히 청개구리는 논둑이나 논 안에서 노래해도 진흙 같은 구조 위에 올라가서 노래를 하기 때문에 물과 접촉하지 않아요. 수원청개구리 역시 마찬가지지요. 물 위에 솟아오른 모나 풀을 움켜쥐고 노래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물에 직접 닿지는 않는답니다. 그래서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가 노래를 할 때는 온 몸이 공기 중에 노출돼 피부가 빠르게 마르게 돼요. 노래주머니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표면적이 늘어나면 수분이 더 빠르게 마르지요. 게다가 크기도 작아 몸속에 저장할 수 있는 수분의 양이 적어요. 즉, 비올 때만 노래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수분 손실을 줄이기 위한 청개구리의 생존 방식인 셈이에요.

사실 동물이 노래하는 것은 에너지만 놓고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행동이에요. 소리를 만들 때 쓰는 운동 에너지가 소리 에너지로 전환되는 비율은 3%도 안 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개구리는 짝을 찾기 위해 생명을 걸고 노래해요. 개구리의 노래는 수컷이 암컷에게 바치는 ‘사랑의 세레나데’인 셈이에요.

이번 여름, 개구리의 세레나데를 함께 들어 볼까요? 암컷이 놀라서 도망가지 않도록 몰래, 조용히 말이에요.


2015년 08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장이권 교수
  • 사진

    장이권, 어린이과학동아, 포토파크닷컴, 위키피디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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